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와 『선원제전집도서』에 대한 주석서는 한동안 필사본의 형태로 유통되다가 그의 사후인 1747년에 처음으로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회암의 문인 용암 채청(龍巖彩晴)의 제자 풍곡 총활(豊谷總濶)이 스승의 뜻을 받들어 여러 사본을 수집, 대조하고, 문중의 어른인 우암 호경(雨巖護敬)과 당시의 대표적 선장(禪匠)인 함월 해원(涵月海源, 1691~1770)의 검토를 거쳐, 함경북도 길주군 성불산(成佛山) 길상암(吉祥庵)에서 간행했다. 판목은 안변 석왕사(釋王寺)에 두었다. 이어 10년 후인 1757년(영조 23)에는 경상남도 안음현(거창군 마리면과 함양군 안의면 일대) 덕유산(德裕山) 장수사(長水寺)에서 이 책을 다시 간행한 후 판목은 성주(星州) 불영산 청암사(靑巖寺)에 두었다. 이 1757년 간행본에는 용암 채청이 지은 「회암대사행적」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길상암본과 청암사본 모두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책의 서두에서 하택종, 홍주종, 우두종, 북종 등 4종의 가르침을 모았으므로 '법집'이라 하고, 그중에서도 하택종의 뜻을 특별히 드러냈으므로 '별행(록)'이라고 하였다고 제목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서 책 전체의 구조를 나누어 제시하고, 각 단락별로 과도(科圖)와 해설을 제시하였다.
전체는 서론에 해당하는 총현대의(總顯大意), 본론 부분인 정시법요(正示法要), 결론 부분인 결권관행(結勸觀行)의 3단으로 나누었으며, 이를 다시 세분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본론의 정시법요 부분은 인체중현변자심(引體中玄卞自心)과 인구중현견불법지견(引句中玄遣佛法知見) 두 가지로 구분했다.
정혜는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의 중심 내용을 체중현과 구중현으로 설명하였는데, 중하근기는 체중현, 즉 올바른 교학을 통해 깨닫음을 얻고, 상근기는 구중현, 즉 화두를 연구하여 지견(知見)의 병을 제거하고 구경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후대의 승려들은 그가 이현(二玄)으로 이 책을 해석하였다고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