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으로 한글 필사본 · 활자본이 있다. 선비와 기생의 연애 및 애정 생활에 따르는 고난을 다룬 작품이다.
충청도 공주에 사는 이 진사는 평안도 강서 현감으로 있는 외삼촌에게 다녀오던 중 평양에서 열린 백일장에 참가하여 장원을 하고, 감사가 베푼 축하연에서 기생 경패와 만나게 된다.
이 진사를 흠모하게 된 경패가 아버지를 움직여 청혼한다. 이 진사는 선조 4대가 모두 첩을 두었다가 화를 입은 일 때문에 첩을 두지 않겠다고 옥환으로 살을 뚫어 맹세까지 하였지만, 경패의 미모와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 혼례를 올리고 귀가한다. 이 진사의 늙은 어머니는 또 첩 때문에 화를 입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현숙한 아내 서 씨가 함께 살 것을 권유하여 이 진사는 아내의 권유에 따라 경패를 불러 함께 살게 된다.
이 진사의 조상이 꿈에 나타나, 앞으로 3년간 액운이 닥치리라는 사실과 액운을 타개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사라진다. 이 진사는 꿈에서 일러준 대로 밤중에 침입한 자객을 죽여, 자고 있는 경패 옆에 그 시체를 뉘어두고 자객의 목을 베어 강에 던지고는 집을 나온다. 이 진사로부터 이미 지시를 받았던 경패는 시어머니와 서 씨에게 남편이 자객의 손에 죽었다고 속이고는 이 진사를 찾아 나선다.
꿈에 옥황상제의 지시를 받은 경패는 해인사로 가서 남편과 만나게 되었으나 경패의 미모에 매혹된 방종직 일당에게 끌려간다. 이 진사와 경패는 우연히 방종직의 집에서 만나 함께 도망하려는데, 방종직 일당에게 잡혀 감영으로 넘겨진다. 그러나 마침 현감이 이전에 강서 현감을 지내던 외삼촌이어서 이 진사는 무사히 경패를 데리고 귀가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본의 아니게 첩을 두게 되었다는 것과 첩과의 애정 관계를 지속하기 위하여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는 것을 사건의 근간으로 한다. 세상만사가 인간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불가사의한 운명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작품이다.
기존의 소설과 다른 점은 처인 서 씨에 비해 첩인 경패의 작중 역할과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개 운명론을 강조하는 작품에서는 인간의 운명을 미리 결정하는 옥황상제라는 주재자와 천상계 및 지상계로 구분되는 세계상이 분명하게 제시되는 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는 조상의 꿈속 계시 등을 통하여 인간의 운명은 인간 스스로는 어쩔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소설에서 신소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보이며, 자유연애에 대해 관심이 컸던 192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