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5년(헌종 11) 은진송씨(恩津宋氏)가 지은 규방가사(집). 1권 1책. 한글필사본. 총 72면. <금ᄒᆡᆼ일긔>와 <휵양가> 2편의 내방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금ᄒᆡᆼ일긔>는 763구, <휵양가>는 137구로 모두 3·4조, 4·4조의 정연한 음수율을 지니고 있으며, 문장수사가 다양하여 대조법·과장법·비유법을 효율적으로 구사함으로써, 기·승·전·결의 서사효과를 드러냈다.
이 사본은 저자의 질부 연일정씨(延日鄭氏)가 노년기 경자년(1900)에 딸과 며느리들을 데리고 필사한 것인데, 그녀의 손자 권영덕(權寧悳)이 이어 받은 것을 사재동(史在東)이 입수하였다.
저자 송씨 부인은 송규렴(宋奎濂)의 고손인 목사 기정(基鼎)의 딸로 1803년(순조 3) 충청도 회덕에서 태어나, 숙덕(淑德)을 갖추고, 문장에 재주가 있었으며, 모든 일에 출중하였다.
권근(權近)의 후손으로 충청도 연산 반곡에 사는 형규(亨圭)에게 시집가니, 헌종대의 공주판관 권영규(權永圭)의 계수요 필사자 연일정씨의 시숙모가 된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하여 조카를 양자로 들이고 고적한 규중생활을 하면서 침선과 독서, 그리고 작문에도 힘써 그 재능을 발휘하였다.
송씨부인은 시숙 권영규가 공주판관으로 있을 때, 시어머니를 직접 가서 뵙고 손윗동서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금아(錦衙)를 방문하였다. 그 뒤에, 달포간의 일정과 가문의 영광, 그간의 정회를 적어서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이 일기를 지었다. 덧붙여 송씨 부인은 시종매 이교관댁의 아들을 대상으로 <휵양가>를 짓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19세기 중반 일반가사의 말류(末流)를 타고 내방가사로 제작된 것이 주목된다. 그 중 이 일기는 작자가 1845년 3월 초순에 논산 반곡을 출발하여 공주감영에 도달한 뒤, 그곳에서 4월 초순까지 약 한달간 생활하고 돌아오던 과정을 회상, 기술한 전형적인 가사이다.
그 내용을 단계별로 요약해보면, 친가·시가의 애환과 함께 시숙이 공주판관이 되어 임지에 이른 것을 송축하고, 동서의 초청을 받아 발행을 준비하는 심정을 서술하였다.
이어서 반곡에서 금아까지의 노정에 따라 가는 곳마다의 자연 경관과 그때 그때의 심회를 적고, 관아에 도착해서는 환영받고 인사하는 광경을 기술하였다. 그 뒤, 관사 내외의 생활습속과 각종 행사에 대해 듣고 본 일과 그에 대한 느낌을 적고, 동서의 생일잔치와 금강선유의 장관에 따른 여러 연회와 풍류의 정경을 묘사하고, 그곳을 떠나 귀가하는 과정과 이제까지의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였다.
그리고 <휵양가>에서는 그 아자(兒子)의 가계환경, 출생과정, 용 모재기(容貌才氣), 성장전망 등에 관하여 흥미롭고 희망차게 노래하였다.
이 작품은 노래가 담고 있는 폭넓은 내용으로 보아, 사친가·한별가·선유가·기행가 등의 종합적 면모를 갖춘 전형적인 내방가사이다. 이 <금행일기>는 충남지역(기호지방)에서 자생한 내방가사로서 19세기 중반에 양반가사의 전통을 이어받아 후대 작품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시가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조선 말기 관아의 풍물과 여행풍속·관행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역사적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내방가사가 서울·기호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되어 있음을 실증하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