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일청허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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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개념
맑고 깊으면서 비어 있는 듯하나 존재의 근원이 되는 기라는 뜻으로, 성리학의 이기론에서 기를 중시하는 학자들이 그 근원성을 부르는 유교용어. 성리학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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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맑고 깊으면서 비어 있는 듯하나 존재의 근원이 되는 기라는 뜻으로, 성리학의 이기론에서 기를 중시하는 학자들이 그 근원성을 부르는 유교용어. 성리학용어.
내용

‘담(湛)’은 고요한 우물처럼 맑고 깊다는 의미이고, ‘일(一)’은 근원적 통일성을 의미하니, 담일청허지기는 ‘맑고 깊으면서 비어 있는 듯하나 존재의 근원이 되는 기’라는 뜻이다.

‘기’는 전국시대 초기의 동기(銅器)에서 처음 나타난 이래 자연의 운행과 생명의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 개념이었다. 성리학에서 “모든 현상과 존재는 기로 인하여 형태가 부여되고 이(理)는 그 내재적 원리로 존재한다.”고 하여 포괄적 존재론의 구조 내에서 기를 이해하게 되었다.

기를 중시하였던 북송(北宋)의 장재(張載)는 ≪정몽 正蒙≫에서 “만물의 근원은 태허(太虛)인데, 태허는 기로 충만해 있다.”고 말하였다. 이 기는 자체 분화하고 결합하는데, 그 기의 취산(聚散)에 의해 만물은 생성, 변화, 소멸한다는 것이다.

조선 초기의 유학자였던 서경덕(徐敬德)도 장재처럼 기의 취산으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하였다. <원이기 原理氣>에서 그는 기가 구체적 형태를 이루기 이전의 담연무형(湛然無形)이 기의 본래 모습이라면서 이것을 ‘일기(一氣)’라고도 불렀다.

‘하나[一]’라는 말은 기가 본래적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분화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도록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기의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기, 즉 담일청허한 기는 늘거나 줄지 않는다. 또한 <귀신사생론 鬼神死生論>에서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같이 미미한 것도 그 기는 종내 흩어져 없어지지 않는 것인데, 하물며 사람의 정신지각같이 ‘모임’이 크고 오래된 것이랴.”라고 하였다.

서경덕의 제자 박순(朴淳)은 동일한 개념을 담일허명지기(湛一虛明之氣)라 하여 기의 ‘밝음’을 강조하면서, 이와 같은 기에 비해 이는 기의 활동 속에 있는 모종의 규칙과 같은 이차적 의의를 띨 뿐이라고 하였다. 본원적 기는 음양으로 표현한다면 음의 상태에 해당한다고도 하여 기의 본래적 정태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현상의 역동성을 강조한 이이(李珥)는, 태허의 담일청허가 음이고 그것이 음양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음양의 변화에 시초와 종말을 인정하는 불합리한 주장이라고 비판하였다. 이 오류는 이가 보편의 원리이고 이가 개체화의 원리라는 이통기국(理通氣局)을 모른 데서 연유하였다고 덧붙였다.

한국 유학사의 논쟁은 이와 기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 만큼, 담일청허지기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고 복잡하였다. 주리론(主理論)의 득세와 함께 빛을 잃었던 담일청허지기의 위치는 18세기 임성주(任聖周)에서 다시 복원된다. 그는 극단적인 이 우위의 입장인 이일분수설(理一分殊說)을 반대하고, 기의 자체운동을 긍정하는 기일분수(氣一分殊)를 내세웠다.

궁극원리인 태극(太極)은 이가 아니라 기이며, 원기(元氣)의 담일성(湛一性)은 기의 상대적 차이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나 숨쉬고 있다고 주장해 이이의 설을 비판하였다. 또한 담일청허한 기는 음양오행의 과정 전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음이라고도 할 수 없다면서 서경덕이나 박순의 견해와도 달리하였다.

이와 같은 경향은 이와 기가 서로 섞일 수도 없지만 서로 떨어질 수도 없는 존재라고 하면서도, 궁극적 존재를 이로만 규정하는 주장에 대한 반발 또는 보완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이는 작용성이 없는 존재로 규정해 기에만 작용성을 인정하면서도 태극에서 만물이 생겨난다고 하는 모순에 대한 보완을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참고문헌

『성리대전(性理大全)』
『율곡전서(栗谷全書)』(이이)
『녹문집(鹿門集)』(임성주)
『화담급문제현집』(여강출판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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