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야(秋夕前夜)
이에 앞서 「팔삭동(八朔童)」(『자유예원(自由藝園)』, 1923)이라는 단편이 발표되었으나, 「추석전야」가 최초의 본격적인 창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얼리즘의 미학에 바탕을 둔 이 작품은 목포의 어느 방직공장에서 여공원으로 일하는 영신(瑛信)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영신은 추석을 앞두고 딸애의 수업료와 땅세를 내어야 하고, 또 아이들에게 옷도 사주어야 한다. 또 흰쌀 한 되도 사서 늙은 시어머니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차려주려면 공장에서 받은 품삯으로는 어림도 없다. 별수 없이 공장에서 부상당한 몸을 가누며 몇 밤을 지새워 바느질품으로 겨우 일부를 보탠다. 그런데 땅주인이 공장 품삯 5원(圓) 중에서 50전만 남겨놓고 가져가 버린다. 그러자 막막해진 주인공은 신세를 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대성통곡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