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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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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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제를 쉽게 해결해낸 어린아이의 지혜를 다룬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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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어려운 과제를 쉽게 해결해낸 어린아이의 지혜를 다룬 설화.
내용

아이의 지혜는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작용한다. 구전설화로 널리 전승되고 있으며, 다양한 양상의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담고 있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 국가적 위기 상황과 해결 : 중국에서 조선에 인재가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조선 조정에 제시한 문제를 어린아이가 해결한다.

문제의 종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예를 들면 중국 하늘이 무너지게 되었으니 하늘을 괼 나무를 구하라 또는 중국 전체를 막을 휘장과 두만강 물을 한꺼번에 퍼낼 수 있는 가마를 만들어라 등을 요구하거나, 수수께끼나 그림을 보내고 그것의 해석을 요구하는 것 등이다.

왕을 비롯한 조정 대신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어린아이가 자청하여 천자 앞에 나아가 해결 방안을 제시, 국가적 위기를 해소한다.

아이들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식은 불가능한 요구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불가능한 사실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역습하거나, 직관적인 지혜로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② 가정의 위기와 해결 : 먼저 아버지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어린아이가 해결하는 경우들을 들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아버지가 중한 벌을 받게 될 처지에 이르자 어린 아들이 사리 정연한 시구(난자운(難字韻))로 관장에게 가족이 처하게 될 위기를 호소하여 아버지를 풀려나게 하는 경우, 이방을 쫓아내려고 원님이 터무니없는 것(겨울딸기, 황소가 낳은 새끼, 수탉 알 석 줄 등)을 요구하자 이방의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역습(겨울딸기를 따러 가다 뱀에게 물렸다. 아버지가 아이를 낳아서 오지 못했다 등)하여 원님이 모순을 자인하게 함으로써 곤경에 빠진 아버지의 상황을 역전시키는 경우 등이다.

그 밖에 권력을 남용하여 백성의 묘 터를 빼앗으려는 세도가의 횡포에 대처하거나, 첫날밤에 방귀 뀌었다고 소박맞은 어머니의 문제를 해결하여 가정을 재건한다든지(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는 오이), 자기 집 마당에 심겨진 과일나무를 따먹은 이웃집 권력가를 혼내주고(문 사이로 주먹을 들이민다), 아이 스스로 가장이 되어 점차 가난해지는 집안 살림을 재건하는 등의 유형이 있다.

③ 마을 공동체의 위기와 해결 : 마을에 떠내려온 자연물(산이나 바위 등)에 대해 그것이 원래 속해 있던 마을에서 세금을 요구하므로 어른들이 난처해하자 어린아이가 담판에 나서 그것을 도로 가져가라고 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④ 어른의 위기와 해결 : 박문수(朴文秀)나 숙종대왕이 미복으로 순행하던 중 곤경에 빠졌을 때 이들을 도와주거나 깨우쳐준 어린아이의 기지에 대한 다수의 이야기들이 있다.

⑤ 어린 명관의 지혜 :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이 처해 있는 억울한 상황을 명판결로 해결해 준 어린 원님, 또는 얕보는 이방들의 위세를 꺾은 어린 원님의 지혜에 관한 많은 각편들이 있다. 고창녕(高昌寧)이 대표적이다.

⑥ 아이의 지혜 측정에 초점을 둔 단순 유형 : 아이의 지혜를 시험해 보는 내용의 단순 유형들로서, 속이 깊은 빈 독이나 고목의 구멍 속에 빠진 공을 꺼내는 방법, 바위틈에 빠진 새끼 새 꺼내는 방법 등이 이야기되는 경우이다. 영리한 아이들은 독에 물을 부어서 공이 떠오르게 한 뒤 꺼내거나 바위틈으로 모래를 자꾸 넣어 새가 떠오르게 하여 꺼낸다.

문제의 양상은 각기 다를지라도, 뚜렷한 유형을 형성하고 있는 자료들의 기본구조는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어른과 그것을 쉽게 풀어내는 아이의 등장이라는 대비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곤경에 빠져 있는 어른들의 계층적 성격은 설화유형에 따라 다양하지만, 학식이 높고 권력을 가진 벼슬아치이거나 평민일지라도 가장권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 등으로 설정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기득권을 가졌을 뿐 아니라 경험적 지식도 풍부하게 소유하고 있는 존재들이지만 부과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곤경에 빠진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같은 어른들의 한계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는 지식에 있으며,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아이의 지혜에 있다. 이는 아이의 지혜가 상징하는 직관적 지혜의 힘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같은 아이의 성격은 문제 해결자가 여성들로 나타나는 경우와 대응되는데, 이들 또한 기존 체제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존재라는 공통성을 갖는다.

지배층, 또는 사회적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의 무능력함과 익명의 문제 해결자들의 활약이 대비되는 서사구조는 고정된 사고 방식의 한계와 경험적 지식의 무력함을 지적하고, 창조적 사고와 지혜의 힘을 강조한다. 또한 아이의 지혜는 새롭고 독창적인 미래의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설화는 지혜의 문제뿐 아니라 문제 제기자의 잘못된 태도를 통해 기득권을 가지고 이를 남용하려는 세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중국으로 설정된 강대국의 횡포를 비롯하여, 권력층 및 가장의 횡포가 자행되는 기존 체계 안에서 안주하는 기성세대의 한계를 지적하는 방식은 설화 향유층이 가진 사회적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아이의 지혜라는 철학적 문제의식으로 해결하는 「아지설화」의 서사구조는 설화 향유층이 지닌 세계인식 양상의 다층성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89)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손진태, 을유문화사, 1947)
「설화에 나타난 진리인식」(강진옥, 『이화어문논집』6,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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