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필사본. ‘훈민정음도설’이라고도 한다. 책의 표지에는 ‘경세훈민정음도설’이라고 되어 있으나, 속표지에는 ‘경세정운서설’이라고 되어 있다.
일본의 경도대학(京都大學)가와이문고(河合文庫)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1960년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국내학자들이 발견, 연세대학교에서 영인 · 간행한 바 있다.
경세정운서설 · 운섭도(韻攝圖) · 경세정운오찬(經世正韻五贊) · 성음편 · 군서절충(群書折衷)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둘째장의 운섭도이다.
운섭도는 가로로는 24자모를 배열하고 세로로는 등운(等韻)과 사성을 구별하고 있는데, 도식의 구조는 『절운지남(切韻指南)』과 같다. 각 도를 외전(外轉)과 내전(內轉)으로 구별하였는데, 외전은 저모음계열, 내전은 고모음계열로 되어 있다.
섭(攝)은 운미(韻尾)의 유형과 모음의 자질에 따라 구별되는데, 외전 · 내전이 각 8섭으로 도합 16섭으로 되어 있다. 개모(介母)는 [-w]의 개재여부에 따라 벽합(闢翕)으로 구별하는데, 벽은 개구음(開口音), 합은 합구음(合口音)을 뜻한다. 한 섭은 벽이 1도, 합이 1도, 각각 2도로 이루어져 있다.
최석정은 훈민정음의 기원을 열수상형(列宿象形)에 있다 하고, 초성의 17자는 오행의 차례(次例)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중성의 11자는 태극 · 음양 · 팔괘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 설의 근거는 최석정이 전개한 운섭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 | 2 | 3 | 4 | 5 | 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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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淸 | ㄱ | ㄴ | ㅂ | ㅈ | ㅎ | ㅅ |
2. 濁 | ㄲ | ㄸ | ㅃ | ㅉ | ᅘ | ㅆ |
3. 淸 | ㅋ | ㅌ | ㅍ | ㅊ | ᅙ | ㄹ |
4. 濁 | ᅌ | ㄴ | ㅁ | ㅇ | ᅀ | |
〈표 1〉 초성의 체계 |
甲 | 乙 | 丙 | 丁 | 戊 | 己 | 庚 | 辛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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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淸 | ㅏ | ㅑ | ㅓ | ㅕ | ㅐ | ㅒ | ㅔ | ㅖ |
2. 濁 | ㅘ | ᆄ | ㅝ | ᆑ | ㅙ | ᆅ | ㅞ | ᆒ |
3. 淸 | ᆞ | ᆝ | ㅡ | ㅗ | ᆡ | ᆝㅣ | ㅢ | ㅚ |
4. 濁 | ㅗ | ㅛ | ㅜ | ㅠ | ㅚ | ᆈ | ㅟ | ᆔ |
〈표 2〉 중성의 체계 |
최석정의 음운체계는 〈표 1〉 · 〈표 2〉와 같은 상관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운섭도는 이러한 상관체계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것은 4×6의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이 구조는 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성음창화도(皇極經世聲音唱和圖)』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도 있으나, 최석정은 체계적으로 빈 칸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태도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