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권 14책. 필사본. 1670년(현종 11)경에 완성되었으나 공간(公刊)되지 않았다가 1798년(정조 22) 그의 7대손 진락(進洛)에 의하여 일부분이 판각되었으나 역시 간행되지는 못하였다. 뒤에 『대동야승(大東野乘)』을 편찬하면서 그 일부를 수록하였으며, 1986년 태학사(太學社)에서 3책으로 완질 영인하여 간행하였다.
서(序) · 발(跋)이 없으며, 내용은 각 왕조별로 인물사전식으로 편찬되어 있다. 제1권에서 제3권까지는 역사편으로 고조선의 단군에서 고려 공양왕까지와 궁예 · 견훤 · 말갈 · 거란 · 몽고 · 왜(倭)의 순서로 적었다.
제4권에서 제14권까지는 인물편으로 신라인 62명, 고구려인 23명, 백제인 8명, 고려인 526명, 조선 전기(임진왜란 이전)인 455명으로, 모두 1,074명이 수록되었다. 이들을 각 왕조별 · 성씨별로 분류함으로써 오늘날의 인명사전과 같은 편찬 체재를 갖추어 각 인물에 대하여 그 내용을 찾아보기 쉽게 하였다.
이 책은 원래 그의 선인 권문해(權文海)가 편찬한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인물조에 수록된 사람들 중에서 사환(仕宦)을 한 사람들만 선별하여 수록하면서, 그들의 학문과 일화들을 중심으로 보완, 정리한 일종의 인물사적인 문헌설화집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대동운부군옥』과는 상호 연결되는 자매 편이 되는 셈이며, 최초의 인물사전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거기에다가 저자가 이 책을 편찬할 때 인용한 서목을 보면 오늘날 전해지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우리의 고대사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문헌 섭렵이 광범하여 임진왜란 이전까지의 고문헌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값진 도움을 받게 한다. 우리의 고대사에 대한 인용서목에는 『고구려사(高句麗史)』 · 『백제사(百濟史)』 · 『신라사(新羅史)』등이 보여 『삼국사기』 이외의 다른 역사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내용 중 여말 선초(麗末鮮初)의 격동기에 사환에 나갔던 각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뒷이야기가 많아서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상대(上代)의 역사 또는 상고시대에 대한 기록들은 정사와 야사를 잘 접목시켜 국초의 세가(世家)를 영속적인 역사 발전으로 보고 있는 점이 또한 특이하다.
역대 인물을 중심으로 한 문헌설화집은 조선 후기에 주로 많이 간행되었으며, 그 수록 대상도 대부분 작자들이 활동하였던 중기 이후였으나,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대부분 상고에서 조선 전기를 그 수록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일실된 자료를 많이 참고하였기 때문에 이 방면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원본은 저자의 종손 영기(榮基)의 소유인 선조 유물 보관처 백승재(百承齋)에 필사본 상태로 전하며, 약간의 목판각이 함께 보관되어 있다. 『죽소일기』와 함께 1983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