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은 1795년(정조 19) 윤2월 9일부터 16일까지 화성(華城: 지금의 수원 성곽)에서 열렸다. 당시 정조는 노량진 앞 한강에 배들을 잇대어 다리를 놓은 주교(舟橋)를 설치하고 100리 길을 행행(行幸)하여 화성행궁(華城行宮)에서 8일 동안 잔치를 벌였다. 진찬(進饌) 외에도 문무과방방(文武科放榜), 행성조(行城操), 어사(御射), 사미(賜米), 양로연(養老宴) 등 부속행사를 다채롭게 펼쳤다.
정조가 이렇게 전례가 없을 만큼 거창하게 행사를 치른 까닭은 1795년이 정조 재위 20주년에 해당하는 데다 자전(慈殿)의 나이가 육십을 바라보고, 사도세자의 구갑(舊甲)이며, 혜경궁 홍씨의 주갑(周甲: 회갑)에 해당하는 뜻 깊은 해였기 때문이라고 이 의궤에 적혀 있다. 그러나 그 의도는 화성 건설의 명분을 높이고 화성을 통한 왕권 강화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행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권수 1권, 본편(本編) 5권, 부편(附編) 4권이고 모두 8책으로 나누어졌다. 권수는 택일(擇日), 좌목(座目), 도식(圖式)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전의 의궤와 달리 도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출판은 1797년에 목활자인 생생자(生生子)를 본떠서 제작한 금속활자인 정리자(整理字)로 찍었고, 그림은 목판화(木版畵)를 사용하였다. 조선시대 의궤로는 맨 처음 활자와 판화를 함께 갖춘 인쇄 체제로 제작한 점에 서지학적 의의가 있다.
이 의궤에 실린 도식은 정교한 새김 기술을 바탕으로 당시 도화서(圖畵署)를 주도한 김홍도(金弘道)식 화풍으로 표현함으로써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용주사부모은중경(龍珠寺父母恩重經)』,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등과 더불어 ‘정조대 판화 양식’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전의 의궤도(儀軌圖)가 마치 지도처럼 일종의 표식에 가까운 데 비하여, 이 의궤는 판화로 제작되었고 당시의 새로운 화풍을 반영하여 회화사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 의궤의 체재와 기법 등은 『화성성역의궤』를 비롯하여 이후에 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進饌儀軌)』, 『진연의궤(進宴儀軌)』, 『진작의궤(進爵儀軌)』 등에 영향을 미치며 후대로 계승되었다. 현재 규장각도서, 장서각도서,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및 김학수(金學洙) 집안 등이 소장하고 있다. 그 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은 그림이 필사(筆寫)로 되어 있고, 김학수 소장본은 목판화에 채색을 입힌 점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