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1970년대 중반에 고교 입시 과열로 인한 교육문제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시되었다.
1960년대에 중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1969년에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초등학교에서의 입시위주 교육은 사라지게 되었으나, 고교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되었다.
그 당시 중학교 교육은 세칭 일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 교육으로 변질되어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즉 입시준비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학생의 전인적 발달이 저해되었고,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행해지는 과외수업 등에 과도한 사교육비를 부담하게 되어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풍조까지도 만연하게 되었다.
더구나 각각의 고등학교는 학생, 교원, 시설 등에서 심한 격차를 드러내며 세칭 1류고와 3류고 등으로 분류되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위화감까지 조성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고교 입시에 따른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중등교육이 당면하고 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당시 문교부)는 이를 토대로 고교 입시제도 개선 및 평준화 정책의 추진을 위한 기본방향을 수립하였다.
그 당시 수립된 고교평준화정책의 기본방향은 ①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촉진하고, ② 고등학교의 평준화를 기하여 학교간 격차를 해소함은 물론, ③ 과학 및 실업교육을 진흥시키고, ④ 지역간 교육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⑤ 국민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며, ⑥ 학생인구의 대도시 집중경향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고교평준화정책은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하여 그 이듬해에는 대구, 인천, 광주로 확대되고, 1979∼1980년에는 중소도시 지역까지 확대되어 1981년에는 21개 도시지역으로 확대되었다. 그 후 소도시 지역의 경우 평준화정책의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논쟁이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평준화정책을 폐지하였다.
그러나 그 중 일부 지역에서는 평준화정책으로 다시 환원하기도 하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평준화정책을 추가로 채택하면서 2000년 현재 17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고교평준화정책은 정책 입안 당시 설정했던 정책목표의 달성도 측면에서 볼 때 지난 20년간 시행되어 오면서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고등학교간의 심한 교육격차를 해소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그리고 중학교 학생들을 과중한 입시 부담에서 해방시켜 전인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고, 고입 재수생 문제와 중학생들의 과열 과외를 해소시켰다. 또한 지역간 교육 격차가 완화되어 지역간 균형 발전과 대도시 인구 집중을 억제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평준화정책의 실시는 아울러 학습집단의 이질화로 인해 고등학교 수업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사학의 자율성 위축 및 경영난을 가중시키며,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특히 학습집단의 이질화는 수업의 효율성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측면에서 ‘하향 평준화’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고, 사학의 자율성 위축으로 다양한 사학의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정책 수혜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보면, 학부모와 교사들은 대체로 위에 나타난 정책목표의 달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평준화정책 실시로 나타난 부작용을 강조하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고교평준화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행된 여러 차례의 고교평준화정책에 대한 정책 수혜자의 찬반 의견조사에서는 대체로 평준화정책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평준화정책을 폐지하자는 의견보다는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고교평준화정책에 관해서는 찬반 논리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고교평준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중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과열과외와 재수생 발생을 방지하며, 학교간 교육격차를 완화하여 치열한 고교 입시에 따른 문제와 부작용 등을 해소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반면에 고교평준화정책을 폐지하고 고교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는 논리는 교육의 수월성 추구, 사학 운영의 자율성 신장, 학생에 대한 학교선택 기회의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이 현행 고교평준화정책은 계속 유지해야 할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과 타당한 논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폐지해야 할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과 타당한 논리가 있다. 이념적으로 대비할 때 평준화정책을 유지하는 방향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평등 이념을 강조하게 되고, 평준화정책을 폐지하는 방향에서는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라는 자유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고교평준화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해당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교육정책에서 평등과 자유 이념을 조화롭게 절충하고, 평준화정책의 유지와 폐지 각각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교육문제와 부작용을 극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