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숙은 신라 진평왕 때 화랑 호세랑(好世郎)의 낭도로 있었는데, 호세랑이 화랑의 명부에서 이름을 면하게 되자, 적선촌(赤善村)에 은거하며 20여년을 보냈다. 당시의 국선(화랑)이었던 구참공이 혜숙이 살던 들에 가서 하루 종일 사냥을 하자, 혜숙이 말고삐를 잡고 청하기를, "소승이 따라 가고 싶은데 좋겠습니?"라고 하니, 허락하였다.
둘이서 얼마쯤 길을 가다가 쉬는 동안 혜숙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게 되었다. 혜숙도 같이 먹으며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혜숙은 “지금 맛있는 고기가 더 있으니 드릴까요?” 하고 묻자 승낙했다.
혜숙이 자기 다리의 살에 베어 소반에 올려놓아 바치자, 옷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에 구참공이 깜짝 놀라 말하기를, "어뗗게 된 일이냐?'라고 하니, 혜숙이 "공이 오직 살육에 몰두하여 남을 해쳐서 자기를 살찌울 뿐이니 어찌 어진 사람이나 군자가 할 일이겠습니까?"라고 말하고, 옷을 떨치고 가버렸다. 공이 몹시 부끄러워하여 혜숙이 먹은 데를 살펴보니 소반 위의 고기가 그대로 있었다. 공이 매우 이상하게 여겨 조정에 들어와 아뢰니, 진평왕이 사자를 보내 혜숙을 궁궐로 데려오도록 하였으나, 혜숙이 여자의 침상에 누워 자는 체하자, 사자가 중도에 돌아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