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소석독구결 ()

언어·문자
문헌
고려본 『화엄경소』의 한문 원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토를 단 불교경전. 구결서.
정의
고려본 『화엄경소』의 한문 원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토를 단 불교경전. 구결서.
서지적 사항

이 책은 당(唐)의 징관(澄觀)이 찬술한 80권본 화엄경의 주소(注䟽)를 송(宋)의 정원(淨源)이 120권으로 집록한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䟽)』(줄여서『화엄경소』)의 제35권에 해당한다.

송의 항주(杭州)에서 새긴 목판을 들여와 고려에서 인쇄한 책이며, 절첩본(折帖本)의 형태로 전체 27장의 종이를 각 장이 5면이 되도록 접었다. 한 면의 크기는 10.7×31.3㎝이고,광곽(匡郭)은 사주단변(四周單邊)이며, 광고(匡高)는 23.5㎝이다. 대자(大字)는 20행 15자이고, 소자(小字)는 40행 20자이며, 계선이 있다. 종이는 고려의 닥종이에 마(麻)가 섞인 듯 황색을 띠며, 11세기 말~12세기 초에 인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자(大字)로 쓰여진 본문에 석독구결이 기입되어 있다.

내용

석독구결은 한문을 한국어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토를 단 것으로, 구결자(口訣字)로 토를 단 자토석독구결과 구결점(口訣點)으로 토를 단 점토석독구결의 두 가지가 있다. 자토석독구결에서는 한문의 어순을 한국어의 어순으로 바꾸어 주는 장치로 토의 위치를 한자의 오른쪽 아래와 왼쪽 아래로 구분하고 역독점(逆讀點)이라는 부호를 사용한다.

『화엄경소』권35는 자토석독구결 자료로서 모두 61가지의 구결자가 총 4,802번 쓰였다. 다른 자료에 비해 구결자의 종류가 다양한 편이며, 특히 ‘捨[ᄇᆞ리]’, ‘与[여]’, ‘甲[갑]’, ‘恨[ᄒᆞᆫ]’은 이 책에서만 단 한 번 쓰인 독특한 글자이다. 보통 ‘[리]’로 적는 것을 ‘[리]’로 적거나, ‘[로]’로 적는 것을 ‘[로]’로 적어 원자(原字)인 ‘利’와 ‘以’에 가까운 자형을 사용한 경향이 있다. 매우 단정한 필체로 정교하게 서사(書寫)하였으며, 다른 자료에서 흔히 생략하는 표현까지도 온전히 기입한 경우가 많다. 어순 표시를 위한 우측토와 좌측토의 구분도 완벽하게 되어 있다. 다만 역독점은 거의 찍지 않았는데, 이는 현토자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인다.

이 책에 기입된 구결은 원문의 한자를 한국어로 새겨 읽도록 어휘 형태를 표기하거나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를 표기하였다. 예를 들어 ‘於身心不生貪愛’(몸과 마음에 탐애를 내지 않게 하여)라는 구절에는 ‘(於)身心[아긔] 貪愛[을] 生[나일] 不令[안ᄃᆞᆯᄒᆞ이하]’으로 읽도록 토를 달았는데, ‘[아긔]’는 ‘-에’에 해당하는 조사를, ‘[을]’은 ‘-를’에 해당하는 조사를, ‘[일]’은 ‘나이(내)-’의 ‘이’와 어미 ‘-지’에 해당하는 ‘ㄹ’을, ‘[ᄃᆞᆯ]’은 ‘않-’에 해당하는 ‘안ᄃᆞᆯ’의 ‘ᄃᆞᆯ’을, ‘[이하]’는 ‘-게하-’에 해당하는 ‘ᄒᆞ이(ᄒᆡ)’의 ‘이’와 어미 ‘-여’에 해당하는 ‘하’를 각각 표기한 것이다.

석독구결은 토에 반영된 표기 양상과 언어적인 특징에 따라 크게 『화엄경』계통과 『유가사지론』계통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화엄경』권14와 함께 『화엄경』계통을 대표하는 자료로서 같은 계통의 각필구결(점토석독구결)의 해독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의 석독구결은 12세기 무렵 고대 한국어의 어휘와 문법을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참고문헌

『석독구결사전』(황선엽 외, 박문사, 2009)
『석독구결의 문자 체계와 기능』(백두현, 한국문화사, 2005)
『고려시대 기록문화 연구』(남권희, 청주고인쇄박물관, 2002)
「석독구결 및 그 자료의 개관」(장윤희, 『구결연구』12, 2004)
「≪대방광불화엄경소 (권35)≫ 입겿 연구」(남경란, 『배달말』32, 200
집필자
장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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