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대개 7월 20일경부터 8월 20일경까지가 여름방학, 12월 20일경부터 1월 20일경까지가 겨울방학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것은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의 경우이고, 대학의 방학은 이보다 길어서 7∼8월과 1∼2월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해당한다.
그러나 반드시 여름과 겨울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봄철과 가을철의 농번기에 학생들이 일손을 돕도록 하기 위해 며칠씩 학교가 수업을 쉬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각각 봄방학, 가을의 농번기 방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방학의 목적은 계속되는 학업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휴식을 취하면서 심신을 전환하며, 다음 학기의 학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있다. 또한 냉·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한 상태에서는 여름의 더운 계절과 겨울의 추운 계절에 학교에서 수업을 실시하기가 사실상 곤란하다. 따라서 더위와 추위도 방학의 중요한 한 요인이 된다.
방학이 있다는 것은 교사에게는 다른 직종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전이며, 학생에게는 학창시절의 소중한 자유시간이 될 수 있다. 이 기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은 그 동안 학교공부에 바빠서 보지 못했던 교양 및 취미 서적도 읽을 수 있고, 친구나 가족 단위의 여행을 하는 등 하고 싶었던 일들을 계획하여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근대적 교육이 실시되기 전인 조선시대 이전에는 각종 교육기관이 정비되어 있었으나 방학에 관하여는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체계적인 상태는 아니더라도 각 교육기관마다 실정에 맞는 휴식기간이 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조선시대의 최고 학부인 성균관에서는 유생들이 기숙사인 재(齋)에 기거하면서 수학하였는데, 일정 기간 동안 장기 휴식을 취하게 한 기록은 없고 매달 두 번씩 집에 다녀올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즉, 성균관 학제의 중심이 되는 <학령 學令>에서는 매월 초파일과 23일에 모든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 의복을 세탁하는 것을 허락하였으며, 이날 친척이나 벗을 만나는 것은 좋으나 활쏘기·투전·수렵·고기잡기 등의 유희를 하는 자에게는 벌을 내린다고 규정하였다. 이는 오늘날의 방학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으며, 휴일의 개념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선 초기에 종친 자제의 교육기관으로 설치된 종학(宗學)에서는 매년 6월 초부터 7월 말에 이르는 하기와 11월에서 12월에 이르는 동기에 방학이 있었으며, 매월 초하루·초파일·보름·23일에는 급가(給假:임금의 특명으로 휴가를 주는 것)로서 휴식을 취하게 하였다.
고려시대의 사학(私學)인 12도(十二徒)에서는 여름의 더운 철을 위한 피서교육 또는 계절학습으로 ‘하과(夏課)’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즉, 매년 여름철이면 정숙, 청량한 산방(山房)을 빌려 시회(詩會)도 열고 나이 순서에 의하여 앉은 뒤 법도에 맞는 조촐한 주찬(酒饌:술과 안주)을 갖기도 하였다. 일명 ‘하천도회(夏天都會)’라고도 하였으며, 주로 개경 탄현문(炭峴門) 밖에 있는 귀법사(歸法寺)와 용흥사(龍興寺)에서 행해졌는데, 여름 동안 계속하다가 가을철에 접어들면 폐하였다고 한다.
