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 대웅전(국보, 2009년 지정) 후불벽에 그려졌던 벽화로 1997년 그 위에 걸어놓았던 탱화를 떼어내자 전모가 드러났다. 높이 361cm, 길이 401.5cm 규모의 가로가 약간 긴 화면이며, 테두리는 화려한 꽃무늬로 구획되었고 그 안에 석가모니불의 영취산 법회인 영산회상의 장면이 그려졌다. 화면에는 매우 많은 존상들이 표현되었는데 화면 상부의 천상계와 하부의 구름층을 제외한 주제는 크게 3단으로 구성되었다. 화면의 중심에는 석가모니불과 문수, 보현보살의 삼존좌상이 크게 자리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보살, 제자, 범천, 제석천, 사천왕 팔부중 및 천부중 등의 권속이 가득히 늘어서 있다.
본존불은 원형의 두광과 신광 안에서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있다. 좌우협시보살 역시 원형의 두광과 신광을 지니고 있으며 본존처럼 설법인을 취한 모습이다. 본존의 대좌 앞에는 구름 위로 보탑이 솟아나는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 이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견보탑품(見寶塔品)의 내용을 묘사한 것으로 이 그림이 영산회상도임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요소이다.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무릎을 꿇고 합장한 인물은 역시 법화경 서품에서 언급한 아사세태자이다. 이러한 설법인을 취한 삼존의 모습과 보탑 출현장면은 「소자본묘법연화경권1-7」(1286년. 리움소장. 보물, 1981년 지정), 안심사(安心寺) 간행 「묘법연화경변상도」(1405년), 화암사(花岩寺) 간행 「묘법연화경변상도」(1443년)와 같은 조선초기까지의 법화경변상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사세태자의 표현 역시 위의 「소자본묘법연화경권1-7」변상도와 상원사 문수동자상 복장 출토 「묘법연화경합부」변상도(1404년) 등에서 볼수 있다. 삼존의 표현양식도 조선초기 경전변상도 및 불화의 양식과 유사한데 특히 일본 지은사(知恩寺) 소장 「관경변상도」(1435년)의 삼존과 매우 유사하며, 화면 윗부분에 그려진 천개(天蓋)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비록 현재는 벽체의 균열과 인위적인 훼손 등으로 손상이 심한 상태이지만 이상의 특징을 통해 볼 때 이 벽화는 조선시대 영산회상도의 도상이 묘법연화경 변상도를 기본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며, 이러한 도상이 간략화되고 변화되어 조선후기의 도상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양식적으로도 조선초기 불화와 공통됨은 물론 대웅전 해체수리시 종보 하단의 통보아지 상면에서 발견된 「대웅전중창기」(1435년)와 정면 어칸 기둥의 묵서명(1436년) 등을 종합해 볼때 이 벽화는 대웅전이 중창된 1435년 무렵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남아있는 후불벽화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도상적으로 조선시대 영산회상도 도상의 조형(祖型)으로 간주될수 있으며, 양식적으로는 고려에서 조선 초기로 이어지는 불화양식의 변화과정을 증명해주는 매우 중요한 불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