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筆寫本).
총 3종의 이본(異本)이 있는데 모두 낙질본(落帙本)으로 전한다. 홍태한(洪泰漢) 소장본 2권 2책, 홍두선(洪斗善) 소장본 8권 8책, 김준영 소장본 7권 7책이다. 3종의 이본 모두 국문 필사본이다.
12권만 존재하는 홍태한본과 310권만 존재하는 홍두선본은 본래 하나의 질(帙)을 이루었던 것이 분할된 것이다. 김준영본은 1권과 3~8권만 전한다.
홍태한본의 필사 시기는 1773년(영조 49) 2월이다. 홍태한본의 필사를 주도한 ‘일궁ᄌᆞ가’와 ‘이궁ᄌᆞ가’는 정조의 두 여동생인 청연군주(淸衍郡主)와 청선군주(淸璿郡主)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홍두선본을 통해서는 정조의 후궁이 된 의빈성씨(宜嬪成氏, 1753~1786)가 필사에 참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준영본은 1839년(헌종 5)에 필사된 이본이다.
‘몽옥기린전(夢玉麒麟傳)’이라고도 불리는 「몽옥쌍봉연록(夢玉雙鳳緣錄)」의 후편이다. 이 작품의 후편으로 「차천기합(釵釧奇合)」이 이어지고 있어 3부 연작형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전하는 이본에서는 '곽장양문록'이라는 하나의 표제를 내세우고, 「곽장양문록」과 「차천기합」 두 작품을 합본해 놓았다. 「몽옥쌍봉연록」은 장씨 가문 중심, 「곽장양문록」은 곽씨 가문 중심, 「차천기합」은 장씨 가문 중심으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어 ‘가문 변동형’ 연작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당(唐)나라 덕종(德宗) 때 좌승상(左丞相) 장홍의 장녀 광염은 분양왕(汾陽王) 곽자의(郭子儀)의 증손(曾孫) 선경과 혼인한다. 선경은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고 올곧은 광염과 금슬(琴瑟)이 좋지 못해 주씨 · 한씨 · 이씨 · 가씨를 차례로 맞아들인다. 한씨는 자색(姿色)과 성덕을 갖춘 광염이 일시적으로 홀대(忽待)를 받고 있지만 결국 선경의 애정을 독점할 것으로 판단하고 모해(謀害)를 결심한다. 한씨는 광염과 가씨를 모해하여 축출(逐出)하고, 악행을 감추기 위해 시어머니인 양 부인마저 곽씨 집안에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 그 와중에 경원병(涇原兵)의 난리로 인해 양 부인이 실종되는데, 광염이 우여곡절 끝에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는 양 부인을 찾아 선약(仙藥)으로 회생(回生)시킨다.
한편 악행이 들통나 축출된 한씨는 황제의 후궁 마재인과 결탁하여 곽씨 가문을 모해한다. 이에 따라 선경은 유배(流配)되고 광염은 궁궐의 노비가 되지만, 광염이 황제의 신임(信任) 을 얻어 선경을 유배에서 풀려나게 한다. 선경은 유배지에서 양옥초라는 미인을 얻는데, 양옥초는 회서(淮西)의 반란에서 선경을 도와 공을 세운다. 한씨와 마재인은 황위를 찬탈(簒奪)하려다가 죽임을 당하고, 선경과 광염은 화목한 부부 관계를 이룬다.
안남왕(安南王) 장홍의 넷째 아들 혜는 곽애의 차녀 현요와 정혼(定婚)했는데, 현요의 어머니 승평공주가 혜의 호탕함을 보고 혼약(婚約)을 파기(破棄)한다. 현요는 부모를 속이고 황제의 양녀가 되어 혜와 혼인하지만, 두 사람은 한동안 화목하지 못한 사이로 지낸다. 이후 혜는 마씨 · 이씨를 연이어 부인으로 맞이하고, 이씨의 서형(庶兄)을 소실(小室)로 삼는다.
이씨의 계모 황씨는 이씨 형제를 미워하여, 선경과 혜를 전쟁에 내보낸 후 혜의 아내들을 모해하여 유배를 가게 만든다. 도중에 이씨 남매는 적벽강에서 도적의 습격을 받아 물에 빠지지만, 유모에게 구조되어 살아나고 혜도 마침내 누명을 벗는다. 한편 조정(朝廷)에서 간신(奸臣)이 세력을 얻고 왕성하게 활동하자, 선경과 혜는 은거(隱居)한다. 황씨는 혜의 첩(妾) 혜란을 시켜 이씨 남매에게 간부(姦夫)가 있다고 모함한다. 혜가 이씨 남매를 죽이려 하자 두 사람은 현요의 지시대로 달아난다. 시간이 흐른 후 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이후의 내용은 낙질(落帙)이라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작에 나오는 결말의 기록을 통해, 선경은 헌종(憲宗) 즉위 후 번진(藩鎭)을 토벌하여 연왕이 되고 혜는 회서를 평정(平定)하여 제음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곽장양문록」의 시대적 배경은 당나라 덕종~헌종 연간(年間)이며, 허구적인 내용이지만 기본적인 역사의 흐름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내용을 구성하였다.
이 작품은 「몽옥쌍봉연록」에서 장홍이 진태강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인 장광염과 장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광염과 혜가 거듭 곽씨 가문과 혼인하도록 하여 내용 전개의 폭을 두 가문으로 확장하고, 각 가문에 새로운 구성원이 진입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와 그 해결 과정을 반복적으로 서사화(敍事化)하였다. 마지막에는 가문의 연합을 통한 동반자적(同伴者的) 번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양문록형(兩門錄型) [가문소설이다.
양문록형 가문소설은 보편적인 서사 구조를 지닌다. 우선 혼사(婚事) 단락(段落)을 중심으로 전 · 후반부를 결합하여 다양한 서사를 전개한다. 다음으로 교차(交叉) · 중복 서술을 통해 여성 인물을 부각하고, 영웅 서사를 활용하여 통속성(通俗性)을 확보하며, 실제 혼례 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여성 중심의 시각을 보인다. 또한 양문록은 영웅소설(英雄小說)과 가문소설을 결합하고, 여성 중심 서사와 여성 가문을 부각하는 서사적 특성이 있다. 「곽장양문록」은 이러한 양문록형 가문소설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으며, 국문 대장편 소설사에서 차지하는 위상(位相)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