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2월 정음사(正音社)에서 간행된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대표작의 하나이다. 전체가 5연 17행으로 되어 있으나, 4연의 기승전결로 보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6연으로 나누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 형식에 대한 이런 이의는 시상의 전개에 따른 관점의 차이로 제기된 것이다.
‘또 다른 고향’이라는 시제는 물론, ‘백골’과 함께 고향에 돌아왔다는 시적 발상법조차도 범상하지가 않다. 시적 자아인 ‘나’와 ‘백골’, 곧 시신(屍身)이 만나는 장소가 다름 아닌 고향이라는 것이다. 일상적 향수의 대상으로서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은 따스함보다는 어둡고 음산한 공포의 장(場)으로서 형상화되고 있다. 작자의 이러한 불안의식은 곧바로 2연과 4연의 우주로 통하는 ‘어둔 방(房)’과 어둠을 지키는 ‘지조높은 개’로 이어지는데, 항상 쫓기는 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대상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3연의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을 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나’와 ‘백골’과 ‘아름다운 혼’은 각기 분리된 자아인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된다. 자아성찰의 한 과정으로서 특히 ‘아름다운 혼’은 이 시의 주제 연이라 할 수 있는 5연으로 이어진다. 쫓기는 사람처럼 백골 몰래 또 다른 고향, 곧 이상세계로 가겠다는 의지력으로 표상되어 있다. ‘나’와 ‘백골’과 ‘아름다운 혼’과 ‘지조높은 개’ 등의 이미지가 순차적으로 전개되어 ‘또 다른 고향’으로 귀결된다.
이 시에서 시적 자아인 ‘내’가 돌아온 고향, 또는 가야할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의 함의(含意)는 극히 다양하다. 작자의 전기적 차원에서 보는 관점이나, 암담하였던 조국 현실 또는 이상세계로 보는 관점 모두가 그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부여된다. 한마디로 이 시는 어두운 밤의 상황과 새로운 이상세계, 곧 현실과 이상과의 상반되는 모순의 역설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