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경승지와 경주를 여행한 견문록이다. 박종의 문집인 『당주집(鐺洲集)』 권15 「유록(遊錄)」에 실려 있다.
1767년(영조 43) 9월 25일 이눌(李訥)과 함께 경주 나들이를 시작하여 3도(道) 27군(郡) 1,110리(里)를 걸어 그 해 동짓달 2일까지 39일간의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먼저 바다를 낀 수천 리 연안을 따라 진행된 여행의 괴로움과 즐거움, 민속의 특이한 모습, 농촌생활의 상이함, 고래가 물을 뿜으며 나타나는 것, 교룡(蛟龍)의 출몰, 해와 달의 뜨고 짐, 구름과 안개의 변화상 등 형형색색의 경이로운 광경들을 모두 시 또는 기행록으로 싣고 있다.
그리고 안변의 학포(鶴浦),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평해의 월송정(越松亭) 등과 같은 이른바 관동팔경(關東八景)을 두루 살펴보고 그곳의 특징을 기록하였다.
그밖에 오죽헌(烏竹軒)의 내력도 아울러 기술하고 있다. 이상의 지역은 모두 해안을 끼고 펼쳐져 있는 관동지방의 경승지이다.
박종이 여행의 목적지로 삼은 곳은 신라의 고도인 경주이다. 그곳의 고적과 풍물에 대한 언급이 이 글의 후반부를 구성하고 있다. 작자의 본관이 경주이므로 경주 여행은 작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박종은 경주의 5릉(陵)을 답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림(始林), 첨성대, 반월성, 봉황대, 옛 불탑, 포석정, 옛 피리, 옛 종, 불국사 등에 대하여 실증적으로 고찰하여 기록하여 놓고 있다.
박종의 고증적 자세는 아주 철저하여 신라 고도에 대한 인문지리적 실상을 알려준다. 그리고 탑파·건축양식의 연구에도 좋은 자료가 된다. 작자가 관람한 「신라십무(新羅十舞)」는 우리나라 고전무용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동경유록」의 특징은 다른 기행문들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여정의 상황을 연속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먼저 지리적인 사항의 상세한 기록을 제시하고 작자가 답사한 곳의 중요한 고적에 관한 규모와 특징을 고증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단순한 여행의 느낌을 기록한 주관적 기록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 현장의 객관적 검토를 가능하게 하는 가치를 함께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