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문법연구』는 저자의 『조선문전요령(朝鮮文典要領)』(1927)에 제시된 품사 분류체계를 일부 수정하고 여기에 문장론을 추가하여 저술한 문법서이다.
1책, 사륙판 420쪽, 1946년 서울신문사 발행.
『조선문법연구』에서는 문자, 음성, 품사, 문장과 관련한 내용을 크게 6집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집은 ‘문자와 음성’이라는 제목 하에 정음의 변천과 정리, 발음 원리와 발음 변화, 철자법 등을 다루었다. 2집은 ‘기본연구의 멧가지’라는 제목 하에 품사분류, 음조(音調), 음전(音轉), 중어(重語), 시간형(時間形), 존경형(尊敬形) 등을 다루었다. 3∼5집은 ‘품사론’을 상·중·하로 나누어 다루고 있는데, 품사론(상)에서는 명사, 대명사, 수사를, 품사론(중)에서는 동사, 형용사, 부사, 감탄사를, 품사론(하)에서는 후치사(後置詞), 접속사, 종결사를 다루고 있다. 6집은 ‘문장론’이라는 제목 하에 문장과 구조, 어(語)와 절(節)의 배치, 어와 절의 변화, 문장의 양식, 문장의 조응(照應) 등을 다루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문법체계는 저자가 『조선문전요령』에서 제시한 문법체계를 수정한 것이다. 이전에 격사(格詞)와 후계사(後系詞)로 분류했던 것을 후치사로 통합하였고, 이전에 명사에 포함했던 대명사와 수사를 독립시킴으로써, 이전의 9품사 체계를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감탄사, 후치사, 접속사, 종결사’의 10품사 체계로 수정하였다. 또한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문장론’을 추가하여 문장성분(이 책에서의 어語)으로서 ‘주어, 객어, 서술어, 보족어, 관계어, 수식어’를 설정하였다.
이 책에서 제시한 문법체계의 특징으로 주목할 것은, 품사체계에서 조사(후치사)를 독립적인 품사로 설정하였고, 어미를 독립적인 품사로 설정하면서 ‘접속사’와 ‘종결사’로 구분한 점이다. 또한 문장성분으로 ‘주어, 객어, 서술어, 보족어(보어), 수식어’ 이외에 ‘관계어’를 설정한 것도 독특한 점인데, 저자는 관계어를 “일어(一語)나 일문(一文)에 대하여 어떠한 관계(關係)만을 표(表)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이때 문장에 대한 관계를 표하는 것은 현대 문법의 ‘독립어’에 해당하는 것이고, 문장 내 각 성분에 대한 관계를 표하는 것은 “내가 서울을 간다.”, “그 사람의 힘이 부족(不足)하다.”, “내가 손으로 비단을 짜다.” 등에서 ‘서울을, 그 사람의, 손으로’가 해당된다.
홍기문은 라틴문법의 8품사 체계를 기준으로 하되 우리말의 특성을 고려하여 독특한 품사체계를 설정하였다. 라틴문법의 전치사에 대응하여 조사를 후치사로 설정한 것이나, 어미를 접속사와 종결사로 구분한 것은 문법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화하여 우리말 문법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문장성분으로 관계어를 설정한 시도는 문장 내에서 단어의 기능에 대한 치밀한 관찰의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우리말의 문법적 특징을 정교하게 기술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