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조광(朝光)』 10·11·12월호에 발표되었다. •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무능력함과 생활고를 주제로 한 내용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을 다루고 있는데, 작자의 앞선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과 같은 의미선상에 놓인다.
주인공 범수는 대학을 나왔으나 직업이 없고, 아내 영주도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으나 역시 집안에서 삯바느질을 하여 근근이 하루살이로 살아가는 각박한 삶에 시달리고 있다. 범수는 이력서를 몇 군데 내어놓고 소식을 기다리나 아무런 기대도 걸지 못하고 지낸다. 갑갑증을 풀기 위하여 종로에 나가 금방에서 도심(盜心)을 품어보기도 하지만, 도적질도 할 주제가 못되는 자신을 조소한다.
16년간의 교육이 금비녀 한 개를 훔치는 데도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자조한다. P라는 친구를 만나 점심 대접을 받는 자리에서 그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P가 변소에 간 사이에 지폐 한두 장을 훔치려 하나 그것도 되지 않는다. 저녁 때 빈손으로 귀가하는 길에, 일본인 마을의 여유 있는 삶의 풍경을 보고 삶의 격심한 차이를 실감한다.
한편, 삯바느질감을 받아 몇 십 전의 돈을 얻은 아내 영주는 저녁을 지어놓고 가족들을 기다리던 중, 아이들이 두부를 훔친 것이 문제가 되자 충격을 받는다. 범수는 낮에 도둑질도 못한 자신에 반하여, 그의 아이들이 그러한 일을 감행한 것을 알고 자신보다 나은 것을 실감한다. 다음날 아내는 둘째 아들을 사립학교에 넣으려 집을 나서고, 범수는 큰아들을 서비스 공장 직공으로 취직시키려 뒤이어 출발한다는 줄거리다.
식민지시대 지식인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사실적 필치로 잘 묘사되고 있다. 특히, 지식인이 현실을 대하는 자기기만적 성향을 스스로 고발하는 반어적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그 기법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