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실업은 물질적인 생활기반의 상실을 의미하며 개인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키므로 개인이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의 실업은 생산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사회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산업사회에서 실업은 개인 문제이며 동시에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우리 나라는 조선시대 말까지 구휼대상이 되어온 실업자라고 할 만한 빈곤층이 있었으나 현대적인 의미의 실업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1870년대 개항 이후 공업화 준비기간까지는 실업이 발생하였지만 정책의 대상으로 크게 나타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항일기부터는 농민들이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토지를 잃게 되었고, 산미증식계획과 농촌경제의 화폐경제화 내지 농촌 가내수공업의 급격한 몰락 속에서 빈곤과 실업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빈곤해진 농촌에서 밀려 나온 과잉노동력은 도시로 몰려 일부는 고용되기도 하였으나 나머지는 생활기반을 얻지 못하여 저소득층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많은 몰락농민들이 살길을 찾아 일본 · 만주 · 북간도 등으로 이주하였다.
1945년 광복이 되고 국토가 분단되는 가운데서 해외에서 들어 온 귀환동포와 북한에서 남하해 온 동포들이 400만 명에 달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하여 남한에서는 생산설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여 실업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났고 식량난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어려운 상태를 이겨내면서 6·25전쟁을 치렀고, 1950년대에는 미국의 원조물자인 원면 · 원당 · 소맥 등의 원료를 바탕으로 하여 섬유 · 제당 · 제분 등의 경공업이 일어났으나 과잉노동력을 흡수할 만한 경제규모를 형성하지는 못하였다.
1960년대 이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른 고용의 증대로 실업이 감소되는 추세를 보여 오다가 1970년대에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으로 일부 분야에서는 노동력 부족현상도 나타났다.
1970년대 말기와 1980년대 초기에 걸친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국내 경기가 악화되자 실업이 증대하게 되었다. 앞으로 완전실업자는 줄어 들어 실업률은 낮아질지 모르지만, 불완전취업자가 폭 넓게 남을 것이기 때문에 불완전고용인 준실업을 해소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노동력의 공급구조 측면에서는 노동력의 고학력화 · 고령화와 더불어 여성노동자가 늘어날 것이고, 수요구조 측면에서는 정보서비스 분야, 기술집약적인 분야, 첨단산업 분야 등에서 수요의 증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산업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양적인 실업문제보다 불완전고용과 같은 질적인 실업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불완전고용의 문제를 다룬 루이스(Lewis,W.A.)의 ≪전환점이론 The theory of turning point≫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경우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2∼1966) 기간은 무한 공급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공급이 무한 탄력적이기 때문에 공급은 경쟁적이지만 수요가 과점상태이므로 임금이 노동생산성에 의존하기보다 생계비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즉, 1961년부터 1966년 사이에 노동생산성의 연평균 신장률은 8.6%인데 실질임금 상승률은 0.4%에 지나지 않았다.
제2차 5개년계획(1967∼1971)과 제3차 5개년계획(1972∼1976)의 기간에는 노동력의 초과공급이 지배적인 추세이지만, 부분적으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반제한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된다. 1967년부터 1975년 사이에 노동생산성은 13.6% 증가하였으나 실질임금은 9.1% 증가하였다.
제4차 5개년계획(1977∼1981) 기간에 들어오면서부터 전반적으로는 노동력의 초과공급이 계속되었지만 잠재실업이 줄어 들고 부분적으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났다. 제4차 5개년계획의 착수 연도인 1977년 전후가 노동력 공급의 과잉상태에서 부족상태로 전환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1976∼1980년 사이에는 노동생산성이 11% 상승한 데 비하여 실질임금률이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업이란 노동력이 완전고용되지 않은 상태 또는 노동공급의 노동수요 상회분, 즉 초과공급이라고 할 수 있다.
실업을 원인별로 보면, 첫째 농한기 농촌의 유휴노동력과 같은 계절적 실업, 둘째 노동력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일어나는 마찰적 실업, 셋째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되는 비자발적 실업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비자발적 실업이 문제가 된다. 비자발적 실업이란 노동할 의사와 능력을 갖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으나 직업을 얻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이에는 일시적 구매력 부족에 의한 불경기로 일어나는 경기적 실업, 만성적 구매력부족인 유효수요 부족으로 일어나는 화폐적 실업(케인즈형 실업), 기계화로 인한 노동절약으로 일어나는 기술적 실업 또는 생산성 실업(마르크스형 실업), 개발도상국에서와 같이 생산설비 부족으로 직장이 없어 실업이 되는 실물적 실업(맬더스형 실업) 등이 있다.
우리 나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그간 공업화가 되지 않아 직장이 없어서 생기는 실업이 중심을 이루고, 부분적으로나마 1960년대 이후의 공업화과정의 기계화나 또는 1970년대 말과 같은 불황기에 유효수요 부족으로 발생되는 실업현상도 나타났다.
