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逸話)는 설화 삼분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학적 속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정한 문학의 새로운 하위 갈래이다. 작품의 세계관적 면에서는 ‘현실'과 '비(초)현실’의 축을 설정하고, 형성 과정 면에서는 ‘실재'와 '허구’의 축을 설정하면 총 네 개의 장이 만들어진다. 이때 만들어진 네 개의 설화 장은 각각 전설, 민담, 소화, 일화가 차지한다. 이렇게 서사 하위 갈래의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일화이다. 일화는 실재와 현실로 조직되는데, 이에 따라 그에 대한 개념도 ‘일상생활 과정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실존한 인물에서 포착할 수 있는 특별한 사연을 언어화한 이야기’로 규정할 수 있다. 이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면을 중시한 것인데, 이로써 조화롭고 규범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미의식을 표현하는 데에 유효한 장르 체계가 된다.
일화는 조선 초기의 필기류에 속한 작품들의 분류에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다. 필기류는 작품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평민 일화, 사대부 일화, 야담계 일화로 나누기도 한다. 사대부 일화는 모범적인 인물들의 단면을 제시함으로써 정황을 유지하는 반면, 평민 일화는 민간 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자유롭게 언어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정황의 변화에 주목한다. 야담계 일화는 조선 후기의 사회적 변화에 따른 욕망이 투사되어 소설적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일화는 주로 동료나 집안사람들이 모인 이야기판에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이런 것들에 당시 사회문화적 기대지평과 편찬자의 욕망이 결합되면서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실성에 기초한 이야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허구적으로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광조 일화」도 그렇다. 독서하는 소리에 이끌려 들어온 처녀를 이치(理致)로 꾸짖은 후에 회초리를 들어 꾸짖어 내보냈다는 「조광조 일화」는 본래 그의 일화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체가 조광조로 바뀐 것이다. 한편 일화의 초점을 조광조가 아닌 여성에 맞추고 여성이 어떻게 대응했는가에 주목하게 되면서 조광조 일화는 상당한 변이를 가졌다. 심지어 여인이 자결함으로써 남 주인공이 출세하지 못했다는 응보관(應報觀)을 반영한 일종의 소설과 같은 이야기로 바뀌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선 초기의 사대부 일화나 평민 일화 중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야담계 일화로 부연되고, 야담계 일화가 또 다시 소설적으로 부연되면서 서사문학의 다양한 움직임을 끌어내기도 했다. 경험적 충동이 우세한 명사(名士)들의 교양 있고 진지한 일화가 허구적 충동이 우세한 희학(戱謔)과 결부되어 기이하거나 골계적인 일화로 변하는 등 열린 움직임도 함께 일어났다. 이처럼 필기가 야담으로 수용되는 양상이라든가 야담의 소설화 과정 등에서 일화는 새로운 서사문학 탄생의 동력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