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농업생산과 어업생산활동은 자연의 계절적인 기후조건에 따라 성장하고 이동하는 동식물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다른 생산활동에 비해 더 뚜렷한 시간 계열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므로 농민과 어민에게는 생물유기체의 계절적인 주기에 대한 지식이 생산활동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농민들은 곡물 씨앗의 파종 날짜를 정하기 위해 씨앗이 싹트는 시기를 알아야 하며, 모종을 옮겨 심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를 알아야 논 · 밭을 미리 갈고 고르는 준비작업을 때맞추어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산활동의 올바른 시기에 대한 지식은 시간계산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농업생산과 어업생산활동에 가장 중요한 시간계산법은 양력과 음력이다.
그러나 동식물계의 계절적인 주기는 지구와 달과의 관계에 바탕을 둔 음력보다 지구와 해와의 관계에 바탕을 둔 양력에 더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농업과 어업의 계절적인 생산력은 음력보다 양력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입춘 · 우수 · 경칩 · 춘분 · 청명 · 곡우 · 입하 · 소만 · 망종 · 하지 · 소서 · 대서 · 입추 · 처서 · 백로 · 추분 · 한로 · 상강 · 입동 · 소설 · 대설 · 동지 · 소한 · 대한의 날짜를 정하는 것도 각 시기에 태양의 궤도에서 지구가 차지하는 정확한 위치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양력은 계절적인 기후의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농업생산과 관련된 농업생산력은 산간 · 평야 · 해안지대 등의 생태적 지방 사정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그리고 어업생산력도 어류와 조개류 및 해조류 등의 성장과 이동 및 양력에 따른 계절뿐만 아니라, 음력에 따른 밀물과 썰물의 시기나 만조와 간조의 시기에 맞추어 각 지방마다 다르다.
연간 계절적인 노동의 배분은 각 지방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그 지방 주민들의 생업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한 예는 충청남도에서만 보더라도 어촌과 농촌 및 산촌에 따라 주민들의 연간 노동 배분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어촌에서는 어업과 더불어 농업에 종사하기도 하지만, 남자는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부녀자는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통례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농사는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파종과 성장 및 수확이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농업생산력은 쉽사리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충청남도의 어촌인 녹도(鹿島)와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성격을 띤 원산도(元山島) 및 논밭의 혼작지대(混作地帶)인 연기군 남면 수산리의 농업생산력을 비교해 보면 〈표 1〉과 같다.
지역 | 보령군 오천면 녹도리 (어촌·여자노동) | 보령군 오천면 원산리 (반동반어·남녀노동) | 연기군 남면 수산리 (논산촌·남녀노동) | 월별(음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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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굴채취 | 논 퇴비내기, 김채취, 새끼꼬며 농사준비 | 새끼·가마니짜기, 꺼치엮기 |
2 | 보리지심 | 퇴비내기, 주벅어장준비 | 담배묘상, 고추묘상 |
3 | 김채취 | 못자리, 김채취, 주벅매기 | 논밭갈이, 묘상손질 |
4 | 김채취 | 농사초경, 김발망짱빼기 | 담배심기, 고추심기, 논갈이 |
5 | 보리베기, 타작 | 모내기, 김발망짱빼기 | 논에 풀해넣기, 모심기 준비, 담배·고추북주기 |
6 | 참깨·고구마·글무갈이 | 논가꾸기 | 모심기, 보리수확, 콩·팥심기(그루갈이), 담배수확 |
7 | 참깨·고구마·글무지심 | 파사리, 김장심기, 가을주벅 시작, 김발준비 | 논밭매기, 담배건조 및 저장 |
8 | 참깨·글무수확 | 밭곡식 추수, 김발부착, 주벅어장 | 퇴비하기, 논의 피사리 |
9 | 마늘심기, 고구마수확 | 논농사추수, 주벅어장 | 퇴비하기, 논의 피사리, 논물빼기 |
10 | 보리갈이 | 벼타작, 지붕잇기, 주벅어장 | 벼수확, 밭추수, 보리거름내기 |
11 | 굴채취 | 김채취 | 보리갈이, 벼타작 |
12 | 굴채취 | 김채취, 새끼꼬기, 다음농사준비 | 새끼·가마니짜기, 꺼치엮기 |
〈표 1〉 충청남도의 농 · 산 · 어촌 농업생산력 | |||
*자료 :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충남편-(문화재관리국, 1975). |
녹도에서는 논이 없기 때문에 밭농사만 짓는데, 농사는 주로 부녀자들의 소관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원산도에서는 어업에 못지않게 농업도 중요시하며, 논농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남녀 다 같이 농사에 종사한다. 수산리의 경우 특히 담배 재배에 많은 노동을 배분하고 있음이 특이하다.
