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에는 ‘아니, 못’과 같은 부정소(否定素)를 이용하는 방법과 ‘비현실적, 불이익, 무관계, 미성년, 몰취미’ 등과 같이 부정접두사 ‘비(非)·, 불(不)·, 무(無)·, 미(未)·, 몰(沒)·’ 등을 이용하는 방법의 두 가지가 있다.
전자에 의한 부정을 흔히 문부정(文否定), 후자를 가진 어휘요소에 의한 부정을 어휘적 부정(語彙的否定)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부정소를 가지지 않은 문장을 긍정문(肯定文), 그러한 문장구성방식을 긍정법(肯定法)이라고 한다.
문부정을 이루는 방식에는 ‘안 먹는다, 못 먹는다’와 같이 부정소를 직접 용언 앞에 놓아 부정을 행하는 방식과, ‘먹지 않는다(아니한다), 먹지 못한다’와 같이 용언의 어간에 어미 ‘·지’를 연결한 뒤에 부정소 ‘아니’나 ‘못’을 놓고 다시 동사 ‘하다’를 첨가하는 방식의 두 가지가 있다.
전자를 편의상 ‘짧은 부정’ 혹은 ‘단형부정(短形否定)’이라 하고, 후자를 ‘긴 부정’ 혹은 ‘장형부정(長形否定)’이라 한다.
‘아니’와 ‘못’은 부정소라고 하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나 부정문을 이루는 방식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우선 ‘못’은 형용사 앞에 놓이지 못하는 큰 제약을 가진다.
‘못 좋다, 못 가늘다’ 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성립하지 못하고 대신 ‘좋지 못하다’와 같은 장형부정만이 성립한다. 단, ‘있다’는 ‘가만히 있다’와 같이 인간의 행동을 서술하는 경우에만 ‘가만히 못 있다’에서처럼 ‘못’이 앞에 놓일 수 있다.
또한 동사 앞에도 ‘못’이 쓰이지 못하는 일이 있다. ‘못 존재하다, 못 자라다(及), 못 닳다, 못 모르다, 못없다’ 등과 같이 주어의 능력이 문제되지 않는 서술어가 올 때에는 ‘못’이 쓰이지 못한다. 이는 단형부정의 ‘못’이 능력부정과 관련됨을 보인다.
반면에 이러한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못’의 장형부정은 어떤 상태나 상황에 이르지 못함을 나타낸다. ‘아니’는 특이한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형용사나 동사에 대하여 광범위한 성립성을 보인다.
즉, ‘아니’는 형용사에 대해서도 단형부정을 이룰 수 있다. 다만, ‘알다, 깨닫다’에 대하여 ‘아니’가 단형이든 장형이든 부정을 성립시키지 않는 점, ‘모르다, 없다’ 앞에 ‘아니’가 놓일 수 없는 점, ‘?안 건설하다, ?안 육박하다, ?안 울긋불긋하다, ?안 소식전하다, ?안 협박당하다’와 같이 그 어간이 다소 길어지면 단형부정이 극히 어색하게 되는 등의 제약이 있다.
‘못’을 능력부정이나 불급부정(不及否定)이라 하고 ‘아니’를 순수부정(純粹否定)이라고 할 때 ‘알다, 깨닫다’에 대하여 ‘아니’ 부정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가 순수부정 뿐 아니라 의도부정(意圖否定)의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의도부정이 특히 단형부정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모르다, 없다’의 예에서 드러난다. 장형부정에서도 똑같은 정도로 의도부정이 문제된다면 ‘안 모르다, 안 없다’와 달리 ‘모르지 않는다, 없지 않다’가 성립하는 이유가 해명되지 않는다.
한편, ‘철수가 학생이다’와 같은 명사문의 부정은 ‘아니다’(아니+이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 특이성이 지적되어 왔다. 즉, 명사문은 다른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은 단형부정과 장형부정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는 학생이잖니?’와 같은 예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이지 아니하다’와 같은 장형부정의 설정이 불가피하다. 또 ‘그는 적극적이지 못하다’와 같은 예에서 ‘못’ 부정은 장형부정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못 적극적이다’로도 ‘적극적이 못이다’로도 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아니다’가 다른 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니’가 용언 바로 앞에 놓인 단형부정의 형식임을 말한다.
이 밖에 ‘안 가지 않는다, 안 가지 못한다, 못 가지 않는다’와 같이 동일 문장에 ‘아니’나 ‘못’이 거듭 나타나는 경우를 이중부정(二重否定)이라고 한다. 이 경우 부정이 같은 요소에 대하여 두 번 행해질 때 긍정을 뜻하게 된다. 논리적으로는 부정요소가 몇 번이고 되풀이될 수 있으나 세 번 이상 되풀이되면 부자연스러워진다.
또, 양화사(量化詞)와 관련하여 ‘아무도 가지 않았다, 어떤 사람도 가지 않았다, 누구도 가지 않았다’와 같이 관련 인물이나 대상의 전체에 대해서 부정이 행해질 경우 이를 전칭부정(全稱否定)이라 하고, ‘모든 사람이 간 것은 아니다, 누구나 가지는 않았다’와 같이 부정이 관련대상의 일부에 대해서만 행해질 경우를 부분부정(部分否定)이라고 한다. 전칭부정과 부분부정간의 구별은 강세나 조사, 그리고 통사적 형식의 차이에 의존하여 생기는 측면이 강하다.
명령법의 부정, 즉 부정 명령에는 ‘·지 말다’가 쓰이는 점이 특이하다. ‘가지 말아라’와 ‘가지 말자’와 같이 명령법이나 청유법의 부정에는 ‘·지 말라’나 ‘·지 말자’가 쓰이고 ‘·지 않아라’나 ‘·지 않자’가 쓰이지 못한다.
다만 직접적인 명령이 아니라 원망이나 저주를 나타내는 문맥에서는 ‘·지 않아라’가 쓰일 수 있다. “그럴 때는 그 놈의 차가 움직이지 않아라!‘와 같은 예가 그것이다.
이 밖에 희망을 나타내는 문맥에서는 ‘·지 않다’와 ‘·지 말라’가 함께 쓰일 수 있다. “나는 그가 학교에 가지 않기를/말기를 바란다.”가 그러한 경우이다. 어휘적 부정은 그 의미도 특수하려니와, ‘행(幸)하다/불행하다, 질서하다/무질서하다, 시인하다/부인하다, 가하다/불가하다/비가(非可)하다’ 등에서 보듯이 어휘적인 특수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어형성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