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공학은 생산·판매·재무와 사람의 문제가 극히 복잡하게 관련된 학문으로, 일반적으로 다른 공학 분야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산업공학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이다. 체계 내외에서의 인간과 인간의 관계도 중요하고, 또 인간의 신체적인 기동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창의성까지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면을 중요시한다.
둘째, 통합체계에서 얻어지는 결과를 분석·평가하기 위하여 공학적인 해석과 설계의 원리·수법 및 수학·자연과학·사회과학·정보과학 등의 기술이나 지식을 활용한다. 셋째, 실용성이 높은 과학적 전문 분야인 동시에 하나의 예술이다.
넷째, 학문의 시초는 개별적인 작업의 개선 등과 같은 작업체계의 연구에서 비롯되었으나, 점차 중간 경영층의 문제, 최고 경영층의 문제로 연구대상이 확대되어 가는 학문이다.
이렇게 볼 때 산업공학의 범주에 속하는 연구대상은, 하나의 체계 안에 있는 각 개인의 소요능력·임무와 책임·위치·소요인원·조직·직무·경영방법, 체계 각 요소들에 소요되는 성능·장소·시간·조건·양·경영방법 등을 확립하는 기술이나 기법이다. 그러나 특정한 산출물을 생산하는 기술·기계 및 장비 자체의 설계는 산업공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산업공학의 발전은 공장조직의 성립과 그 ·¸ 맥을 같이하고 있는데,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공장조직이 이룩될 즈음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주장한 스미스(Smith,A.)를 산업공학 개념의 창시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뒤 역사적으로 산업공학의 발전에 가장 공이 컸던 사람은 미국에서 1900년대 초기에 활약했던 테일러(Taylor,F.)이다. 그는 과학적 방법이 모든 경영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고, 후일 ‘과학적 경영’이라고 알려진 경영철학을 창시하였다.
근대 이후의 산업공학은 수학적 기법 및 모의실험 기법, 고속도 전자계산기 및 자동화의 발달에 보조를 맞추어 크게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경영조직 및 정보체계의 설계·운영에 관한 문제의 연구, 자동화와 로봇에 관한 연구, 인간·기계체계에 관한 연구 등으로 그 영역이 확산되어 산업공학의 성격도 다변화되었다.
(1) 근대 이전의 발전사
우리 나라는 고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관·귀족·사찰에 필요한 용품 및 농민들의 일용품 등 공업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 주로 수공업적 생산에 의존해 왔다. 특히, 국가 직영의 수공업장에 예속된 관장(官匠)을 중심으로 생산활동이 수행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에 이르러 관장제가 붕괴되고 그 대신 사기업주인 사장(私匠)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18세기 후반에 와서는 이들 수공업 분야에 분업적 요소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당시 조선사회에서 생산경제의 과학화에 대한 관심은 실학이론의 대두와 함께 움트기 시작하였다.
특히, 실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정약용(丁若鏞)은 그의 저서 『기예론(技藝論)』에서 농사기술과 베짜는 기술의 향상이 생산성 향상 및 품질 개선에 필요함을 주장하였고, 도량형의 통일을 역설하였으며, 1818년에 발표한 『목민심서』에서는 도르레·기중기, 새로운 농기구 등의 사용을 권장하였고, 노동의 전문화와 분업화를 강조하였다.
그 뒤 이른바 개항과 더불어 일본과 청나라 상인들과의 통상을 통하여 서구의 근대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으나, 이들을 생산할 만한 근대 공업은 좀처럼 건설되지 못하고 있었다.
(2) 근대 이후의 발전사
근대적인 산업공학 기법들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나라에 소개되었는지에 관한 상세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대체로 광복 이후, 6·25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작전 연구와 인간공학 분야가 미군에 의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 더구나 미국 정부가 모든 대정부 사업계약에서 계획관리기법(PERT·CPM) 등의 방법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던 것을 감안할 때, 당시 이와 같은 관리기술의 이입을 최초의 근대적인 산업공학기법의 도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수준에서의 산업공학 기술의 이입은 1955년 충주 비료공장이 세워질 당시, 이 공장 건설에 참여한 외국 기술자로부터 품질관리에 대한 소개를 받은 것이 시초였다.
그 뒤 1958년 대한양회공장이 문경에 건설될 때 외국 기술자로부터 자재관리 및 품질관리 등 과학적인 관리기법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소개받기도 했으나, 이러한 기법들이 널리 보급되는 계기가 되지는 못하였다.
