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서는 해서와 초서의 중간 형태로 해서의 획을 약간 흘려 쓰는 한자 서체이다. 중국 동한의 유덕승이 창시하고 왕희지·왕헌지 부자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행서는 크게 진서에 가깝되 흘려 쓴 진행과 초서에 가까우나 덜 흘려 쓴 초행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행압서·진행·행해·초행·행초·소행초·반초행서 등의 종류가 있다. 행서는 해서나 초서와 함께 쓰기도 하고 해·행·초 3체를 혼합해 쓰기도 한다. 행서의 조화와 변화를 적절히 구사하면 서법으로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이룬다. 행서는 알아보기 쉽고 간이하여 일상생활에 많이 쓰는 서체이다.
동한(東漢)의 유덕승(劉德昇)이 창시하였다고 하고, 진(晉)나라의 위항(闈恒)은 위초(魏初)의 종요(鍾繇)와 호소(胡昭)가 유덕승에게 배워 행서법(行書法)을 썼다고 하였다. 종유 삼체(三體) 중의 하나가 행압서(行押書), 곧 행서이며, 왕희지(王羲之) · 왕헌지(王獻之) 부자에게 이르러 완성되었다. 행서는 두 가지로 나누어져, 청나라의 유희재(劉熙載)는 “행서에 진행(眞行)과 초행(草行)이 있는데, 진행은 진에 가깝되 흘린 것이고, 초행은 초에 가까우나 덜 흘린 것”이라 하였다.
행서는 해서와 같이 섞어 쓰기도 하고, 초서와 함께 쓰기도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해 · 행 · 초 3체를 혼합해 쓰기도 하여 그 조화와 변화를 적절히 구사하면 서법으로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역대의 서가(書家)들은 행서에 치중하여 힘쓰고, 더욱 주의한다. 이 행서의 종류로는 행압서 · 진행 · 행해(行楷) · 초행 · 행초(行草) · 소행초(小行草) · 반초행서(半草行書) · 선서(扇書) 등으로 경우에 따라 달리 표현하고 있다.
① 행압서:행서의 초기 칭호로 ‘行狎書’라고도 표기한다. 압(押)은 서(署)로, 본래 압자(押字) 함(銜, 啣)과 같은 사인(sign)에 근거를 두고 생긴 명칭이다.
② 진행:비교적 진서(眞書)에 가까운 행서를 말하며, 진(眞)을 겸한 것으로 해행(楷行) 또는 행해라고도 부른다.
③ 행해:진행과 같은 것으로 일설에는 해행이라 하여 본래 해서이면서 행서에 가까운 것을 말하기도 하며 세분하기 어렵다. 『동기창론행해(董其昌論行楷)』에 “당비(唐碑)에 행해인 것이 많으니 회인(懷仁)의 삼장성교서(三藏聖敎序)를 소왕체(小王體)라 하는 것으로 모든 비가 이것을 닮았다.”고 하였다.
④ 초행:비교적 유동(流動)하여 초서에 가까운 행서로 행초라고도 한다. 장회관은 “진을 겸한 것을 진행이라 하며 초를 띤 것을 행초라고 말한다.”고 하여 행초와 초행을 습관상 혼용하고 있있다.
⑤ 행초:두 가지 뜻으로 하나는 초행과 같고, 하나는 행서와 초서를 가리킨다.
⑥ 소행초:형체가 비교적 작은 행서.
⑦ 반초행서:장회관이 『서의(書議)』에 말하기를 “왕헌지법(王獻之法)은 초도 아니고 행도 아닌, 초에 흐르기 편하며, 행을 열어 초 또한 그 중간에 있게 하며, 굳세며 빼어나되 간이(簡易)하기에 힘썼다.”고 하였는데, 이와 같은 서체를 말한다.
⑧ 선서:행 · 초 사이의 서체이다. 근대의 심매수(沈寐叟)가 『잡가언(雜家言)』에서 말하기를 “선서라는 것은 행 · 초 사이에 있어서 빠르게 쓰는 뜻을 취하였다.”고 하여 반초행서와 같은 것이다.
서체는 항상 필획의 복잡함을 덜어 간이하고 빠르기를 구하여 변하였다. 그리하여 해서는 행서로, 다시 초서에 이르렀으나 초서는 알아보기 어려워 널리 쓰이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필(帶筆)로서 단독감(單獨感)이 연속감(連續感)에 이르게 된다. 행서는 알아보기 쉽고 또 간이하여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는 서체로 더욱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