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는 공청회가 전형적인 주민 참여의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공청회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 수렴하여 이를 국가시책이나 사회제도 입안에 반영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므로 보통 ‘여론청취’,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공공회합’, 또는 주민들이 알고자 하는 사항에 관하여 관계기관에서 직접 해답을 듣는 기능도 가진다는 뜻에서 ‘공공질의’라고도 하며 민의반영 차원의 제도이다.
공청회는 그 성질상 민주주의 이념에 기초를 둔 주민 참여의 한 형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구미제국에서 일찍이 채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주민자치의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에서는 지방행정 자체가 바로 주민의 정치 참여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였기 때문에 공청회가 널리 이용되어 왔다.
미국에서도 1946년에 제정된 <행정절차법>에 의해 공청회가 법제화되어 있다. 일본은 국회 및 지방의회의 위원회가 개최하는 공청회제도와 행정기관이 주관하는 공청회제도 등 두 종류가 있다.
우리 나라는 왕권지배체제와 일제의 식민지정책 등으로 전통적으로 공청회제도가 운용될 수 없었다. 그러나 공청회와 비슷한 기능과 성격을 가진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는 신하들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고자 하여 구언(求言)과 같은 제도를 두었으며, 신문고제도를 운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경연·서연과 같이 왕이나 왕세자가 학덕과 명망이 높은 인물들과 유교경전을 강론하는 한편 시정의 득실을 의논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비로소 공청회제도가 활용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는 공청회제도는 국회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것과 행정기관에서 실시하는 것,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 및 민간기관에서 제도 개선 및 여론 수렴을 위하여 개최하는 것 등이 있다.
국회 위원회는 개헌안·예산안·세법안 등의 안건, 또는 전문지식을 요하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국회 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 경우, 안건·일시·장소·진술인·경비, 기타 참고사항을 기재한 문서로 의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진술인의 선정과 발언시간은 위원회에서 정하며, 진술인의 발언은 그 의견을 듣고자 하는 안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청회는 그 위원회의 회의로 함으로써 이 제도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특히 1991년 30여년 만의 지방자치제 재실시에 따라 주민 참여의 욕구가 증대되고 이에 따른 지역 현안을 푸는 주요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행정기관에서의 공청회 실시는 1960년대까지도 미진하여 관 주도의 정책이나 제도의 입안이 선행되었으며, 민의 반영이라는 차원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였다. 이는 사회단체나 민간기관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 뒤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측면에서의 국가시책의 확대와 제도의 개선 및 발전, 그리고 국민의식의 향상은 공청회제도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1970년대 후반 도시계획 및 도시재개발이 활발히 진척됨에 따라 도시개발 전문가의 제언과 주민의 의견을 청취,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도시계획법>과 <도시계획법시행령> 등을 개정하면서 공청회제도를 정식으로 법규로써 명문화하였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법>에서는 장기 도시개발의 방향 및 도시계획 입안의 지침이 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할 때, 시장·군수는 반드시 공청회를 열어 지역주민이나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이를 도시기본계획 수립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또한, 시장·군수가 도시계획을 입안하고자 할 때도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여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이러한 공청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도시계획법시행령>에서는 시장·군수로 하여금 공청회의 개최 목적, 개최 예정 일시 및 장소, 입안하고자 하는 도시 기본계획의 개요와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그 지방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에 공청회 개최 예정일 14일 전까지 1회 이상 공고해야 한다.
도시계획구역 단위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경우, 필요에 따라 수개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열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공청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제출하고자 하는 자는 공청회 개최예정일 7일 전까지 시장·군수에게 서면으로 의견 요지를 제출해야 하며, 시장·군수는 이를 토대로 공청회에서 진술할 사람(전문가 포함)을 선정할 수 있다.
더불어 도시계획 입안에 즈음하여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자 할 때도 그 도시계획안의 내용을 그 지방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에 1회 이상 공고하고, 14일간 일반에게 공람하여 주지시키도록 하며, 그 내용에 의견이 있는 자로 하여금 공람기간 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게 하였다.
그 밖에 교육부 주관의 교육제도 및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 지방자치 실시를 위한 전국 각 지역 시·도 주관의 공청회, 보건사회부 주관의 의료보험 및 국민연금 실시에 따른 공청회 등, 행정기관별로 중요한 국가정책이나 사회제도의 입안 및 개선을 목적으로 관 주도하의 민의 반영을 위한 공청회의 개최와 함께 주민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단체 및 민간기관의 공청회 실시는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국가시책의 확대와 제도개선 및 도입에 따른 국회와 행정기관 공청회의 활성화와 때를 같이하여 다양한 공청회나 세미나·심포지엄 등이 개최되었다.
민간 차원의 사회단체 및 민간기관이 주관하는 공청회는 국회나 행정기관에서 개최하는 공청회와는 달리 폭넓은 주제와 자유로운 토론, 깊이 있고 솔직한 내용 접근과 문제제기, 원초적인 공감대 형성 및 여론화와 이를 통한 국회나 행정기관으로의 1차적 수렴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 의의와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단체 및 민간기관이 실시하는 공청회는 상당히 많으며 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
공청회의 기능 및 효과로는 ① 일반 국민의 지혜를 모아 정부시책에 반영시키고, 합리적인 정책입안과 법령의 제정·개폐를 실현시키는 효과를 낳고, ② 행정기관은 공청회를 통해 피부에 와 닿는 국민의 소리와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여론의 소재와 변동상황을 파악하여 정책에 흡수할 수 있으며, 정책에 따라서는 주민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③ 국민들은 그들이 알고자 하는 지역문제에 관하여 직접 묻고 답변을 들음으로써 의문이나 의혹을 풀 수 있기 때문에 공청회는 정부와 국민 간의 다리 구실을 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고, ④ 행정절차의 하나로 규정할 때는 그것은 바로 행정의 민주화를 의미하며, ⑤ 정부의 중요한 시책이나 주민들의 권익에 직결되는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주민통제가 가능해지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하나이다.
우리 나라의 행정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토속신앙의 유산, 유교의 유산, 그리고 식민통치의 유산이기 때문에 관(官)이 절대 지배자로 군림해 왔고, 따라서 민중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행정문화의 뿌리가 매우 깊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광복 후 민주주의가 채택된 이후에도 그 구체적 발현형태인 공청회가 별로 활용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우리 나라는 지속적인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함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급격히 향상되었고, 정치의식 수준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 성장과 아울러 시민정신이 계속 높아지면 향후 주민 참여의 욕구가 더욱 분출될 것이므로, 각 분야에서 공청회가 활발하게 개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