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안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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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몽
장한몽
현대문학
개념
외국작품의 줄거리를 살리면서 자국의 언어와 전통적 유형으로 개작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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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외국작품의 줄거리를 살리면서 자국의 언어와 전통적 유형으로 개작한 소설.
내용

이 때 자국의 언어란 상정된 독자가 사용하는 쉬운 표현을 말하며, 전통적 유형이란 자국의 인명 · 지명 · 인정 · 풍속 등에 따르는 공통된 특질을 말한다.

번안은 일반적으로 번역 · 모방 · 표절 등의 문학 행위와 혼돈하기 쉬운 개념이다. 이들 모두가 의도적이라는 점은 같으나 원작을 이용하는 방법, 개작자의 창조성에 따라 각각 분별되는 개념이다.

번안은 두 언어 사이의 이행(移行)을 뜻하는 번역보다 자유롭게 개작되며 기술 습득의 의도적 방법인 모방보다 창조적이다. 더구나 남의 작품을 자작(自作)인 양 훔쳐오는 표절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한국 문학의 경우 중국 소설을 번안한 고전소설이나 서양 작가의 작품을 개작한 개화기 번안소설이 다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태평광기 太平廣記≫에서 취재한 가전(假傳)의 번안이 보이고,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삼언이박 三言二拍≫에서 취재한 번안도 나타났다. 그리고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나 <수호지 水滸志> 등 수많은 중국 소설의 수용이 많은 개작을 낳았다.

이러한 번안소설이 또다시 유행한 것은 개화기 때이다. 원작은 중국 문학에서 주로 일본 문학과 서구 문학으로 바뀌었다. 이는 외국의 문물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대의 수용 과정에서 흔히 보이는 문학의 초기 현상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번안소설은 개작자가 대체로 원작에 집착하는 방식과 원전으로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방식의 두 가지 양상이 있다. 그것은 주로 줄거리 · 배경 · 주제 · 인물 · 인정 · 풍속 등의 면에서 원작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양상이다. 따라서 개작 작품의 구성이나 문체는 각 시대의 자국 문학의 특징을 반영해주는 전형적인 예가 된다.

박이양(朴頤陽)의 <명월정 明月亭>을 예로 들어보면, 줄거리의 중요부분이나 인물의 역할과 성격은 원작인 <채소저인욕보구 蔡小姐忍辱報仇>와 일치된다. 그러나 풍속과 수사, 주제나 문체에서는 자국 문학의 전통적 유형을 특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번안소설이 가장 왕성하였던 개화기의 작품들의 상황은 대체로 다음의 〈표〉와 같다.

번안소설명 번안작가 원작명 원작자 연대 및 비고
雪中梅 具然學 雪中梅 末廣鐵腸 1908. 안동서관, 정치소설이라 명기함.
再逢春 李相協 想夫憐 渡邊霞亭 1912. 윤백남이 극단 文秀星에서 상연
雙玉淚 趙一齋 己之罪 菊池幽芳 1912.7.17.~1913.2.3. 매일신보에 연재
不如歸 趙一齋 不如歸 德富蘆花 1912.3.29. 문수성 제1회 공연으로 상연
榴花雨 金宇鎭 不如歸 德富蘆花 1913.9.15. 동양서원
杜鵑聲 鮮于日 不如歸 德富蘆花 (상)1913. (하)1913.
貞婦怨 李相協 捨小舟 黑岩淚香 1914. 매일신보에 연재, 일본번역에서 번안
明月亭 朴頣陽 蔡小姐忍辱報仇 抱甕老人 1912..7.30. 유일서관
長恨夢 趙一齋 金色夜叉 尾崎紅葉 1913.5.13.부터 매일신보에 연재 속편은 1915.5.25.부터 매일신보에 연재
海王星 李相協 Le Comte de Monte-Cristo Alexandre Dumas 1916.2.20.~1917.3.31. 매일신보 연재, 연재예고에서 번안임을 밝힘.
〈표〉 개화기의 번안소설

이러한 번안소설의 문학사적 의의에 대하여서는 지금까지 외국문학의 모방이나 전통의 단절이라는 각도에서의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견해는 김태준(金台俊)으로부터 임화(林和) · 백철(白鐵) · 조연현(趙演鉉) · 전광용(全光鏞) · 김윤식(金允植) 등의 문학사에서 일관되어왔다. 최근에는 이재선(李在銑) · 서대석(徐大錫) · 이혜순(李惠淳) · 최숙인(崔淑仁) 등이 비교문학적 관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곧, 번안소설은 처음으로 소개되는 외국 문학의 번역이 주는 이질감을 해소하고 친숙함을 느끼게 하여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수용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용 방식은 바로 자국 문학의 전통적 유형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번안 작품이 원전의 어떠한 점을 개작하였으며 또 그것이 전통성의 어떠한 맥락에 이어지는가, 또 그 방법과 이유는 무엇인가가 자국 문학의 특질을 설명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번안소설의 자국 문학의 맥락에서의 위치나 이와의 관계는 문학사의 형성에서 긴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번안소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개개 작품에 대한 비교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입증될 앞으로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로는 <소지현나삼재합 蘇知縣羅衫再合>계 번안소설을 다룬 서대석, <행락도 行樂圖>를 다룬 이혜순, <명월정> · <두견성> · <해왕성>을 다룬 최숙인, <장한몽>을 다룬 이재선의 ≪한국개화기소설연구≫가 있지만 더욱 많은 연구가 요청된다. 또한 고전시대의 번안소설에 대해서도 폭 넓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개화기소설연구』(이재선, 일조각, 1975)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김병철, 을유문화사, 1975)
『한중소설설화비교연구』(김현룡, 일지사, 1976)
「한국고전소설에 미친 명대단편소설의 영향」(신동일, 서울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85)
「蘇知縣羅衫再合系번안소설연구」(서대석, 『동서문화연구』 5, 계명대학, 1973)
「신소설 <명월정>의 번안양상」(서대석, 『국어국문학』 72·73합병호,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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