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5월부터 7월까지 3회에 걸쳐 『신동아(新東亞)』에 연재, 발표되었다. 1930년대의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 관계의 긴장 및 소외감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의 작가적 위치를 확립시켜준 작품이자 간판 작품으로 일컬어질 정도의 대표작이다.
주인공 P는 대학을 나온 실직 인텔리로서 극도의 빈궁에 시달린다. 구직을 위하여 동분서주하던 P는 어느 날 모신문사의 K사장을 찾아가 채용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K사장은 P에게 도시에서 직장을 구할 것이 아니라 농촌에 가서 봉사 활동이나 하라는 동문서답격의 충고를 한다. 당장 먹을 것마저 없는 P는 K사장의 말이 ‘엉터리없는 수작’임을 절감하면서, 인텔리를 양산하고는 외면하는 역사와 사회를 원망한다.
집으로 돌아온 P에게는 형으로부터 온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혼한 아내가 낳은 아들을 양육해온 형은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으니 데려가라는 것이다. 아들을 데려오기는 하지만 학교에는 보내지 않으리라고 P는 결심한다. 인텔리를 만드는 것은 곧 아이의 장래를 참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 찾아온 친구인 H와 M을 따라 거리로 나온 P는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마침내 H의 책을 전당포에 잡힌 돈으로 동관의 윤락가로 가서 술을 마신다. 술이 취했을 때 계집아이 하나가 화대가 이십 전이라도 좋으니 자고 가라고 붙들자 P는 정조의 값이 너무 싸다는 데 충격을 받고, 있는 돈을 다 털어 내던지고 그곳을 나온다. 며칠 후 P는 친분이 있는 어느 인쇄소 문선과장에게 아들을 견습공으로 채용해줄 것을 부탁한다. 아들이 서울에 온 다음날 아침 P는 아들을 인쇄소에 데려다 맡긴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인텔리가 양산된 역사적 배경과 인텔리의 현실적인 위치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묘사하는 한편, 인텔리에게 응분의 대우를 보장해주지 않는 일본 식민지 사회에 대한 깊은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P가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인쇄소 견습공으로 취직시키는 것은 자기 모순적 행동을 통하여 현실에 반항하는 것으로서, 인텔리의 처우에 대한 작가 자신의 항의를 간접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의 레디 · 메이드 인생이란 기성품 인생이라는 뜻으로, 좁게는 식민지시대의 인텔리, 넓게는 궁핍한 한국민 전체의 삶의 양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1930년대 채만식의 작품에는 인텔리 문제를 다룬 것이 많은데, 특히 이 작품은 이 문제의 근저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자조적인 자기 풍자나 반어 등 어휘적 측면에서도 작가의 탁월함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