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2책(乾坤). 한문필사본. 편찬 연도는 제1책의 끝에 있는 기록과 본문의 내용으로 보아 1884년(고종 21)에 착수해서 1892년에 완성한 듯하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가람문고에 있으며, 『이조한문단편집』에 두 작품이 실려 있다. 『한국야담자료집성』에 영인 수록되어 있다.
일관된 내용으로 되어 있지 않으며, 작품의 구별은 줄을 바꾸어서 표시하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해 두었고 별도의 제목을 달지 않았다. 각 책의 끝에 붙어 있는 ‘등서(謄書)’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전대의 기록에서 보고 베낀 것이다.
즉, 「허생전(許生傳)」·「야서혼(野鼠婚)」·「손순매아(孫順埋兒)」·「이완(李浣)이 도적을 만난 일」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어우야담(於于野譚)』·『천예록(天倪錄)』·『동패낙송(東稗洛誦)』·『계서야담(溪西野談)』 등의 전대 문헌에서 보고 베낀 것이다. 특히 『천예록』에 실린 작품의 절반 이상이 그대로 옮겨져 있어서 주목된다.
이처럼 전대의 문헌을 옮겨 싣는 과정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수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중복되는 이야기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며, 표현상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듯이 표현하고 있으며, 출전을 밝힌 경우는 극히 드물다.
수록 작품은 일화와 야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작자의 견해를 피력하는 시론(時論)에 해당하는 것들도 섞여 있어, 일관된 체재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화는 송사 사건과 관련된 재상들의 명판결, 유명 인물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 짓궂은 장난, 보담 등 사대부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야사는 영·정조를 중심으로 왕들의 현명함과 너그러운 면을 그리거나 궁중에서 벌어진 재미난 사건 등을 서술한 것이 대부분이고, 정치적인 사건과 관련된 것은 많지 않다. 또한 심각한 정치적 문제는 드물며, 파한(破閑: 심심풀이)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민간의 삶과 관련된 것은 거의 없으며, 주로 사대부 중에서 명재상·명판관 등 상층 인물과 관련된 것이 많다.
당시에 유행하던 동요를 소개하기도 하고, ‘먹쇠’와 같이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글 표현을 병기한 곳이 몇 군데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문헌에서 기이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듯하며, 한문 단편으로 취급할 수 있는 작품들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