우리 나라 산업공학 초창기의 활동은 1962년에 창립된 한국표준규격(공업표준)협회를 중심으로 한 공업표준화 및 품질관리(QC) 보급활동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밖에 한국생산성본부가 1959년 이래 강연 및 산업체 자문활동을 통하여 생산성 향상에 관한 기술을 꾸준히 전파하였다. 그 뒤 일본에서 창안된 ‘큐시서클활동’이 우리 나라에 소개되면서 품질관리가 하나의 조직적인 관리활동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
1970년 한국품질관리학회 주최로 ‘제1회 전국큐시서클대회’가 개최되어 산업계의 많은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때부터 1960년 이후 계속되어 온 정부의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에 자극받아 각 산업체에서는 원가절감·생산성 향상·신제품개발 등을 목표로 하는 산업공학(IE)부서를 설치,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체계적인 산업공학의 확산은 전문 학술기관·연구기관 및 각 대학에서의 학과 개설과 더불어 본격화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정식 산업공학교육이 실시된 것은 1958년 한양대학교에 공업경영학과가 신설된 데서부터 비롯되지만, 그것이 본격화된 것은 1970년대를 전후한 일이다.
1967년에는 부산동아대학교에 공업경영학과가 개설되었고, 1971년 서울대학교에 산업공학과가 설치되어, 초창기 학문적 수요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산업공학을 공학의 확고한 분야로 인식시켰다.
1973년 한국과학원의 개원과 함께 산업공학과가 개설되어 대학원 과정에서도 연구하는 고차원적인 학문적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었으며, 현재 산업경영, 운용과학, 인간·기계생산체계, 응용통계, 제조시스템의 5개 분야를 설정하여 석사와 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이 밖에도 1970년대를 전후로 많은 대학에 산업공학과 또는 공업경영학과가 신설되어, 경영공학·공업경제·생산관리·시스템공학·인간공학·전산기응용 등의 각 분야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1986년도 모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립 6개 대학과 사립 23개 대학에서 총 2,034명의 산업공학과 관련된 신입생을 모집하였다. 한편, 전문학회와 학술지는 산업체와 연구단체로부터의 새로운 착상과 응용을 교환하는 장으로서 교육기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운영되어 왔다.
1965년에 창설된 한국공업경영학회는 산업공학과 관련한 최초의 학회로, 주로 과학적 관리·인간공학·가치공학·안전공학 등의 학문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산업공학 초창기에 그 발전 기반을 다져 나갔다.
뒤이어 1974년 대한산업공학회가 설립되어 우리 나라 산업기술 진흥에 크게 공헌해 왔으며, 1982년 대한인간공학회가 창설되어 인간공학에 관한 학술과 기술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이 밖에 산업공학 관련 학회로는 품질관리학회·경영과학회·군사OR학회 등이 있어, 기존의 학회와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산업공학의 발전 및 실용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산업공학 관련 연구를 하는 기관으로는 한국생산성본부 및 1962년에 창립된 한국표준규격(공업표준)협회를 비롯하여 국방관리연구소, 육해공군 본부의 체계분석 연구부서 등을 들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나라에서 산업공학의 연구 분위기와 기반이 확립됨으로써, 국제적인 수준의 산업공학이론을 개발하여 세계학회에 발표하는 학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학회의 움직임도 활성화되어 한국공업경영학회가 1986년 현재 7개 연구분과에 총 회원 400여 명을 확보하고, 연 2회에 걸쳐 논문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대한산업공학회도 현재 11개 연구분과에 걸쳐 총 회원 800여 명을 확보하여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대한인간공학회도 1986년 현재 8개 학술분과위원회에 속한 총 200여 명의 회원들이 인간·기계체계의 설계 합리화 및 인간복지 향상을 위한 산학협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연 2회 학회지도 발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발한 연구풍토에 힘입어 오늘날에는 소비자 상품의 선전 문구에도 ‘품질’이나 ‘인간공학적 설계’ 등의 어휘가 자연스럽게 구사될 정도로까지 일반의 산업공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컴퓨터와 산업용 로봇의 확산과 함께 유연생산체계(FMS)의 도입과 생산 시스템의 전산통합화(CIM)가 본격적으로 연구·실용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소비자 제품개발과 관련하여 신체역학적 기능이나 인식공학적 사용성에 부가하여 인간이 느끼는 감성을 구체적인 제품설계 요소로 실현하고자 하는 감성공학이 산업설계 분야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름이야 어떻든 간에, 산업공학은 이미 ‘IE(Industrial Engineering)’에서 ‘OR(Operations Research)’로, 또는 ‘체계’로 명칭이 바뀐 것과 같이 이제 한 세대만 더 지나면 그때는 어떤 명칭으로 산업공학을 부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때 가서는 산업공학이 주로 OR·전자계산기·체계조직·인간공학·심리학·생태학·인문과학 등을 다루게 될 것이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경영자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작업자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문제보다는 자동화를 통하여, 또는 사무직·기술직 종사자의 생산성 향상문제를 더욱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며, 그와 더불어 인구증가 및 인간성 회복 등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