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笑話)는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다. 이 웃음은 특정 대상과 장면을 향한 풍자나 비꼼, 조롱과 빈정거림처럼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인 성격을 띠기도 하고, 상황의 역설이나 기지에 대한 것으로 골계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소화에는 많은 수의 기록된 자료와 구전되는 자료가 있는데, 문헌 자료로는 고려 말의 패설집부터 조선시대 패설집과 야담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구전되던 소화가 문헌으로 기록되기도 하고, 때로는 문헌으로 기록된 소화가 다시 구술로 연행되기도 한다.
소화(笑話)는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다. 이 웃음은 특정 대상과 장면을 향한 풍자(諷刺)나 비꼼, 조롱과 빈정거림처럼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인 성격을 띠기도 하고, 상황의 역설(逆說)이나 지혜에 대한 것으로 골계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소화에는 많은 수의 기록된 자료와 구전되는 자료가 있다. 문헌 자료는 고려 말의 패설집부터 조선시대 패설집과 야담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 소화는 구전되던 이야기가 기록된 것이기도 한데, 때로는 기록된 이야기가 다시 구술로 연행(演行)되기도 한다. 소화 중에는 구성이 단순한 것도 있고, 서사적 구성을 어느 정도 갖춘 것도 있다.
문헌으로 기록 · 정리된 소화 자료집으로는 고려 말의 패설집인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 · 이제현(李齊賢)의 『역옹패설(櫟翁稗說)』 등이 있다. 이들 자료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가 모두 소화인 것은 아니며, 소화 자료는 일부 실려 있다.
조선시대의 패설(稗說) 자료집에는 고려 말의 패설집보다 더 많은 소화가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譚)』,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 이육(李陸)의 『청파극담(靑坡劇談)』,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강희맹(姜希孟)의 『촌담해이(村談解頤)』, 홍만종(洪萬宗)의 『명엽지해(蓂葉志諧)』, 송세림(宋世琳)의 『어면순(禦眠楯)』,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續禦眠楯)』, 장한종(張漢宗)의 『어수신화(禦睡新話)』, 편자(編者) 미상의 『파수록(破睡錄)』 · 『기문(奇聞)』 · 『성수패설(醒睡稗說)』 · 『진담록(陳談錄)』 · 『교수잡사(攪睡襍史)』 등은 상당수의 소화를 수록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이들 자료 가운데 789편의 이야기를 엮어 『고금소총(古今笑叢)』이라는 책으로 간행(刊行)했는데,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다수가 소화라고 할 수 있다.
구전되는 소화는 연행 및 전승(傳承) 현장에서 보통 ‘우스갯소리’로 불린다.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이나 지역 내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려는 사명감으로 연행되는 전설류의 이야기와 달리, 우스갯소리는 이야기 내용을 즐기고 이야기 속 웃음을 만끽하려는 태도로 연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녀가 함께 어우러져 이러한 부류의 이야기를 연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가깝게 지내는 동성 집단 내에서 연행하는 경우가 많다. ‘우스갯소리’ 연행을 즐기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은 조심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화는 인물에 얽힌 사건이나 어떤 장면을 간단한 일화(逸話)의 형태로 구성한 것들도 있고, 특정 인물의 비범(非凡)한 일상과 특이함을 여러 사건에 관한 일화들로 엮어 보여 주는 것들도 있다. 그밖에 웃음을 자아내는 골계적 장면이나 역설적 상황을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둔 형태로 구성된 이야기들도 있다. 또한 이른바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淫談悖說)에 가까운 내용으로 구성된 소화들도 있다.
소화는 인물의 비범함을 드러내는 데 내용 전개의 목표를 두더라도, 전기적(傳奇的)인 교훈이나 인물의 생애를 통해 드러나는 남다른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진 않는다. 소화에서 주목하는 인물의 비범함은 통속적(通俗的) 관념이나 정상성 · 규범성 등을 벗어나는 의외성과 면모 · 상황에서 나오며, 이러한 의외성이 웃음을 유발하는 계기가 된다. 웃음의 계기가 되는 사건의 내용에 따라 소화는 치우담(癡愚譚) · 과장담(誇張譚) · 지략담(智略譚) · 우행담(偶幸譚) · 풍월담(風月譚) · 기원담(起原譚) · 외설담(猥褻譚)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치우담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화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른바 ‘바보 이야기’로 지칭되기도 하는 유형의 이야기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인공은 사위 · 며느리 · 남편 · 아내 · 아들 · 부모(시부모) · 형제 · 사돈 등 주로 가족 관계 속에서 나타나며, 때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등장하여 망각 · 오해 · 무분별로 인해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다. 「바보사위설화」 ·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 · 「미련한 소금장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장담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이야기다. 주로 게으름 · 인색(吝嗇)함 · 거짓말(허풍) · 건망증 등 인간의 약점이 주요 소재이며, 그 행위가 상상을 넘어 크게 확대된다. 「새끼 서발」 · 「정신없는 사람」 · 「인색한 세 꼽재기의 내기」 · 「방귀쟁이 며느리」 등의 이야기가 여기에 속한다.
