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독구결 ()

언어·문자
개념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문장 사이에 달아 놓은 구결. 훈독구결.
이칭
이칭
훈독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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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석독구결은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문장 사이에 달아놓은 구결이다. 구결은 한문 문장 사이에 토를 달아 그 한문이 어떻게 풀이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석독구결은 토를 다는 방식과 토의 표기에 사용되는 문자 체계나 부호에 따라서 나뉜다. 점토석독구결은 점이나 선 모양의 구결점으로, 자토석독규결은 한자의 자형을 단순화한 구결자로 토를 단다. 이 구결에는 한국어의 어순과 문법 형태, 어휘 형태를 표기가 반영되어 있다. 이 구결은 10세기부터 13세기까지의 한국어를 보여주는 자료이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번역물이다.

정의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문장 사이에 달아 놓은 구결. 훈독구결.
개설

구결(口訣)은 한문의 문장 사이에 토(吐)를 달아 그 한문이 어떻게 풀이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13세기 이전에는 한문의 원문을 당시의 한국어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토를 달았고, 이것을 석독구결(釋讀口訣)이라 부른다.

석독구결은 조선시대 이래 흔히 사용해 온 음독구결(音讀口訣)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한국어의 어순은 물론 문법 형태의 쓰임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어휘 형태의 일부도 표기에 반영할 수 있었다.

석독구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한자의 자형을 단순화한 구결자(口訣字)로 토를 단 자토석독구결(字吐釋讀口訣)이고, 다른 하나는 점이나 선 모양의 구결점(口訣點)으로 토를 단 점토석독구결(點吐釋讀口訣)이다.

두 종류의 석독구결은 각각 독자적인 문자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점토석독구결은 주로 각필(角筆)이라는 필기도구를 사용하여 각필구결(角筆口訣)이라 불리기도 하고, 구결점의 형태가 일반적인 문자와 달라 부호구결(符號口訣) 또는 부점구결(符點口訣)로 불리기도 한다.

내용

한문 중에 ‘不忘念初地(불망념초지)’라는 구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구절은 앞뒤 문맥에 따라 ‘초지(初地)를 생각하기를 잊지 않다’, ‘잊지 않고 초지를 생각하다’, ‘초지를 잊지도 생각하지도 않다’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조선시대에 이 구절에다 토를 달았다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중 어떤 해석을 취하더라도 모두 ‘불망념초지(不忘念初地)’에 ‘爲多(ᄒᆞ다)’를 붙여 ‘불망념초지ᄒᆞ다’라고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토를 달아 읽을 때는 한문의 요소를 모두 음독(音讀)하게 되므로, 이런 구결을 ‘음독구결’이라 부른다.

13세기 이전의 고려시대 불가(佛家)에서는 토를 다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위의 구절을 ‘초지를 생각하기를 잊지 않다’로 해석할 경우 현토자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토를 달았다.

(자토석독구결) (점토석독구결)

(어순) 初地①, 念②, 忘③, 不④ (구결) 初地 念 忘 不

(해석) 初地를 생각하기를 잊지 않다 (독음) 初地ᄅᆞᆯ 念홀ᄃᆞᆯ 니즐 안ᄃᆞᆯᄒᆞ다

자토석독구결에서는 먼저 어순상 첫 번째로 읽을 ‘초지(初地)’의 ‘지(地)’에 우측토로 ‘[을]’을 기입하고 역독점을 찍는다. 그리고 나서 ‘념(念), 망(忘), 불(不)’에다가 차례대로 각각 ‘[홀ᄃᆞᆯ], [ㄹ], [ᄃᆞᆯᄒᆞ다]’를 좌측토로 달되 ‘’과 ‘’에는 역독점을 찍어서 읽는 순서가 계속 거슬러 올라가며 읽는 것임을 표시한다.

