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평등성 실현이라는 이념 아래 고교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여 고교교육의 균등화를 추진하는 정책이다. 고등학교 경쟁입학시험을 없앤 무시험추첨배정을 의미한다. 1974년 학령인구의 급증, 사교육문제, 입시위주의 수업, 학생건강문제, 고교서열화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되어 중등교육정책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학력하향화, 학교선택권 제약, 사립학교 운영의 자율성 침해, 경쟁력 부족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지금은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되어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고교 진학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교육적 문제 해결을 위하여 실시된 정책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초등학교 진학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대되었으며,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학교 진학 욕구가 급팽창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등교육의 제한된 교육기회로 인하여 입시 경쟁이 과열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문제화되면서 1969년도부터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를 채택하였다. 당시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가 의도한 목표는 초등학생의 정상적인 발달 촉진, 초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중학교의 극심한 학교차 해소, 학부모의 교육비 감소와 일류중학교 관념의 불식 등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입학시험의 폐지는 당시 제시되었던 사회적, 교육적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1969년 실시된 “중학교 무시험제도”와 비슷한 이유에서 실시되는데, 여기에서 비슷한 이유란 과열 입시경쟁으로 인한 교육적,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의미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열된 입시 경쟁은 중학생들에게 과중한 입시부담을 초래하여 이들의 건전한 정신적, 신체적 발달을 저해한다. 둘째, 중학교육이 고등학교 입시준비 교육으로 변질되어 중학교의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셋째, 과열 과외의 성행으로 학교교육이 도외시되어 학교교육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다. 넷째, 과중한 과외비 부담으로 경제적으로 곤궁에 처하게 된 학부모들이 많다. 다섯째, 명문고등학교들이 대도시에 밀집해 있어 인구의 도시집중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섯째, 과외비의 부담 능력이 입학 가능 학교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과 일류, 이류 간의 학교시설, 교원 및 학생의 질에 있어서의 현격한 격차는 사회계층 간의 위화감을 증대시켜 사회적 화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상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입시를 폐지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고려사항은 학교교육의 보편화와 대중화 과정에서 선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해방과 전쟁 이후 학교교육을 통한 상향적 사회이동에 대한 열의가 증가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진학 열풍이 강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이 선발된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엘리트주의에 기초하던 시대에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 모두 받아야 한다는 대중주의 방식으로의 전환 단계에서 경쟁 선발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경쟁입시가 폐지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50년 동안 유지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였다. 주요 쟁점으로는 학력의 하향 평준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박탈, 사학의 자율성 침해, 교육의 경쟁력 약화 등 크게 네 가지 정도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력의 하향 평준화는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전반적인 학력을 상향시켰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제시되었다. 학교선택권의 문제는 특수목적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만들어 내는 논리가 되었으나, 평준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하여 선지원 제도를 적용하여 보완하고 있다. 사학의 자율성 부분도 자율형사립고 정책으로 어느 정도 보완되었으며, 국제경쟁력 약화 문제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평준화냐 비평준화냐는 사실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학생들 사이의 학업성취도 차이가 학교 내[within-school]에서 존재하도록 하는가 아니면 학교 간[between schools]에 존재하도록 하느냐이다. 학생들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려는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면 비평준화, 평준화 제도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문제이다. 국가경쟁력 제고, 교육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교육적 노력을 변화시켜 나가야 하며, 단지 입시제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고등학교 취학률은 거의 100% 수준의 완전 취학에 가깝다. 이러한 교육의 양적 팽창을 무시하고 경쟁입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학생의 학교선택권이나 개별화 교육은 학교 간 차별화를 통해 실현시킬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향후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며, 학급당 학생수가 계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해 본다면 학교 내에서도 다양한 선택형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으며, 다양한 교육방법의 적용도 가능하다. 2025학년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갖는 여러 어려움을 보완하는 새로운 정책이 될 것이다. 학교 내에서 교육과정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고교평준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교육체제의 다양화를 위한 제도의 유연성 확보는 평준화를 유지하는 조건 속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현재 농어촌, 특성화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자율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프로그램의 특성화가 정착된 학교를 대상으로 등록금 책정권을 제외한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에서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학교운영의 자율화를 추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평준화 제도가 어느 정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준화를 유지하면서도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평준화 제도의 근간이 유지되는 한에서 다양한 교육체제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평등성과 효율성, 수월성 교육의 적절한 조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적어도 공교육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의 문제이며 철학적 문제이다. 이는 교육 기회 평등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 31조 1항의 정신을 반영한 공교육의 기본이 되는 제도이다. 학생의 가정배경에 따라서 다니는 고등학교가 차이나도록 한다면 교육을 통한 사회적 통합, 사회적 이동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질적으로 우수하며 평등한 고등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받도록 하는 체제, 그것이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