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성한(聖韓)’.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모두 김씨시조를 알지(閼智)라 하고, 그의 아들이 세한(勢漢, 혹은 熱漢), 세한의 아들이 아도(阿道, 혹은 阿都), 아도의 아들이 수류(首留), 수류의 아들이 욱보(郁甫, 혹은 郁部), 욱보의 아들이 구도(仇道, 혹은 俱道), 구도의 아들이 미추(味鄒)로, 그가 김씨로 최초의 왕이 되었다고 하였을 뿐, 성한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무왕릉비문·진철대사탑비문(眞澈大師塔碑文)·진공대사탑비문(眞空大師塔碑文), 그리고 최근에 발견된 흥덕왕릉비문 등에는 예외 없이 성한이 김씨 왕실의 시조로 되어 있다.
특히, 문무왕릉비문에는 성한왕이 그의 15대조로 되어 있고, 흥덕왕릉비문에는 성한을 태조(太祖)라고 지칭하는 한편, 흥덕왕은 그의 24대손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김인문묘비문(金仁問墓碑文)에 보이는 ‘태조한왕(太祖漢王)’도 태조 성한왕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컨대, 금석문(金石文) 자료에는 모두 김씨시조를 성한이라 한 것이 분명한데, 이는 ≪삼국사기≫에 보이는 알지의 아들 세한과 음이 비슷하여 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추측되며, 한편 성한을 태조라고 지칭하고 있는 만큼 김씨 최초의 왕인 미추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