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과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윤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인간관계의 이법(理法)이라 할 수 있다. 유교에서는 오륜을 인간관계의 기본 덕목으로 보았다. 서양의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되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의하여 철학의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되었다. 윤리학의 근본 문제는 최고선을 밝히는 것이다. 최고선은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이며, 최고선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도덕적’이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말은 옳은 것과 그른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에 관한 판단, 즉 가치판단을 하는 인간의 능력을 뜻한다. 또 이 말은 윤리적인 기준과 일치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윤리의 ‘윤(倫)’자에는 무리[類] · 또래[輩] · 질서 등의 뜻이 담겨 있으며, ‘리(理)’자에는 이치 · 이법(理法) · 도리(道理)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물리(物理)가 사물의 이치인 것처럼, 윤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인간관계의 이법(理法)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교에서는 부자(父子) · 군신(君臣) · 부부(夫婦) · 장유(長幼) · 붕우(朋友)라고 표현되는 이른바 오륜(五倫)을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보고, 그것을 실천하여야 할 태도인 실천덕목으로서 친(親) · 의(義) · 별(別) · 서(序) · 신(信)이라고 하는 이른바 오상(五常)을 강조한다. 오륜오상이라고 하는 유교윤리는 인간관계의 이법으로서 윤리의 본질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윤리학이라는 말에 해당되는 독일어의 ‘Ethik’나 영어의 ‘ethics’는 그리스어의 ‘éthické’에서 유래하며, 이 말은 에토스(éthos)에서 나왔다.
에토스라는 말은 원래 동물이 서식하는 장소, 우리[畜舍], 집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나중에 사회의 풍습 또는 풍조, 개인의 관습 또는 품성을 의미하게 되었다. 독일어의 윤리(Sittlichkeit)라는 말도 풍습(Sitte)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따라서 윤리라는 말과 풍습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양에서 윤리학에 대한 책을 최초로 저술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그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윤리학은 인격에 관한 학문을 의미하고, 도덕적인 덕은 습관의 결과로 나타나며, 윤리학이라는 말은 습관을 의미하는 에토스의 변형된 말이라고 말하였다.
서양의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었으나, 이미 소크라테스(Socrates)와 플라톤(Platon)에 의하여 철학의 중요한 연구과제로 정착되었다.
윤리학은 로마시대에는 모랄리스(moralis)로 사용되었는데, 이 말의 어원인 모스(mos)도 에토스와 마찬가지로 습관을 의미하였고 철학의 중요한 과제로 되었다.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윤리학의 근본문제는 최고선을 밝히는 것이다. 최고선은 인간행위의 궁극목적이며, 최고선을 획득하는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세 서양에서는 신의 계명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시되었으나, 윤리학은 또한 최고선의 획득을 궁극적인 행위의 목표로 보았다. 이러한 고 · 중세 윤리학의 성향은 행복주의(eudaemonism)라고도 불리고 목적론(teleology)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근세에 들어와서 독일의 칸트(Kant, I.)는 행위의 목적과 규정근거를 구별하여 도덕적인 선이 본질적으로 행위의 목적이 아니라, 행위의 규정근거에 의거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최고선이나 궁극적인 행위목적으로서의 윤리학을 엄밀한 의미의 도덕성의 학으로서의 윤리학과 구별하였다. 칸트는 종래의 행복주의적인 특징을 가진 목적론은 상대주의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보고 보편타당한 도덕법 원리로서의 윤리학을 제창하였다. 이것은 법칙론 또는 의무론(deontology)이라고 불린다.
근세영국의 윤리학은 로크(Locke, J.), 벤담(Bentham, J.), 밀(Mill, J.), 시즈윅(Sidgwick, H.) 등이 경험론에 입각하여 효용성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창하며 공리주의(utilitarianism)를 내세웠고, 미국의 제임스(James, W.), 듀이(Dewey, J.) 등은 실용주의(pragmatism)를 내세웠다. 그들은 선이란 효용성과 쾌락의 만족도와 비례한다고 보았다.
프랑스에서 반그리스도교적인 입장에서 유물론적인 실증주의가 꽁뜨(Comte, A.)에 의하여 제기되면서부터 근세의 서양윤리학은 극심한 상대주의에 빠지기도 했다.
