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룡전」은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이성희(李成喜), 이계룡 부자의 효성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늙은 노모에 대한 이성희 부부의 효성과 황제에 대한 이계룡의 충심, 남편에 대한 이계룡 부인의 절개를 통해 충·효·열의 유교적 덕목을 구현한 윤리소설이다.
1권 1책. 국문(國文) 필사본(筆寫本).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 소장본(구(舊) 김동욱(金東旭) 소장)이 유일본(唯一本)이다. 효행(孝行)을 주제로 한 윤리소설이자 효행소설로 다른 이본(異本)이 없다. 다만 20세기 초의 공덕미 수납 용지에 기록되어 현전(現傳)하는 까닭에 신작 구소설로 간주하고 있다.
효자 이성희(李成喜)는 병들고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산신(山神)에게 빌다가 호랑이를 만나 돼지를 바쳤는데, 그 호랑이가 사슴을 가져다 준다. 이성희는 사슴뿔을 늙은 어머니에게 먹였지만, 어머니는 망령(亡靈)을 부려 며느리를 구박한다.
하루는 이성희가 미인으로 둔갑한 여우에게 홀려 병이 든다. 이성희의 부인이 산신에게 비니 호랑이가 나타나, 남편의 병을 고칠 약을 주는 대신 부인을 잡아먹겠다고 한다. 부인이 호랑이의 말대로 잡아먹히겠다고 하니, 호랑이는 백발노인으로 변하여 부인의 정성(定省)에 감동하였다고 하면서 신약(神藥)을 준다. 그러나 이성희는 다시 병들어 약을 쓸 사이도 없이 죽는다.
죽어서 저승에 간 이성희는 지옥에서 죄인을 다스리는 참혹한 광경을 보고, 염왕(閻王)에게 다시 인간 세상에 나가 늙은 어머니를 봉양(奉養)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에 이성희는 죽은 지 한 달 만에 다시 살아나고, 이성희의 어머니는 10년을 더 살다가 죽는다.
이성희의 몸이 쇠약해지자, 아들 이계룡은 자기 살을 도려내어 아버지에게 먹인다. 그러자 이성희의 병이 씻은 듯이 낫는다. 그러나 이성희의 수명이 3년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안 이계룡은 꿈에 천상(天上)으로 올라가, 자기의 목숨으로 아버지 이성희의 수명을 연장해 달라고 간청한다.
상제(上帝)가 이계룡의 효심을 시험해 보고 이성희의 수명을 연장해 주기로 한다. 이계룡은 부모에게 열심히 효도하며 병서(兵書)와 무술을 공부한다. 산적(山賊) 마철이 이계룡의 됨됨이를 듣고, 이계롱을 자신의 소굴로 끌고 간다. 이계룡은 바위를 던져 도적의 우두머리를 혼내주고 돌아온다. 이에 원한을 품은 도적의 우두머리는 황제에게 이계룡이 역적을 모의한다고 거짓으로 투서(投書)한다.
투서를 본 황제는 이계룡을 잡아들여 문초(問招)하고 감옥에 가둔다. 이에 도적의 우두머리가 마음 놓고 황성을 공격하니, 황제는 위험한 처지에 빠진다. 감옥 안에서 이 소식을 들은 이계룡은 감옥의 문을 부수고 나와 적병(賊兵)을 격파하고 황제를 구출한다. 황제는 이계룡이 세운 공을 기려 이계룡을 좌승상(左丞相)으로 삼으니, 이계룡의 효성과 충성이 온 세상에 빛난다.
「이계룡전」은 주인공 이계룡 부자의 지극한 효성과, 시어머니에 대한 이성희 아내의 효성, 남편에 대한 정성을 표현한 윤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주인공 이계룡이 산적을 토벌하고 위기에 놓여 있는 황제를 구출함으로써 임금에 대한 충성을 표현하였으므로, 이 작품은 충효를 겸한 윤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효행의 범주를 아주 크게 설정하는 한편, 충(忠)과 관련한 행위의 범주는 작게 설정하고 있어 ‘대효소충(大孝小忠)’의 구도를 보인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점은 산신에 대한 신앙이다. 한국의 고전소설에서 산신에게 부모 또는 남편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비는 내용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민간신앙인 산신 숭배를 소설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산신이 호랑이로 나타나 주인공들의 효심을 시험하는 것은 우리의 민간설화(民間說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주인공들이 저승에 들어가서 염왕에게 부모의 수명을 연장해 달라고 하거나, 천상에 올라가 상제에게 부모의 수명을 연장해 달라고 호소하는 구성은 이 작품만이 지니고 있는 독창적인 것으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한국에서의 통속적(通俗的)인 인간의 의지를 잘 표현하였다.
한편, 이 작품에는 ‘ 효행설화(孝行說話)’와 ‘감호이적설화(感虎異蹟說話)’ · ‘생명연장설화(生命延長說話)’ 등 각종 설화가 수용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이 민간설화에서 소재를 차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연속적으로 설화를 이어 줄거리의 골격을 형성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징적 면모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