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지리지 고령군조에 따르면 대가야국의 시조를 이진아시라고 하고, 내진주지(內珍朱智)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동국여지승람』고령현조에는 최치원(崔致遠)이 지은 「석이정전(釋利貞傳)」을 인용해 가야산신(伽耶山神) 정견모주(正見母主)가 천신(天神) 이비가지(夷毗訶之)에 감응되어 대가야왕 뇌질주일(惱窒朱日)과 금관국왕 뇌질청예(惱窒靑裔)의 두 사람을 낳았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뇌질주일은 이진아시왕의 별칭이고, 뇌질청예는 수로왕의 별칭이라고 하였다. 위와 같이 대가야국의 시조는 이진아시라고 했으며, 일설에는 내진주지 또는 뇌질주일이라고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내진주지와 뇌질주일은 같은 이름이 구전되어오는 동안에 다소 와전된 것이며, 와전된 이름을 문자로 기록할 때에 서로 다른 한자로 표기된 것이다.
이진아시의 ‘진(珍)’은 우리말 고어의 ‘들’ 또는 ‘돌’의 한자표기이다. ‘아시(阿豉)’는 우리 고어의 ‘아기’·‘아지’로서 ‘아지(阿只)’·‘알지(閼智)’로도 표기되었다. 그것은 고대에 있어서 여신(女神) 또는 성모(聖母)를 뜻하는 말이었으며, 뒤에는 여성 또는 모성에 대한 존칭으로 쓰였다. 『삼국유사』에 인용된 「가락국기」에서 금관가야의 제5대 이시품왕(伊尸品王)의 어머니를 아지(阿志)라고 한 것도 그 예이다.
앞의 대가야 시조신화는 오랫동안 구전되어오던 것을 최치원이 문자로 기록한 것으로서 귀중한 자료이다. 가야산신을 정견모주라고 한 것으로 보아, 그것이 여신·모신임을 알 수 있으며, 이 시조신화의 원형을 전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가야의 시조 이진아시도 ‘아시’가 ‘아기’·‘아지’와 같은 말로 여신 또는 모신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