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괘는 자연계 구성의 기본이 되는 하늘 · 땅 · 못 · 불 · 지진 · 바람 · 물 · 산 등을 상징한다. 그 명칭과 의미를 정약용(丁若鏞)은 〈표〉와 같이 도표화한 바 있다.
八卦 | 卦象 | 卦德 | 人倫 | 人品 | 遠取 | 近取 | 物色 | 器物 | 雜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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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乾天 | ☰ | 健 | 父 | 賓 | 馬 | 首 | 大赤 | 金玉 | 永 |
二坤地 | ☷ | 順 | 母 | 衆人 | 牛 | 腹 | 黑 | 釜 | 布 |
三震雷 | ☳ | 動 | 長男 | 君子 | 龍 | 足 | 蒼 | 簋 | 稼 |
四巽風 | ☴ | 入 | 長女 | 主人 | 鷄 | 股 | 白 | 繩 | 臭 |
五坎水 | ☵ | 陷 | 中男 | 盜 | 豕 | 耳 | 赤 | 弓 | 血 |
六離火 | ☲ | 麗 | 中女 | 武人 | 雉 | 目 | 甲冑 | 墉 | |
七艮山 | ☶ | 止 | 少男 | 小人 | 狗 | 手 | 節 | 門闕 | |
八兌澤 | ☱ | 說 | 少女 | 巫 | 羊 | 口 | 甁 | 剛鹵 | |
〈표〉 팔괘의 명칭과 의미 |
괘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이어진 선(─)과 끊어진 선(–)인데, 이것은 일종의 범주로서 서로 반대되는 모든 현상과 관계성을 상징한다.
≪주역≫에서는 강유(剛柔) 혹은 음양(陰陽)으로 불리는데, 후에 음효(陰爻, ――)와 양효(陽爻, ─)로 명명되었다. 음효와 양효가 세 개씩 겹쳐질 때 나타날 수 있는 경우가 모두 여덟 가지이기 때문에 팔괘가 성립되었다.
≪주역≫에는 팔괘 성립에 대해 세 가지의 해석이 나와 있다.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하늘이 신물(神物)을 낳았으니 성인이 그것을 본받았으며 하늘과 땅의 변화를 성인이 본받았다. 하늘이 상(象)을 드리우고 길흉을 나타내었으니 성인이 이것을 본뜨고, 하도(河圖)와 낙서(洛書)가 나오니 성인이 이것을 본받았다.”
“옛날 포희씨(包犧氏)가 천하에 왕 노릇 할 때 위로는 하늘에서 상(象)을 관찰하고 아래로 땅에서 법(法)을 살피고 새와 짐승의 무늬와 땅의 마땅함을 살펴, 가까이는 자기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사물에서 취해 이에 팔괘를 지었다.”
첫 번째의 것은 복서(卜筮)할 때 서죽(筮竹)을 사용하여 괘를 뽑는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서, 팔괘 성립의 수리적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팔괘 내지 ≪주역≫의 신비적 계기를 말한다. 특히, 황하(黃河)에서 용마(龍馬)가 지고 나온 이른바 하도는 복희팔괘(伏羲八卦)의 직접적 근거라는 전설이 통설로 되어 있다.
세번째는 팔괘 성립의 합리적 해석이다. 자연과 인간의 모든 현상을 관찰, 그 경험적 내용을 귀납해 얻은 원리로서 팔괘를 그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고대의 결승문자에서 유래했다는 설, 남방 전래설 등 이설(異說)이 많다.
복희팔괘도(伏羲八卦圖)와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는 ≪주역≫ 본문에는 실려 있지 않다. 한대(漢代)의 상수역학(象數易學)에서 주로 논의된 것인데, 주희(朱熹)가 ≪역학계몽 易學啓蒙≫에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확정지었다.
복희팔괘도는 음양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 순서가 순리대로 되어 있으나 문왕팔괘도는 상극(相克) · 패도(卦道)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역≫은 문왕팔괘도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한다.
두 괘도(卦圖) 이외에 우리 나라의 김항(金恒)에 의해 이루어진 정역괘도(正易卦圖)가 있다. 이것은 자연과 인문이 극도로 조화된 우주의 이상과 인간 완성을 상징한다.
복희와 문왕의 괘도는 [그림 1] · [그림 2]와 같다. 팔괘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음양대대(陰陽對待)의 논리인데, 이것은 중국 문화의 기본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고대 문화의 원형적 사유 구조로서 한국 사상사를 일관하며 기능적 작용을 하고 있다.
역학적 사고와 한민족은 ≪주역≫의 점법(占法)이 은대(殷代)의 구복(龜卜)을 계승한 것이며, 근대의 구복은 동방의 골복(骨卜)을 계승한 것이라는 연원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유 구조에서도 본질적인 연관성이 있다.
우리 나라 최초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는 천신(天神 : 하늘 · 양)과 웅녀(熊女 : 땅 · 음)가 화합해 단군이 탄생되었다고 하는 음양 화합의 원형적 사고가 기본 발상을 이루고 있다. 고대 부여(夫餘)시대에 점사(占事)를 행할 때는 소를 잡아 소 발굽이 합쳐지면 길(吉)하고 벌어지면 흉(凶)한 것으로 판명했는데, 이것은 음양이 화합하면 길하고 불화하면 흉하다는 역(易)의 음양 사상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합자위길(合者爲吉 : 합쳐지면 길하다)’이라는 음양화합의 사상은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일화에도 나타난다.
화평(和平)한 소리로 천하를 감화시켰다는 만파식적은 신비한 대나무로 만든 것인데, 이 나무는 산과 합쳐졌을 때 소리가 났다고 한다. 합쳐진 연후에 소리가 난다고 하는 것은 부여의 점사(占事)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음을 상징하는 거북과 양을 상징하는 용이 보이며, 고분 벽화의 사신도(四神圖)에도 음양 화합의 형상이 보인다.
또한 음양 사상은 한민족 최대의 문화적 성과인 훈민정음 창제의 기본적 논리 구조를 이루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의 제자해(制字解)를 보면 처음에 “천지의 도(道)는 오직 음양오행일 뿐이다.”라고 하였고, “곤괘(坤卦)와 복괘(復卦)의 사이가 태극이 되며 동(動)하고 정(靜)한 후에 음양이 된다.”고 해 역리(易理)가 훈민정음의 기본 원리가 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훈민정음은 이렇게 음양 조화라고 하는 천지 자연의 이법(理法)에 근거해 천지 자연의 성음(聲音)을 따라서 천지 자연의 문(文)을 지은 것이라 하였다.
한민족과 ≪주역≫ 팔괘와의 관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태극기다. 중앙에 음양 화합을 상징하는 태극이 있고, 건곤감리(乾坤坎離)가 있는데, 건곤은 천지(天地)를 의미하고 감리(坎離)는 중남 · 중녀(中男中女)로서 육자괘(六子卦) 가운데 음양의 중(中)을 얻어 일월주야한서(日月晝夜寒暑)의 천도 운행(天道運行)을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괘다.
이상과 같이 팔괘는 ≪주역≫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근저를 이루는 음양 사상은 한민족 문화의 원형적 사유 구조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