화엄경석독구결 ()

언어·문자
문헌
고려본 『화엄경』의 한문 원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토를 단 불교경전. 구결서.
정의
고려본 『화엄경』의 한문 원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토를 단 불교경전. 구결서.
서지적 사항

당(唐)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695~699년에 번역한 80권본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줄여서『화엄경』)의 권제14에 해당한다. 한 면의 크기는 12.5×21.9㎝이고, 절첩본(折帖本)의 형태로 전체 20장의 종이를 각 장이 4면이 되도록 접었다. 판식은 상하단변(上下單邊)이고, 광고(匡高)는 23.4㎝이며, 24행 17자에 계선은 없다. 종이는 고려 시대의 닥종이를 사용하였다. 목판본이며 인쇄 상태로 보아 초쇄본에 가깝고, 인출 시기는 12세기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본문 전체에 걸쳐 석독구결이 기입되어 있는데, 같은 구조의 문장이 반복되는 곳에서는 대체로 생략되었다.

내용

석독구결은 한문을 한국어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토를 단 것으로, 구결자(口訣字)로 토를 단 자토석독구결과 구결점(口訣點)으로 토를 단 점토석독구결의 두 가지가 있다. 자토석독구결에서는 한문의 어순을 한국어의 어순으로 바꾸어 주는 장치로 토의 위치를 한자의 오른쪽 아래와 왼쪽 아래로 구분하고 역독점(逆讀點)이라는 부호를 사용한다.

『화엄경』권14는 자토석독구결 자료로서 모두 57가지의 구결자가 총 6,995번 쓰였다. 특히 ‘造[지ᇫ]’, ‘印[ᄀᆞᆮ]’은 다른 석독구결 자료에서는 볼 수 없으며, 이 책에서도 단 한 번만 쓰인 독특한 글자이다. 대체로 서툰 필체로 자형이 불분명하거나 잘못 적은 곳이 많고, 토의 위치가 잘못되거나 역독점을 찍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읽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이 책에 기입된 구결은 원문의 한자를 한국어로 새겨 읽도록 어휘 형태를 표기하거나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를 주로 표기하였다. 예를 들어 ‘若得信樂心淸淨’(만약 신락을 얻어서 마음이 청정하면)이라는 구절에는 ‘若 信樂[을] 得[얻어곰] 心[ᄆᆞᅀᆞᆷ] 淸淨[ᄒᆞᄂᆞᆯᄃᆞᆫ]’으로 읽도록 토를 달았는데, ‘[을]’는 ‘-을’에 해당하는 조사를, ‘[어곰]’은 ‘-어서’에 해당하는 어미를, ‘[ㅁ]’은 명사 ‘ᄆᆞᅀᆞᆷ’의 종성을, ‘[ᄒᆞᄂᆞᆯᄃᆞᆫ]’는 어간 ‘ᄒᆞ-’와 ‘-면’에 해당하는 어미를 각각 표기한 것이다.

석독구결은 토에 반영된 표기 양상과 언어적인 특징에 따라 크게 『화엄경』계통과『유가사지론』계통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화엄경소』권35와 함께 『화엄경』계통을 대표하는 자료로서 같은 계통의 각필구결(점토석독구결)의 해독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의 석독구결은 13세기 이전 고대 한국어의 어휘와 문법을 밝힐 수 있는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표기상의 오류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참고문헌

『석독구결사전』(황선엽 외, 박문사, 2009)
『석독구결의 문자 체계와 기능』(백두현, 한국문화사, 2005)
『고려시대 기록문화 연구』(남권희, 청주고인쇄박물관, 2002)
「석독구결 자료의 전산 입력 및 교감에 대하여」(장경준, 『국어사연구』13, 2011)
「석독구결 및 그 자료의 개관」(장윤희, 『구결연구』12, 2004)
「『화엄경』구결의 표기법과 한글 전사」(심재기·이승재, 『구결연구』3, 1998)
「화엄경 구결자 ‘’의 기능과 독음」(이장희, 『어문학』56, 1995)
「고려본 ‘화엄경’의 구결자에 대하여」(이승재, 『국어학』23, 1993)
집필자
장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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