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소비자보호운동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대량소비단계에서 생겨난 새로운 운동의 흐름으로 역사적으로는 20세기 초 미국을 비롯한 산업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 무렵 대중소비시대에 들어간 이들 나라에서는 국민대중의 소비생활에 사용되는 물자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진 데다가 조잡한 날림제품들도 많았으므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옳게 사는 요령을 가르치는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대기업의 대량생산방식이나 독점가격에 대항하여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각종 소비자 단체들도 조직되기 시작하였는데, 1936년에 발족한 미국의 소비자연맹(Consumer’s Union)이 그 선구로 꼽히고 있다.
1960년에는 선진 각국의 소비자단체의 제의에 의하여 국제소비자연맹(International Organijation of Consumer’s Union, IOCU)이 창립되어 소비자보호운동의 국제적 협력기반을 마련하였다. 그 뒤 전반적으로 산업생산력이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보호운동도 산업선진국 이외에 상당수의 개발도상국에까지 확대, 발전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생활협동조합형·데모형·품질검사형·교육형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생활협동조합형은 오랜 운동역사를 가지는 서구에서 발전된 것으로 그 운동성과도 매우 커서 대표적인 소비자보호운동으로 손꼽힌다.
특히 서구에서는 소비조합이 소비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데모형은 거리로 나와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운동형태로서 매스컴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그 비중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품질검사형은 소비자보호라는 차원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운동형태로, 세계 50여 개국에서 상품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연맹 등이 식품·공산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교육형은 소비자정보지를 중심으로 검사결과를 널리 알리고, 고발 등의 요령을 통하여 각종 전문교육을 하는 운동형태로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유도하는 데 주력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보호운동은 1950년대 중반부터 각종 여성단체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1955년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연합회를 선두로 하여 1960년대에는 대한부인회와 대한어머니회가 일본상품 유입에 대항하여 국내상품보호 및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인 바 있다.
1970년대에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많은 여성단체들이 소비자보호운동에 참여하였다. 특히 이때부터는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구성되고 소비자운동전문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이 재조직되어 보다 구체적이며 조직적인 활동이 전개되었다.
현재 소비자보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대한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전국주부교실중앙회·한국부인회·주부클럽연합회 등과 그의 협의기구인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있다. 이 밖에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대한어머니회·한국소비자문제연구원 등이 있다.
이들 단체들은 주로 소비자보호운동에 관한 조사연구, 소비자시장조사, 소비생활·구매요령 등의 소비자상담 및 각종 소비자교육, 불량상품고발 및 불매운동, 소비자정보지 발간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체로 이들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비자고발의 접수와 처리이며, 그 다음이 소비자계몽운동이다.
그 밖에도 소비자 피해의 원인을 예방하고 제거하기 위하여 소비자의 의견을 생산자나 정부에 반영시키는 활동과 자원재활용운동으로 녹색가게운동 등도 하고 있는데, 아직은 활동비중이 미약한 편이다.
한편 198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소비생활에 이용되는 상품의 질과 종류가 다양화·고도화됨에 따라, 종전의 순수 민간차원의 운동만으로는 복잡한 소비자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1980년 1월 정부는 소비자의 안전, 거래의 적정화, 소비자보호위원회의 설치 등을 규정한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함으로써, 소비자보호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그 뒤 법 시행상의 문제점을 보완, 개선하고 소비자보호전담기구의 설립근거를 주요내용으로 하여 1986년 「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는 한편, 각종 거래약관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재정행정부에서 유통구조개선을 촉진시켜 소비자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비자협동조합중앙회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상인들의 과도한 이윤을 배제하고 소비자들에게 실익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지역별·직장별로 소비자조합을 구성, 공동구판사업을 벌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협동조합중앙회가 이를 전국적으로 관할하여 소비생활의 향상과 합리화에 기여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현재 전국에는 사단법인 형태로 구성한 소비자협동조합 143개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운동은 1980년대 이후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1990년대 이후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1998년 경제위기로 IMF체제 하에서 소비자운동도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에너지와 생필품가격 불안과 고금리, 저임금, 고실업 등으로 인한 가계의 위기와 개인파산의 증가, 시장의 세계화에 따른 다국적기업의 문제와 수입식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안전의 문제 등이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정보사회에서 사생활보호, 정보윤리 확립의 필요성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가 경제살리기와 기업 규제의 축소, 완화를 통한 기업활동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어 OECD 가입 이후 요청되는 소비자보호법령의 강화에는 소흘해, 정부의 소비자 행정체계나 정책적 측면에서 후퇴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소비자운동이 지향해 온 거래질서의 확립, 공정거래의 강화를 위한 노력들이 무산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소비자운동은 경제위기 상황하에서 위축되어가는 가계경제의 보호와 합리적인 유통구조의 확보를 통한 물가안정 노력 등에 우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다음 세기의 소비자운동은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것은 물량적인 삶에서 질적인 삶으로, 쾌적한 환경과 공동체 사회를 주축으로 한 지속가능한 삶의 조건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의사와 자발성을 조직화 하고, 소비자의 주체적 참여를 강화하여야 하며, 이것이 제도적으로 법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우선 제조물책임법과 집단소송법 및 단체소송법 등의 제정이 필요하다. 또 「소비자보호법」의 재정비와 기업의 시장지배적 상황에서 파생되는 독과점문제와 직접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입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