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으로 더 잘 알려진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이 전국을 방랑하며 기이한 행동을 하였다는 설화이다. 불우한 시인이 주인공이며 글재주 시합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인물 전설의 대표적인 예이다. 김병연의 집안은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였던 조부 김익순이 항복을 했다가 집안이 망하였다. 훗날 사면을 받고 과거에 응시한 김병연이 조부 김익순의 행위를 비판하여 급제하였는데, 비판한 대상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늘을 올려볼 수 없는 죄인이라며 삿갓을 쓰고 방랑 생활을 하게 되면서 김삿갓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당대의 기사, 후대에 편찬된 『김립시집(金笠詩集)』에 설화가 실려 있으며, 오늘날까지 구전되는 설화도 적지 않다. 이 세 가지 자료는 사실에 가까운 견문에서 설화적인 창작으로의 단계적인 변모를 나타낸다.
황오(黃五)의 「김사립전(金莎笠傳)」, 신석우(申錫愚)의 「기김대립사(記金籉笠事)」 등 당대의 기사에서는 김삿갓을 가리켜, 걸인 행색을 하고 방랑하는 몰락 양반으로서 비분강개도 하고, 미친 사람인 듯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도 잘한다고 하였다. 인물과 시에 대한 소개에 치중하였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것은 싣지 않았다.
1939년 이래로 여러 차례 편찬된 『김립시집』에서는 김삿갓의 생애를 소개하고 그가 시를 지은 일화를 여럿 들고 있다. 김삿갓은 어디를 가나 천대를 받았는데, 시를 지어 서당 훈장, 절간 승려, 환갑잔치를 하는 노인 등을 우롱하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 과정에 지었다는 시는 김삿갓의 작품이라는 보장이 없고 설화와 함께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설화는 장난 같은 시로 글재주 시합하는 데서 흥미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늘날 구전되고 있는 「김삿갓 설화」는 글재주 시합의 묘미를 더욱 잘 나타낸다. 산사의 승려와 시합을 하는데, 승려가 시를 더 잘 지었지만 김삿갓은 재치가 뛰어나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한다. 김삿갓은 글이 모자라면서도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재주로 크게 행세하며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 산에서 나물 캐는 여자를 희롱하다가 그 여자가 시로 반격을 하는 통에 혼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전 설화에는 글재주 시합을 실력이 아닌 재치 경쟁으로 꾸미고 있다. 김삿갓을 능가하는 재치를 가진 사람이 김삿갓보다 지체가 낮은 쪽에 있다는 내용을 통해 세상은 겉보기로 판단할 수 없다는 교훈을 전한다.
김삿갓의 삶과 이야기는 소설, 가요, 영화 등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은 김삿갓 묘소 일대를 문학 공원화하고 '난고 김삿갓 문학관'을 건립하였으며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개칭하였다. 또한 영월 김삿갓 문화제 및 김삿갓 문학상 등을 주최하며 지역 인물의 의의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