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248면. 작자의 제2시집으로 1959년 통문관(通文館)에서 발행하였고, 장정은 김환기(金煥基)가 맡았다. 표지에는 ‘시선(詩選)’이라 되어 있으며 첫 시집 『석초시집(石艸詩集)』에 실렸던 것을 재수록한 것까지 포함하여 총 56편의 시를 5편으로 나누어 싣고 있다. 작자의 ‘서(序)’와 후기에 해당하는 ‘침류장기(枕流莊記)’가 있다.
제1편 ‘바라춤’에는 「서사(序詞)」와 「바라춤」 2편, 제2편 ‘홍매루초(紅梅樓抄)’에는 「비취단장(翡翠斷章)」·「검무랑(劍舞娘)」·「돌팔매」·「멸하지 않는 것」 등 18편, 제3편 ‘서라벌 단장(斷章)’에는 「신라고도부(新羅古都賦)」1·2, 「동경(東京) 밝은 달」·「안압지(雁鴨池)」·「불국사탑(佛國寺塔)」 1·2 등 13편, 제4편 ‘패위정초(敗葦亭抄)’에는 「백조(白鳥)의 꿈」·「가야금별곡(伽倻琴別曲)」·「묘(墓)」·「춘설(春雪)」 등 12편, 제5편 ‘침류장초(枕流莊抄)’에는 「낙화(落花)」·「두견(杜鵑)」·「낙엽(落葉)의 장(章)」·「송(頌)」 등 11편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제1편의 작품들은 대개 『석초시집』에 실었던 것을 재수록한 것들이다.
이 시집에는 시인 자신의 시정신을 이루는 두 개의 기본항이 이미 뚜렷이 드러난다. 하나는 고전적·동양적 정신이라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초기 시에 속하는 「비취단장」·「검무랑」 등의 서라벌 시편들이 놓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흔히 발레리적이라 일컬어지는 지적·현대적 정신으로 「돌팔매」·「멸하지 않는 것」 등이 속한다. 현대적 정신을 보여주는 시편들은 「프로메테우스 서곡(序曲)」·「유파리노스 송가(頌歌)」 등 후기 시편과 맥이 닿게 된다.
이 시집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상이한 이 두 요소의 갈등 및 화합은 작자의 시혼을 불태우게 한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작자로 하여금 단순한 회고적 복고 취미나 외래적인 것의 가벼운 모방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견제의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이 점에 대하여 시인 스스로도 ‘야누스의 상(象)’이라 일컫고 있다. 장시(長詩) 「바라춤」은 이런 점에서 특히 이 시인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 시가문학의 전통 위에서 제작된 것으로서 정신과 육체, 빛과 어둔, 감각과 관념, 지성과 감성 등 이질적인 두 요소의 융합을 꾀함으로써 시인의 시세계와 그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시집 『바라춤』은 전통적 정서에 기반을 두고 거기에 현대적 지성을 가미하여 독특한 조화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적 중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