어업생산력의 예를 동해안의 사천진(沙川津) 어장에서 보면, 양력으로 1월부터 3월까지는 주로 12인조 머구리배로 해삼을 잡고, 자망(刺網)으로 명태와 잡어를 잡는다. 4월부터 8월까지는 전통적으로 미역 채취 기간이었는데, 요즈음은 양식 미역에 밀려 이 작업이 거의 행해지지 않고 있다. 섬게잡이는 5월부터 9월까지 계속되고, 특히 8월과 9월은 다시마와 청각 채취의 절정기에 속한다. 그리고 10월부터 12월까지는 자망으로 양미리를 잡는다.
자망과 머구리 잠수어업은 거의 연중 계속된다. 1년을 통해서 사천진의 가장 중요한 수산업은 전통적으로 미역 채취였고, 그 다음이 양미리 자망어업, 그리고 셋째로 중요한 어업이 섬게잡이로 알려져 있다.
수산업생산력의 다른 한 예를 서해안 녹도의 경우에서 보면 〈표 2〉와 같다.
월별 | 어로 및 채취업 종목 | 어획 및 채취물 종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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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여자들의 굴 채취(2월까지 계속) | 자연산 굴 |
2 | 봄柱木網 시작(5월까지 계속), 굴채취, 三角網어업 | 까나리·멸치·갈치·자연산 굴·민어·도미·가자미·광어 |
3 | 延繩과 一本釣(5월까지 계속), 주목망·삼각망·流刺網어업, 돌김채취(4월까지 계속) | 붕어지·우럭·뿔뻬기·노랭이·농어·도미·멸치·까나리·갈치·꽃게·민어·간재미·광어·돌김 |
4 | 刺網어업시작(5월까지 계속), 延繩과 일본조, 삼각망·주목망·유자망어업, 돌김채취 | 조기·가자미·꽃게·도다리·우럭·붕어지·뿔뻬기·노랭이·도미·멸치·까나리·갈치·민어·광어·돌김 |
5 | 주목망, 연승, 일본조, 삼각망·자망·유자망어업, 미역채취 | 까나리·멸치·갈치·붕어지·우럭·뿔뻬기·도미·노랭이·가자미·꽃게·조기·도다리·농어·민어·광어·미역 |
6 | 삼각망어업, 미역채취 | 민어·도미·가자미·도다리·미역 |
7 | 가을주목망·자망·유자망어업시작(9월까지), 연승 | 멸치·가자미·꽃게·도다리·농어·도미·붕어지·우럭·뿔뻬기·노랭이 |
8 | 연승, 주목망·자망·유자망어업 | 도미·농어·우럭·붕어지·뿔뻬기·노랭이·멸치·가자미·꽃게·도다리 |
9 | 유자망·자망·주목망어업 | 꽃게·가자미·도다리·멸치 |
10~11 | 고기잡이는 별로 없고 어부들은 객지로 나가서 유자망어선이나 데구리를 탄다. | 조기·민어·도미·농어 |
12 | 객지에 나갔던 어부들이 귀향하여 일본조, 연승을 간혹 하고 여자들의 굴채취 | 붕어지·우럭·뿔뻬기·농어·도미·자연산 굴 |
〈표 2〉 녹도근해의 수산업생산력 | ||
자료 :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충남편-(문화재관리국, 19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