이 상대주의의 도덕관념 생성 및 변천과정을 역사적으로 추구하는 웨스터마크(Westermarck, E.)처럼 도덕규범이 문화와 민족과 사회체제에 따라 다르며 보편적이고 유일한 절대적인 것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과 레비 브릴(Lévy Bruhl, L.), 말리노프스키(Malinowski, B. K.) 등 문화인류학자처럼 도덕현상을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보려는 자들과 쾰러(Kӧhler, W.)처럼 도덕을 개인의 심리적 측면에서 파악하는 심리학적 연구들에 의하여 이른바 기술적(記述的) 윤리학(descriptive ethics)이 성립되었다.
이것은 나중에 루소(Rousseau, J. J.)의 사회계약론에 영향을 끼쳤다. 또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마르크스주의 윤리관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여 주었다. 마르크스주의에 의하면 윤리관은 어떤 특정한 생산관계의 상부적 반영에 불과한 것이 된다.
서양의 현대윤리학은 근세의 전통적인 윤리학을 이어받은 형식주의 윤리이론, 공리주의 이론, 자연주의 윤리이론 외에 중요한 흐름으로는 영미(英美)의 분석윤리학(meta ethics), 전통적인 윤리학을 새롭게 해석해보려는 규범윤리학(normative ethics), 실존주의 및 현상학적 윤리학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이론적인 면에 치우치는 것에 대하여서, 실천적인 면에 주안점을 두고 20세기 후반기에 활발히 논의되는 것으로 응용윤리학이 있다.
이 응용윤리학은 환경윤리학 또는 생태학적 윤리학(environmental ethics 또는 ecological ethics), 의료윤리학 또는 생의학적 윤리학(biomedical ethics), 생명윤리학(Bioethics), 사회윤리학(social ethics), 경제 및 기업윤리학, 법윤리학, 과학 및 기술윤리학, 정보통신윤리학, 평화윤리학, 직업윤리학, 정치윤리학, 여성윤리학 등을 포함하고 있다.
분석윤리학(메타윤리학)은 언어의 논리적 분석을 철학의 방법으로 채용하고 있는 분석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상대주의에 빠져 있으며, 심지어 윤리학적 회의주의(ethical scepticism)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무어(Moore, T.), 러셀(Russel, B.), 초기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 L.) 등을 대표로 하는 케임브리지학파, 슐리크(Schlick, M.) 등 신논리실증주의를 논거로 삼는 빈학파, 툴민(Toulmin, S.) 등 일상언어학파(philosophy of ordinal language), 스티븐슨(Stevenson), 헤어(Hare, J. C.) 등의 정의론(情意論, emotivism) 등이 포괄된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영미철학자들 중에서도 매키(Mackie, J.) 등은 언어분석적 윤리학의 한계를 비판하고 새롭게 규범윤리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면, 계약론 내지 자연주의 및 진화론에 의거하여 윤리이론을 펼치기도 한다.
규범윤리학은 기술적(記述的) 윤리학의 연구성과들을 고려하면서 대체로 19세기 이전의 전통적 윤리학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도덕적 합리성의 도출과 합의절차 등을 문제삼는다.
실존주의적 윤리학은 윤리의 기초를 형이상학에 두는 것을 거부하고 보편타당성을 부인하는 점에 있어서는 분석철학자들과 동조하나, 분석철학자들의 형식적인 언어분석에는 대단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실존주의적 윤리학자들도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S. A.), 부버(Buber, M.), 사르트르(Sartre, J. P.)간에는 견해의 차이가 심하나, 대체로 개인의 실존적 결단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차원, 즉 만남 · 참여 · 고민 · 죽음 · 불안 · 공허 · 자유가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을 잘 해명하여 주고 있다.
그러나 실존주의는 어떤 일정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개인이 당면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개인을 규범을 말하는 구경꾼으로 보지 않고 참여자로 보며, 규범을 위압적인 보편성으로 보지 않고 특수한 상황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윤리적 판단(결단)을 내리는 데 관심을 가진다.
