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묵(遺墨)은 두 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시는 임계(臨溪) 강심(姜深)의 「임계정시(臨溪亭詩)」이고, 두 번째 시는 강심의 「임계정시」를 차운한 것으로 경차관(敬差官) 김행(金行)이 지은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감암산 아래 설매마을 / 시냇가 띠집은 대밭이 대문이네 / 요즘 병이 많아 인적이 끊어지니 / 아침부터 혼자 앉아 황혼에 이르네[紺巖山下雪梅村 茅屋臨溪竹作門 多病年來人跡絶 終朝獨坐到黃昏].”라는 임계 강심이 지은 시[臨溪翁題]가 쓰여 있다.
이어서 “산이 싸고 골이 안아 절로 이룬 마을 / 속세의 화복이 이르지 않는 곳이로세 / 앉아 대밭 보면 맑은 생각 넉넉하니 / 한 바탕 봄잠에 흐릿함을 맡겨 보세[山圍水抱谷自成村 不是人間禍福文 坐對竹林淸意足 一場春睡林昏昏].”라는 김행이 차운한 시[金行次韻]가 쓰여 있다.
그리고 “경술년 겨울에 세황이 추가하여 쓰다[庚戌冬世晃追書].”라고 쓰여 있다. 이 두 편의 시는 『진양강씨세고(晉陽姜氏世稿)』 「임계공실기(臨溪公實記)」에도 실려 있다.
세로로 긴 종이에 두 편의 시를 나란히 썼다. 오른쪽에는 강심의 시, 왼쪽에는 김행의 시를 나란히 쓰고 각각 시의 작자를 표기해 두었다. 미불(米芾)과 동기창(董其昌) 행서에 기반한 강세황 행서의 전형적인 서풍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강세황 유묵은 진주에 세거하는 진주강씨 은열공파의 후손으로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강덕룡의 부친에 관한 시를 담고 있기에 경상남도와 관련된 유묵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姜世晃 行草 豹菴遺彩)와 함께 강세황의 가장 말년의 작품이라는 가치를 갖는 국가유산이다. 2017년 12월 4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