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3.16m. 승탑은 선암사 무우전(無憂殿)에서 동북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무우전 뒤의 비전(碑殿)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능선을 올라가면 평평한 대지가 나온다. 대지의 주변은 한적한 편이어서, 승탑이 처음부터 이곳에 위치했을 것으로 보인다.
승탑은 바닥돌부터 상륜부까지 단면이 모두 8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신라 승탑의 전형적인 양식인 8각원당형(圓堂形)을 계승한 셈이다. 하나의 돌로 만들어진 바닥돌에는 윗면에 굄을 돋을새김하고서 다시 그 위에 각 면마다 안상(眼象)이 조각된 또 다른 높직한 굄을 두었다. 아래받침돌의 옆면에는 구름 무늬가 조각되었고, 윗면에는 약간 튀어나온 1단의 반전형(反轉形) 굄이 새겨져 있다. 가운데받침돌과 윗받침돌은 하나의 돌로 구성되었는데, 가운데받침돌의 윗부분에는 물결 무늬가 조각되었다. 윗받침돌에는 꽃잎이 위로 솟은 앙련(仰蓮)의 연꽃 무늬 8개를 큼직하게 둘러 새겼으며, 그 위로는 제법 높직한 굄이 있다.
몸돌은 윗부분이 아래부분보다 좁은 편으로, 맨 아래부분에 높직한 굄이 있다. 8각의 각 면에는 네모난 테두리를 소박하게 둘렀는데, 앞면에는 안쪽에 봉황을 새긴 문비(門扉)가 조각되어 있고, 그 좌우 옆면에는 인왕상이 돋을새김되었으며, 뒷면에는 문고리만을 장식한 문비가 새겨져 있다.
지붕돌은 얕고 넓은 편으로, 밑면에는 너비가 제법 차이나는 2단의 받침이 있다. 윗면인 낙수면은 전체적으로 평박(平薄)한 편이지만, 각 모서리마다 내림마루인 우동(隅棟)이 뚜렷하고, 전각(轉角)에는 귀꽃이 두텁게 장식되어 있다. 머리장식인 상륜부는 지붕돌 꼭대기에 마련한 굄 위에 놓여 있는데, 앙화(仰花), 보개(寶蓋), 보륜(寶輪), 보주(寶珠) 등이 차례로 올려져 있다. 다만 단면이 8각인 보개의 각 모서리마다 귀꽃이 큼직하게 장식되어 화사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승탑은 지붕돌 모서리가 일부 파손되었지만, 대체로 원래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전체적인 조형과 함께 구름 무늬와 연꽃 무늬 등의 새김 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에 조성된 석조물을대표하는 우수한 승탑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