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자장을 10만 년 정도의 충분히 긴 시간에 걸쳐 평균하면 지구의 중심에 자기쌍극자(磁氣雙極子)가 위치한 것과 거의 같은 형태의 자장을 가지게 됨이 알려져 있다.
쌍극자장의 경우 지구표면의 한 지점에서 측정한 복각을 I라 하면 그 지점과 지자기 북극과의 각 거리 ○는 관계식 2cot○=tanⅠ로써 구하여진다. 따라서, 잔류자기의 복각을 측정함으로써 암석이 생성될 당시의 지구자장의 형태를 알 수 있게 된다.
잔류자기의 종류에는 열잔류자기(熱殘留磁氣)·퇴적잔류자기(堆積殘留磁氣)·화학적 잔류자기(化學的殘留磁氣) 등이 있다.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 가운데 자철석(磁鐵石)·적철석(赤鐵石) 등은 강자성(强磁性) 광물이다.
열잔류자기는 마그마가 냉각되면서 화성암을 생성할 때 이들 강자성 광물들이 그 당시 지구자장의 방향으로 자화(磁化)되어 형성된다.
이 열잔류자기는 매우 안정하여서 형성된 뒤 지구자장이 변해도 영향을 받지 않고 화성암 내에 원래의 방향으로 남게 된다. 퇴적잔류자기는 화성암이 풍화, 침식될 때 열잔류자기를 갖는 작은 입자들로 분해되고, 물 속에 침전하여 퇴적암을 생성함으로써 퇴적 당시 지구자장의 방향으로 입자들이 배열하여 형성된다.
화학적 잔류자기는 퇴적물이 고화되어 퇴적암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에 의하여 강자성 광물들이 새로 생성됨으로써 형성되는데, 높은 온도에서 심성암·화산암·변성암 등에 화학적 변화가 발생하여 형성되기도 한다.
암석이 생성된 이후에도 여러 가지 물리적·화학적 원인에 의하여 새로운 잔류자기가 추가하여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 추가잔류자기를 전기적·열적·화학적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고지자기는 지질시대를 통한 지구자장의 역전(逆轉)과 극의 이동을 밝힘으로써 대륙이동설을 부활시켜 판구조론(板構造論)을 정립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으며, 또한 암석들의 시대적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고지자기의 연구결과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의 하나는 극이동(極移動)으로서, 특히 각 대륙에서 결정된 극이동의 곡선이 서로 다르게 나타남으로써 대륙들이 과거 지질시대를 통하여 상대적인 수평운동을 하였다는 대륙이동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였다.
예로서, 북미대륙이 석탄기(石炭紀) 이후에 약 4,000㎞ 서쪽으로 이동하였으며, 인도가 백악기(白堊紀) 이후 약 50° 북상하여, 이 대륙들의 이동은 각기 대서양 및 히말라야산맥의 생성과 연관되어 있다.
고지자기의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지구자장의 역전으로서, 지자기극이 지질시대를 통하여 10만 내지 100만 년의 간격을 두고 정반대로 바뀌어왔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은 해저산맥과 평행하게 지구자장의 세기가 대칭적으로 증가, 감소하는 지자기이상(地磁氣異常)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으며, 해저확장설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지구자장역전의 시간표가 전세계적으로 결정됨에 따라 이 시간표는 암석들의 생성을 시간적으로 연관시키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의 고지자기 연구는 최근에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으며, 한반도의 고생대(古生代)·중생대(中生代)·신생대(新生代) 암석들의 잔류자기의 측정과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1964년 김봉균(金鳳均)은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전곡(全谷)과 포항(浦項)에 분포하는 신생대 용암류에 대한 고지자기 연구를 하였다.
이후 1966년 킨즐(Kinzle)과 샤론(Scharon)이 남한의 중생대 백악기 암석들과 일본의 고생대 후기와 중생대 암석들을 고지자기학적으로 비교, 연구하여 보았다.
1980년 일본 학자들에 의하여 남한의 중생대 백악기 암석에 대한 고지자기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한반도 지각은 중생대 백악기 이후 안정된 상태로 지속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1983년 이대성(李大聲) 등은 추가령열곡(楸哥嶺裂谷)의 지구조적(地構造的) 해석에서 중생대 백악기 현무암의 자성방향은 산재되어 나타났으며, 한탄강을 따라 분포하는 신생대 제4기(第四紀) 현무암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1986년 원종관(元鍾寬) 등이 제주도 조면암류에 대한 고지자기 연구와 절대연령 연구를 통하여, 제주도가 신생대 제4기 동안에 약 2.3㎝/year의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해내었다.
1984년까지 한반도의 고지자기에 대한 연구는 남한의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암석들에 대한 연구였으나, 1986년 김광호(金光浩)·정봉일(鄭鳳日)에 의하여 고생대 페름기 이후 중생대 쥐라기까지의 연구도 수행되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한반도는 페름기에 북위 13°±7°, 쥐라기 초에 북위 25°±9°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 뒤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여 쥐라기 말에는 아시아대륙과 한반도가 충돌하였고, 이때 반시계 방향으로 약 70° 회전하였다고 하였다. 이들 고지자기의 연구를 통하여 점차 한반도 지각의 지체구조적 특성과 진화과정이 밝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