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사간판전(寺刊板殿)에 보관돼 있는 목판화로 가로 33.7㎝, 세로 84.5㎝ 총 1판이다. 이 판본은 한 판목에 석가고행도 그림 부분과 그림의 위아래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석가고행도는 판 중심부에 직사각형의 테두리를 두르고 그 안에 판각하였다. 뾰족하고 험준한 설산을 배경으로 화면은 크게 상단과 하단으로 나누어진다. 상단은 원형 신광과 두광을 한 석가모니가 선정에 들어간 모습으로 솟아오른 바위 위에 풀방석을 깔고 앉아 있다. 석가의 가슴은 고행으로 인해 앙상한 뼈가 드러나 있다. 이와 같이 설산을 배경으로 선정에 들어간 장면은 1447년에 판각된『월인석보(月印釋譜)』 팔상판화(八相版畵) 중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월인석보』「설산수도상」은 여러 내용이 한 장면에서 전개되는데 비해 해인사 석가고행도는 한 부분만이 중점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석가를 협시하는 양 옆의 보살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인데 동자형으로 묘사되어 있다. 양 보살은 각기 석가여래를 향하고 있는데 왼쪽의 문수보살은 여의를 들고 있고, 오른쪽 보살의 지물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림의 하단에는 18명의 인물들이 좌우로 대칭을 이루며 각각 9명씩 나뉘어 등장한다. 대부분은 승형의 인물들이고 좌측 하단에 관모를 쓰고 관복을 입은 인물이 승형의 인물들보다 작게 표현되어 있고, 대칭이 되는 지점에 있는 인물도 마모가 심해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비교적 작게 묘사되어 있다. 이들 하단의 인물들은 상운(祥雲 : 신령스럽게 피어오르는 구름) 위에 묘사되어 있다.
본판인 석가고행도 위에는 구름무늬 위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풍대(風帶 : 족자 상단에 세로로 드리워진 두 개의 띠)가 드리워져 있으며 하단에는 별도의 난을 마련하여 시주자 명단과 함께 ‘홍치십사년신유정월일가야산해인사개간(弘治十四年辛酉亥正月日伽倻山海印寺開刊)’이라는 판각연대가 기록되어 있어서, 1501년(연산군 7)에 해인사에서 새겼음을 알 수 있다.
1501년에 판각되었다는 절대 연대가 있어 조선 전기 불교 판화의 형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또한 조선전기 팔상도의 작례가 희소한데 이 판화를 통해 1447년에 판각된『월인석보(月印釋譜)』 팔상판화(八相版畵)가 15세기 시주자층이 왕실에서 각 지방의 승려와 신도들로 바뀌면서 사찰에서 간행된 판본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