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론(天機論)은 새로운 문학 경향으로 참된 정서를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함을 강조하는 시론이다. 『장자』의 “욕망이 많은 자는 천기가 적다.”에서 유래하였다. 인위적인 의도나 조작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마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시를 지을 때에는 작가의 마음에 욕망이나 거짓이 없어야 하고, 창작 과정에서 형식에 얽매여 억지로 꾸며내거나 표현상의 모방을 일삼지 않아야 한다. 학식이나 신분을 넘어서 시의 심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문적인 시인이 늘어난 현상의 반영이자 그 논거로서 비평사적 의의를 지닌다.
시를 지을 때에는 작가의 마음에 욕망이나 거짓이 없어야 하고, 창작 과정에서 형식에 얽매여 억지로 꾸며내거나 표현상의 모방을 일삼지 않아야 하며, 대상에 의해 일어난 정서의 감흥을 자연스럽게 발현해야 함을 강조하는 시론이다.
천기(天機)는 『장자(莊子)』의 “욕망이 많은 자는 천기가 적다.”에서 유래하여 인위적인 의도나 조작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마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한편으로는 누설되면 안 되는 ‘하늘의 기밀 혹은 의도’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주자학(朱子學)에서는 이를 천리(天理)가 개별 사물에 자연스럽게 표출된 상태로 이해하였다. 시론 개념으로서의 천기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 놓이는데,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학비평이 전개된 것은 조선 후기의 특징적인 현상이다.
시인 권필(權韠, 1569∼1612)에 대한 허균(許筠, 1569∼1618)과 장유(張維, 1587∼1638)의 논평이 시론으로서 천기를 일찍 언급한 예들이다.
허균은 뛰어난 시인은 학식이나 논리에 매이지 않고 천기를 마음대로 다룬다고 하였는데, 이 때 천기는 하늘의 비밀스러운 조화(造化)를 뜻한다. 장유는 “시는 천기다(詩 天機也).”라고 천명하면서 인위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참됨을 천기라고 하였다. 보다 체계적인 시론을 제시한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은 시를 “성정의 발현이며 천기의 작동이다(詩者 性情之發而天機之動也).”라고 정의하고 모방이나 꾸밈없이 천기가 그대로 작동된 작품에서 작가의 참된 성정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후 천기론은 김창협의 문도들을 중심으로 중인(中人) 계층의 문학 활동을 옹호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입신양명을 추구할 길이 막혀 있는 신분이므로 오히려 외적 욕망에 초연하여 천기를 보존하고 시에 전념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시에 있어서만큼은 신분 고하가 아니라 천부적 재능과 진솔한 표현이 관건임을 강조하는 이러한 논리는 한시뿐 아니라 시조의 외연 확장 근거로도 사용되었다.
초기의 연구들은 교화론(敎化論)과 성정론(性情論) 등의 윤리적 속박을 벗어나서 감정을 긍정하고 개성을 강조하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문학 경향을 대표하는 시론으로서 천기론을 제기하였다. 천기를 주자학의 천리(天理)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성정의 바름보다는 성정의 참됨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천기론은 성정론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천기론을 주장한 이들이 주자학적 천리와 성정론을 부정하지도 않았다는 반론도 이어졌다. 나아가 중국 유학의 예교주의(禮敎主義) 아래에 복류(伏流)하던 우리 민족의 자연 순응 의식이 발현된 특유의 미학 이념으로서 천기론이 다루어지기도 했다.
천기론이 조선 후기 시론으로 정립될 만큼 변별성과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김창협과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의 문도들을 중심으로 한 진시(眞詩) 창작론의 핵심을 이룬다는 의미부여가 이루어졌으며, 조선 후기 인식론 및 신분 의식에 끼친 영향도 조명되었다.
천기론의 핵심은 인위적인 꾸밈과 모방을 배제하는 자연스러움에 있으며, 이는 출세와 명성의 수단으로 시 창작의 기교를 익히고 전범의 재현에 급급했던 문단에 대한 비판으로서 제기된 것이다.
시인의 창작 행위를 하늘의 비밀스러운 조화에 비견하고 시적 재능의 천부성과 시적 언어의 독자성을 강조한 천기론은, 학식이나 신분을 넘어서 시의 심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문적인 시인이 늘어난 현상의 반영이자 그 논거로서 비평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