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철(姜晉哲)이 지은 1980년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되었다.
모두 8장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제1장에서 통일신라기의 토지제도로서 장적문서에 보이는 연수유전답(烟受有田畓) 등의 각종 토지와, 녹읍(祿邑)·식읍(食邑) 및 전장(田莊)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고려 건국 당시 이들 토지가 호족들에 의해 지배되어 가는 상황과 함께, 고려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토지분급제인 940년(태조 23)의 역분전제도(役分田制度)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기를 거쳐 고려 전기 토지제도의 근간이 되는 전시과가 976년(경종 1)에 처음 정해지나(시정전시과), 그 뒤 998년(목종 1)에 개정되고(개정전시과), 1076년(문종 30)에 이르러 다시 고쳐진다(갱정전시과). 이처럼 몇 번에 걸쳐 개정되는 각 시기 전시과의 내용과 성격·의의 등과 함께 또 따로 설정되는 별정전시과(別定田柴科)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제3장이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이 체제 아래에서 분급, 지배되는 각종 토지를 공전(公田)과 사전(私田)으로 나누고, 소유권과 수조권 이론에 근거한 그의 개념과 더불어 지목 하나하나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양반전과 공음전시 및 한인전·구분전·향리전·군인전·궁원전·사원전 등은 사전으로, 민전과 내장전·공해전·둔전·학전·적전은 공전으로 분류했다.
제6장은 조세·공부(貢賦)·요역 등 농민이 졌던 부담에 관한 설명이다. 제7장은 전시과 체제가 그 체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사회 생산력이 발전함으로써 무너지는 과정과, 이후의 농장제로 이행되는 과정을 살폈다.
끝으로 제8장에서는 전시과 체제와 관련된 제문제로서, 종래 모든 토지는 국유, 즉 공유였다는 토지국유 제설에 관한 비판과 균전제(均田制) 시행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제시한다. 아울러 전결제(田結制) 문제에 이어서 공전·사전의 구분에 따른 차율수조(差率收租) 문제를 지대(地代)·지세론(地稅論)과 관련지어 다루고 있다.
맨 뒤에는 결론에 해당되는 부분으로서, 토지 지배 관계와 수취 양식의 측면에서 전시과 농민이 가지는 성격과 그에 근거를 둔 시대 구분의 측면까지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우선 그 체재가 고려시대의 토지제도를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개설서적 성격을 띠면서도 양식이나 풍부한 사료, 견실한 논지 등은 장·절 하나하나가 개별 논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최초의 고려시대 토지제도에 관한 체계적·종합적 학술서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사학사에서도 일정한 의미를 지니는 저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