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인 심사정은 중국대가의 필의(筆意)를 존중하여 따른 고전주의 회화(古典主義繪畵)의 대가로 실경산수(實景山水)의 대가인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과 쌍벽을 이룬 당대의 대표적인 문인화가다. 이 작품은 심사정이 죽기 1년 전인 1768년(영조 44) 8월에 그린 마지막 작품이다.
「촉잔도권」은 후에 심래영이 맏사위인 조민영(趙敏永, 17811834)에게 물려주고 후손인 조원구(趙元九, 19001951)에게 이르게 되었는데, 이후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이 구입하여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촉잔도권」은 당나라의 시인 이백(李白, 701~762)의 시 「촉도난(蜀道難)」을 주제로 촉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촉잔’이라는 제목은 그림 속 표현에 「촉도난」 중 "하늘에 건 사다리와 절벽에 놓은 잔도…[然後天梯石棧相勾連 上有橫下斷海之浮雲 下有衝派逆折之回川…...中略]"라는 구절과 일치하는 장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청색, 녹색, 엷은 붉은 색을 맑게 칠했으며 단풍 든 나무 표현을 통하여 가을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
종이 바탕에 담채로 그렸으며 크기는 세로 58㎝, 가로 818㎝이다. 황색, 적색, 청색의 무늬가 있는 연두색 바탕의 비단에 장황되어 있는 횡권(橫卷)이다. 분리된 그림과 발문의 연결 부위를 재부착하였으며, 1936년 구입 당시 손상이 심했던 것을 교토로 보내 그림값에 필적하는 거금을 들여 재생한 것이다. 화면의 손상 부위가 군데군데 있지만 전체적인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화권의 앞면에 심유진의 아들 심래영이 1798년에 쓴 발문이 별지로 재부착되었고 1948년에 쓴 오세창의 표제와 발문을 함께 장황하였다. 그림의 말미에는 "남송의 대가 이당의 필법을 따라 1768년 음력 8월에 촉잔을 그렸다[戊子仲秋倣李唐蜀棧].”는 관지와 "현재(玄齋)"라는 관서가 적혀 있다.
1768년 8월의 제작 연대와 주문자 집안 후손의 기록에 제작 경위가 밝혀져 있어 자료적 가치가 크다. 또한 심사정이 평생을 걸쳐 이룩한 모든 화법을 집대성하여 완성한 말년의 득의작(得意作)으로 특히 당시 사람들이 높이 평가했던 그의 붓기술이 모두 망라되었다.
8m가 넘는 크기의 대형 두루마리 그림으로 이인문(李寅文, 1745~1823 이후)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의 선구(先驅)로서 ‘촉도’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듯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색감과 다채로운 붓질로 아름답게 표현하여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통산수의 높은 경지를 보여준다. 2018년 6월 27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