지략담은 명판(名判) · 아지(兒智) · 사기(詐欺) · 상전 놀리기 · 징치(懲治) · 응구첩대(應口輒對) 등과 같이 기지(機智)가 뛰어난 인간의 이야기이다. 「쥐가 둔갑한 며느리」 · 「원님의 명판결」 · 「대신 잡은 호랑이 꼬리」 · 「먹으면 죽는 곶감」 · 「스님과 꿀 항아리」 · 「바보 원님과 꾀보 이방」 등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우행담은 우연한 행운으로 평민이나 바보가 뜻밖의 성공을 거두게 되는 이야기인데, 치병(治病), 실물(失物) 찾기가 주요 화소(話素)가 된다. 「떡보와 사신」 · 「지렁이고기에 눈뜬 어머니」 · 「다시 찾은 옥새」 등을 대표적 작품의 예로 들 수 있다.
풍월담은 시화(詩話) · 파자시(破字詩) · 육담풍월(肉談風月) 등 언어 · 문자의 유희(遊戲)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이며, 「하님과 중의 문답」 · 「말대꾸 잘하는 며느리」 · 「문자재담설화(文字才談)」 등의 이야기가 여기에 속한다.
외설담은 성적 욕망이나 성적 행위와 관련된 사건과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흔히 음담패설로 불리기도 한다.
소화는 대체로 사건 위주의 단편적(斷片的)인 서술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간혹 여러 사건이 연쇄적(連鎖的)으로 연결되거나 특정 상황이 쌓여 나가는 방식의 연쇄담(連鎖譚)이나 누적담(累積譚)의 형태를 띠는 소화도 있다. 과장담 · 지략담 · 우행담에 속하는 이야기들 중에 서사적 구성이 이와 같은 형태로 비교적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소화는 서사적 구성의 완결성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기 보다,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춘 상황의 특징적 장면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소화에 등장하는 웃음의 상황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소화의 주인공은 상식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인물이 대부분이다. 바보 · 사기꾼 · 구두쇠 · 게으름쟁이 · 건망증 환자 · 허풍쟁이 등이며, 이들 주인공이 그 이야기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소화는 흔히 대립적인 수법을 사용하여 꾀가 있는 자와 어리석은 자를 등장시키고, 양쪽이 각각 승리와 패배를 맛보게 한다. 여기서 주인공의 행위가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날수록 그 이야기는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게 된다.
소화는 이야기의 오락적 기능에 치중한 것으로, 때에 따라서는 교훈적인 요소나 윤리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에만 집중하는 서술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때로는 등장인물이 지닌 차이를 결함이나 결핍으로 조롱하기도 하고, 이를 과장되게 공격함으로써 혐오의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소화의 웃음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정한 인지 정보나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문자의 특징을 활용하는 파자담’이나 한자어구 · 고사성어를 이해해야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소화가 중에는 세태(世態)나 사회 모순을 고발하고 풍자하는 가운데 웃음을 자아내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태평한화골계전』 하권에 수록된 아래 이야기는 관리의 수탈(收奪)과 부조리한 모습을 풍자적인 웃음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옛날에 남쪽 한 고을에 탐욕스러운 수령(守令)이 관청의 공물을 몰래 집으로 빼돌리곤 했다. 어느 날 죄지은 백성이 물건으로 죄에 대한 처벌을 대신하게 되어, 아전(衙前)이 백성의 집으로 가서 송아지를 끌어왔다. 그러자 수령이 그를 꾸짖으며 말하길, “송아지는 돌려주고 포목(布木)으로 가져오라.”라고 하였다. 이에 백성이 화를 내며 말하길 “포목은 다리가 없는데도 너끈히 원님 댁으로 들어갔는데, 제 송아지는 다리가 넷이나 되는데 어찌 못 들어가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수령이 부끄러워하였다.
소화는 웃음의 카타르시스를 전승의 동력으로 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웃음은 단순한 쾌감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정치적 의미를 담은 풍자와 해학(諧謔)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이나 웃음의 매개가 되는 의미가 나아가는 방향에 따라, 웃음은 양가적(兩價的)인 성격을 띨 수 있다. 관습과 전통, 정상과 규범, 보편과 평범의 범주를 벗어난 인물의 행동이나 특징 · 태도 등이 자아내는 웃음은 그 속에 담긴 ‘차이’를 조롱하고 깎아내리느냐, 아니며 오히려 그 ‘차이’를 생산적 해체와 일탈(逸脫)의 유쾌한 반항으로 의미화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지향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적 규범에 벗어난 한 인물의 행동을 통해 웃음을 자아낼 때, 성적 규범이나 특정 젠더의 정상성(正常性)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웃음이 유발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정상으로 인식되는 범주나 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모자람’을 단순한 웃음거리로 삼아 조롱함으로써, 정상으로 인식되는 범주와 규범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웃음이 만들어 내는 모순과 역설은 단순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반박할 여지를 남기지 않고 문제의 심각성이나 상황을 대하는 경직성(硬直性)을 날려 버린다. 이러한 점에서 웃음은 가장 공격적인 수사적 장치로 기능할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차이’가 웃음거리가 되는 순간, 그 웃음이 공격의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웃음의 서사는 가장 효과적인 사회정치적 공격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양반들의 탐욕이나 사회 계층의 부조리한 모순 등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웃음을 동반할 때, 여기에 담긴 사회·정치적 공격성은 풍자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