한편, 사설 초등교육기관인 서당(書堂)에서는 여름이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며 흥취를 돋우는 시와 율(律)을 읽고 짓는 것으로 일과를 삼게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전통적 교육기관에서도 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에는 휴식 또는 계절학습 등을 실시하여 학습의 능률을 올리고자 하였다. 그 뒤 신학제에 따른 교육이 실시되면서 모든 교육기관에 정규 방학이 의무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근대 이후 학교교육에서의 방학은 학생생활에서 방학이 갖는 의미와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가를 기준으로 볼 때 대개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① 제1단계는 산업화 이전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방학으로, 다소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다. 이 시기의 방학은 문자 그대로 더위와 추위를 피하여 학교를 쉬는 것, 농번기에 가사를 돌보아 주는 것, 보고 싶었던 책을 읽고 여행을 하거나 신체를 단련하는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하여 일가친척 집을 방문하는 것도 일생 동안 남는 추억의 하나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근대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의 방학이 대개 이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② 제2단계의 방학은 산업시대에 와서 상급 학교 입학시험이나 졸업 후의 취직시험을 준비하기 위하여 방학중에도 사실상 학업을 계속하는 형태의 방학을 맞이하게 되는 단계이다. 시험에 대한 경쟁이 워낙 치열해졌기 때문에 공식적인 학교의 수업은 없지만 시험 준비를 위해 강행군을 계속하게 된 것이다. 중등학교에서는 자율학습 또는 보충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방학중에도 수업이 실시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경쟁적인 사회에서 전개되는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학교의 수업에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계속되는 학업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방학 원래의 성격이 사라져 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 지(知)·정(情)·의(意) 또는 지(知)·덕(德)·체(體)를 근원적으로 발달시킨다는 전인교육의 이상에는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다. 196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로 이어지는 학교의 방학이 대략 이러한 형태이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은 입학시험을 앞둔 중·고등학생들의 방학이지만, 초등학교와 대학의 방학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③ 제3단계의 방학은 산업화가 진전되고 학교교육이 평생교육의 한 과정으로 발전해 나가며, 또한 냉·난방시설의 보급, 기계화에 의한 청소년 노동의 필요성 감소 등으로 사실상 학기 도중과 방학의 구분이 없어져 가는 상태이다. 더위와 추위가 극복되기 때문에 방학의 필요성이 감소되어 가고,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한 학교의 시설을 일 년에 몇 달씩 유휴화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반성이 나오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여름 학기, 겨울 학기 등을 개설한 대학이 있으며, 성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場)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방학 개념에서 벗어나 방학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교육계획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방학중 학생들의 활동은 학업 보충, 집안 일손 돕기, 여행, 신체 단련, 스포츠와 오락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중 대학생들의 방학과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것은 농촌봉사활동과 학비 조달을 위한 아르바이트이다.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은 일제하에서의 문맹퇴치운동과 야학 등 민족운동의 전통과도 관계가 깊을 만큼 그 역사가 길다.
1960년대까지는 대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으로 문맹 퇴치, 강연회 등을 실시해 오다가, 1969년부터 문교부의 후원을 받아 대학생의 봉사활동이 전국적인 규모로 전개되었다. 그 사업내용도 다양하여 ① 의료봉사, ② 근로봉사, ③ 생활개선, ④ 농가소득 증대, ⑤ 청소년 지도, ⑥ 기타 교육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모습도 크게 달라져 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1970년대까지는 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입학시험 준비를 도와 주는 가정교사가 큰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과열 과외가 사회문제화되어 1980년 7월 과외수업을 법적으로 금지하였고, 대학생들의 가정교사직도 금지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새로운 학비 조달방법을 모색하게 되어, 회사·은행 등의 임시 사원, 판매원, 음식점의 시간제 종업원, 노점상, 세차장과 주유소에서의 시간제 근무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1989년 3월부터는 다시 대학생에 의한 과외가 허용되면서 가정교사 역시 방학 동안의 주요한 아르바이트가 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근로의 기회를 갖고 성실하게 일하며, 사회의 한 면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학중의 아르바이트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 오면서 전인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논의되고, 방학에는 컴퓨터, 예능, 스포츠 등의 영역에서 각자가 창의적으로 자기 개발에 힘쓸 것이 강조되고 있다.
방학은 다음 학기의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학업을 위한 휴식이지 결코 학업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방학에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고 무위도식하기가 쉬우며, 때로는 탈선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
따라서 가정·학교·사회가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방학중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리고 학교측에서는 방학 동안 학교 시설이 유휴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규적인 수업 이외에 취미·교양·생활기술·사회봉사 등의 단기적인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여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봉사할 것이 새롭게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