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와 추분 사이에 들며, 음력 8월, 양력 9월 9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65°에 올 때이다.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입기일(白露入氣日)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그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이 때 우리 나라에는 장마도 걷히고 중후와 말후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다.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곡식을 넘어뜨리고 해일(海溢)의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백로가 음력 7월 중에 드는 수도 있는데 제주도와 전라남도지방에서는 그러한 해에는 오이가 잘 된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 지방에서는 백로에 날씨가 잔잔하지 않으면 오이가 다 썩는다고 믿는다.
경상남도의 섬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한다. 또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근친(覲親)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