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강과 낙동강의 지류인 단장천이 흐르는 해발 20m 높이의 언덕 위에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터전이 있었다. 이곳은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선리, 울산광역시 울주군 이천리에 걸친 밀양강 수계에 속하는 다목적댐을 건설하기 위한 지표조사 중에 발견되었다. 밀양댐으로 물속에 잠기기 전에는 인동 장씨 집성촌이 있던 자리에서 27,000년 전의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다.
밀양고례리사화동유적(密陽古禮里사화洞遺蹟)은 부산대학교 박물관에서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서쪽과 동쪽 두 지역으로 나뉘어서 발굴 조사를 하였다.
안산암질 응회암으로 된 기반암 위로 7개 층 가운데 구석기시대 문화층(文化層)은 명갈색 점토층의 Ⅱ층(상부 문화층)과 Ⅲ층(하부 문화층)이다. 27,000~25,000년 전, 일본 규슈〔九州〕 지역의 화산 중 하나인 아이라-탄자와(Aira-Tanzawa) 화산재(火山灰), AT가 Ⅲ층 하부에서 검출되었다.
출토 석기는 모두 7,908점으로 서쪽 지점에서 3,537점이 출토되었고, 동쪽 지점에서 4,371점이 출토되었다. 고례리에서 출토된 슴베찌르개는 일본 규슈 지역의 이와토〔岩戶〕 D유적 등에서 출토된 박편첨두기(剝片尖頭器)와 아주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슴베찌르개가 일본 내 박편첨두기의 기원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돌은 유적 앞을 흐르던 단장천과 주변 1㎞ 안에서 채집하였다. 돌감〔原石〕은 이암과 혼펠스(hornfels) 계통을 주로 사용했다. 규암이나 석영암은 돌감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며, 흑요석(黑曜石)도 발견되지 않았다.
상부 문화층(Ⅱ층)에서 출토된 석기 종류는 돌날, 긁개, 톱니날, 찌르개, 홈날석기, 슴베찌르개, 뚜르개, 칼, 갈돌류 등이다. 20㎝가 넘는 초대형 돌날이 출토되었다. 하부 문화층(Ⅲ층)은 대형 돌날도 있지만, 10㎝ 이하의 중 · 소형 돌날이 대부분이었다.
돌날 기법은 능조정(crest) 기법과 능조정을 하지 않는 기법이 있다. 능조정돌날은 단양 수양개 유적과 진안 진그늘 유적에서도 출토되었다. 돌날을 떼기 위한 몸체인 다양한 돌날몸돌과 타면재생격지가 출토되었다. 밀양고례리사화동유적은 석기 제작 장소로 슴베찌르개의 제작 과정을 보여 주는 서로 붙는 유물도 확인되었다.
후기 구석기시대의 밀양고례리사화동유적은 단양 수양개 유적, 진안 진그늘 유적, 대전 용산동 유적, 울산 신화리 유적과 함께 동북아시아 지역 현생인류의 확산, 우리나라 돌날 문화와 돌날 기법을 연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