흔히 실업이라고 하면 완전실업자, 즉 실업통계로 파악되는 눈에 보이는 현재적 실업(顯在的失業)을 말한다. 그러나 생산설비 부족으로 직장이 없어서 실업자가 발생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직장 구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수입이 적든 많든 자기능력에 맞든 맞지 않든 아무 일이나 하게 된다.
이들은 직업을 가짐으로써 실업통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완전한 직업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불완전취업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업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취업을 하고 있으나 수입이나 노동시간이 적고 자기능력에 맞지 않아 추가취업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실업상태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 현상을 위장실업이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일자리가 없어 과잉노동력이 농촌에 숨어 있는데 이들 취업자의 저생산성을 들어 잠재실업이라고 규정하여 위장실업과 구별하기도 한다. 어떻든 취업하고는 있으나 실업상태에 가까운, 즉 실업과 다름없는 불완전취업자가 준실업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평균실업률을 살펴보면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63년 8.2%, 1967년 6.2%, 1970년 4.5%, 1975년 4.1%, 1980년 5.2%, 1985년 4.0%로 나타나 있다. 그 내용을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나 있고, 비농가의 실업률이 농가의 실업률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 있다.
연도\구분 | 평균 | 성별 | 가구별 | ||
---|---|---|---|---|---|
남 | 여 | 농가 | 비농가 | ||
1965 | 7.3 | 8.3 | 5.4 | 3.0 | 13.5 |
1970 | 4.4 | 5.3 | 2.8 | 1.5 | 7.4 |
1975 | 4.1 | 5.0 | 2.5 | 1.2 | 6.6 |
1980 | 5.2 | 6.2 | 3.5 | 1.1 | 7.5 |
1985 | 4.0 | 5.0 | 2.4 | 1.1 | 4.9 |
1988 | 2.5 | 3.0 | 3.0 | 0.5 | 3.0 |
〈표 1〉 실업률 (단위: %) | |||||
*주 :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 *자료 : 한국의 사회지표(경제기획원, 1989). |
우리 나라의 실업률은 통계작성 과정의 차이로 인하여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계산되고 있다는 비평을 듣는다. 조사기간중 수입이 있는 일에 1시간 이상 종사하면 취업자로 취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업자로 취급한다.
실업률은 생산연령인구에서 비노동력인구(학생 · 주부 · 장애자 · 고령자 등)를 제외한 노동력인구(경제활동인구)에 대한 실업자 수의 비율을 말한다.
그런데 생산연령을 미국은 16세, 일본은 15세로 하는데 우리 나라는 14세로 계산하고 있다. 미국의 피고용률은 대체로 80% 정도가 되는데 우리 나라는 1985년의 경우 54.2%밖에 안 되어 자영업의 비율이 높다. 이렇게 자영업의 비중이 큰 경우에 실업과 취업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
우리 나라의 피고용률과 안정고용률을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연도\구분 | 피고용률 | 안정고용률 | |||||
---|---|---|---|---|---|---|---|
평균 | 농림어업 | 광공업 |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 평균 | 농가 | 비농가 | |
1967 | 35.2 | 14.6 | 69.9 | 56.9 | 48.9 | 31.1 | 54.5 |
1970 | 38.9 | 15.1 | 71.3 | 59.7 | 59.1 | 33.6 | 66.1 |
1975 | 40.6 | 12.5 | 78.7 | 56.6 | 54.1 | 35.0 | 57.5 |
1980 | 47.3 | 11.8 | 80.0 | 58.1 | 64.3 | 41.9 | 67.5 |
1985 | 54.2 | 11.7 | 86.1 | 59.6 | 62.8 | 42.2 | 64.3 |
〈표 2〉 피고용률 및 안정고용률 (단위: %) | |||||||
*주: 피고용률=피고용자÷취업자, 안정고용률=상용고용자÷피고용자 *자료 : 한국의 사회지표(경제기획원, 1986). |
안정고용률은 1967년 48.9%, 1970년 59.1%, 1975년 54.1%, 1980년 64.3%, 1985년 62.8%로 나타나 불완전취업상태가 많아 고용구조가 안정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나라의 실업상태는 실업률의 통계만으로 실감할 수는 없고 또한 실업의 모든 면모를 밝혀 줄 불완전취업의 양상을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 더욱이, 사회 경제구조의 전근대성을 반영하여 눈에 보이는 완전실업을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 경제구조가 근대화됨에 따라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점차 실업의 양상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통계작성의 기준이나 방법의 개선 내지 통계기술의 연마도 필요하지만, 조사대상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감춰져 있다. 즉, 실업의 양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으로도 포괄적으로 추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