현상학적 윤리학은 셸러(Scheler, M.), 하르트만(Hartmann, N.), 헤센(Hessen, J.) 등이 후설(Husserl, E.)의 현상학적 방법론을 받아들여 실질적 가치론을 전개한 것이다.
셸러에 의하면, 인간은 본질직관(本質直觀)에 의하여 도덕적 가치의 실질적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가치를 정서적 직관에 의하여, 즉 감정 내지 순수한 정서의 지향적 활동(intentionaler Akt)에 의하여 파악하지만, 그 가치는 한갓된 감정의 주관적 상태와는 완전히 다른 객관적 실재들이다.
예컨대 사랑은 순수한 정서의 지향적 활동인데, 사랑은 윤리적 통찰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인격가치의 핵심이 되고, 자아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은 가치 중의 가치이며, 모든 가치의 원천인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모형이다.
따라서 모든 가치는 신, 즉 최고선으로 수렴된다. 셸러의 인격주의 윤리학은 맹자(孟子)의 사단(四端)과 내용적인 면에서 일치되는 점이 많다.
환경윤리학 내지 생태윤리학은 지구의 종말을 위협하는 자연파괴와 생태학적 위기가 바로 인간의 위기이며 인간의 불찰에 의하여 저질러졌음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비판하며, 현재와 미래의 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연구한다.
생의학적 윤리학은 의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파생하는 문제들, 예컨대 임신중절, 뇌사판정, 장기이식, 안락사, 유전자조작과 재조합, 인조염색체합성, 생식과 관련된 신기술 등의 문제들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연구한다.
사회윤리학은 인간의 사회성 및 사회존재론에 의거하여 사회해체현상을 비판하고 건전한 사회와 인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공생(共生)의 조건을 연구한다.
종래의 서양윤리학이 개인적이며 이론적인 면에 치우쳐 있었다면, 현대 서양윤리학의 괄목할만한 중요한 특징은 실천적 윤리학(practical ethics) 내지 응용윤리학의 대두라고 말할 수 있다.
1990년대의 윤리학의 새로운 동향은 이론적인 규범윤리학에서는 담론적 방법을 중시하는 구성주의적 윤리학(Schwemmer, O.), 언어화용론적 윤리학(Apel, K. O) 및 의사소통윤리학(Habermas, J.)이 활발히 논의되고, 발생윤리학(Krings, H.), 계약론적 윤리학(Rawls, J.), 합의에 의한 도덕론(Gauthier, D.)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고, 메타윤리학은 쇠퇴하여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이론윤리학의 연구동향에서 특기할 것은 권리와 의무에 중점을 두는 논의보다 책임에 중점을 두는 논의가 활발하다는 것과 타자(他者)를 중시하는 현상학적 윤리학(Levinas, E.)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천적인 응용윤리학에서는 특히 생명공학 및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파생하는 생명윤리의 문제들, 가령 인간복제, 인간과 동물의 교잡배, 유전자조작식품의 부작용, 인간게놈연구 등을 다루는 생명윤리학에 관한 연구가 학계뿐만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전자매체기술의 발달에 의해 파생되는 사이버테러, 사이버 명예훼손과 사생활보호 등은 크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생태학적 윤리학과 과학 및 기술윤리학에 관한 논의도 자연 및 인간의 위기문제를 폭넓고 심도있게 다룸으로써 윤리학의 관심을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양윤리학 도입은 1924년 경성제국대학 윤리학과의 성립과, 1938년 김두헌(金斗憲)의 『윤리학개론』 출판이 효시이지만, 한국윤리학의 역사와 전통은 유 · 불 · 선의 사상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인의 윤리사상은 근본적으로 유교와 불교 · 도교의 경전(經典)에 뿌리박고 있으며, 서양 윤리학의 이론보다는 그리스도교의 교세확장에 따르는 그리스도교적 윤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서양윤리학사상과 전통적인 한국윤리사상의 창조적 융합과 조화가 앞으로 한국윤리학계의 연구과제라고 하겠다. 특히 동양윤리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은 매우 긴요한 것이며,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보호사상과 자연에 대한 외경사상(畏敬思想) 및 생명존중사상은 현대서양의 환경윤리 및 생의학적 윤리학의 방향점검에도 큰 반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