한편, 점토석독구결에서는 자토구결의 ‘, , , ’에 각각 대응하는 (①, ②, ③, ④로 표시한) 점토를 ‘지(地)’자에 모두 기입한다. 따라서 점토만을 가지고는 문장 성분의 구분과 어순의 파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현토자는 독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수의적으로 ‘념(念), 망(忘), 불(不)’에는 각각 ‘역독선’이라 부르는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휘어지는 긴 곡선을 긋고, ‘초지(初地)’에는 ‘합부(合符)’라고 부르는 두 글자를 이어주는 긴 수직선을 그을 수 있다. 역독선은 그것이 기입된 글자가 어순상 나중에 읽힘을 표시하고, 합부는 그것이 이어주는 글자들이 한 단위의 문장 성분임을 표시해 주는 부호이다.

이처럼 자토석독구결과 점토석독구결은 토를 다는 방식과 토의 표기에 사용되는 문자 체계나 부호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특정한 환경에서 문헌에 따라 현토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때 대체로 『유가사지론』계통과 『화엄경』계통으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 구분은 대부분의 경우 점토구결과 자토구결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위에 예로 든 사례는 『유가사지론』계통의 현토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점토석독구결과 자토석독구결의 구분이 단지 표기법상의 차이에 의한 것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현황

자토석독구결은 1973년에 발견된 『구역인왕경(舊譯仁王經)』석독구결에 이어 1990년대에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권20, 『화엄경(華嚴經)』권14, 『합부금광명경(合部金光明經)』권3, 『화엄경소(華嚴經疏)』권35 등 5종이 전한다. 현재 15세기 이전의 한국어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5종 전체를 전산 입력하고 교감한 자료와 사전도 구비되어 있다.

점토석독구결은 2000년 7월에 『유가사지론』권8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화엄경』 7종, 『유가사지론』 5종, 『합부금광명경』 1종, 『법화경(法華經)』 1종 등 모두 14종의 자료가 발견되었다. 이 가운데 『유가사지론』 2종과 『화엄경』 7종은 공동 연구를 통해 영인본과 판독 및 해독안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토석독구결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자료를 보는 훈련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아직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석독구결은 10세기에서 13세기에 걸치는 한국어의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그동안 이두와 향찰 자료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 시기 한국어의 역사적 연구를 확장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특히 어휘와 문법 분야에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향가의 해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토석독구결에서 점이나 선 모양의 형태와 그것이 놓이는 위치를 이용하여 구결자와 동일한 기능을 하도록 고안된 문자 체계는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방식이며, 자토석독구결에서 한문과 구결문의 어순 차이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토의 위치를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분하고, 역독점을 사용한 것 또한 매우 간단하면서도 성공적인 발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석독구결은 한문을 한국어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표기하였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번역물로 볼 수 있으며, 한문을 일본어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표기한 일본의 훈점(訓點)과 유사한 점이 많아 비교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참고문헌

『석독구결사전』(황선엽 외, 박문사, 2009)
『『유가사지론』점토석독구결의 해독 방법 연구』(장경준, 태학사, 2007)
『각필구결의 해독과 번역 1~5』(이승재 외, 태학사, 2005~2009)
『석독구결의 문자 체계와 기능』(백두현, 한국문화사, 2005)
『한국 각필 부호구결 자료와 일본 훈점 자료 연구』(정재영 외, 태학사, 2003)
『고려시대 기록문화 연구』(남권희, 청주고인쇄박물관, 2002)
『국어사를 위한 구결 연구』(남풍현, 태학사, 1999)
「고려시대 석독구결 자료의 소개와 활용 방안」(장경준, 『한국어학』59, 2013)
「일본의 오코토점의 기원과 고대 한국어의 점토와의 관계」(고바야시 요시노리, 『구결연구』25, 2010)
「한국의 구결」(정재영, 『구결연구』17, 2006)
「석독구결 및 그 자료의 개관」(장윤희, 『구결연구』12, 2004)
집필자
장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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