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설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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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및 백두산과 관련된 인물 · 사건 · 지형, 그리고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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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백두산 설화」는 백두산 및 백두산과 관련된 인물·사건·지형, 그리고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백두산의 내력에 관한 신화적 서사뿐 아니라 백두산과 관련된 유명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 백두산에 있는 바위나 호수에 관한 이야기, 백두산에 사는 호랑이나 그 밖의 특별한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된다. 백두산은 그 자체로 오랜 세월 동안 신화적 공간으로 표상됐으므로 백두산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특정한 신화적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키워드
정의
백두산 및 백두산과 관련된 인물 · 사건 · 지형, 그리고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
전승과 채록

백두산에 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부터 다수의 문헌(文獻)에 기록되어 있다. 다만 본격적인 의미의 「백두산 설화」가 수집 · 정리된 책은 청나라 말에 유건봉(劉建封)이 편찬한 『장백산강강지략(長白山江崗志略)』이다. 유건봉은 청나라 길림성(吉林省) 안도현의 지현(知縣)을 역임(歷任)한 사람으로, 1908년 5월부터 국경을 감독하는 감계위원으로 임명되어 백두산을 답사하고 이 책을 편찬(編纂)했다. 이 책에는 150편에 달하는 설화(說話)가 수록되어 있다. 이 자료는 한족(漢族) · 만주족(滿洲族) · 조선족(朝鮮族) 공동체 내에서 연행 · 전승(傳承)되는 이야기를 두루 수집한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에 온 러시아인 N.G. 가린-미하일로프스키가 1898년 가을에 「백두산 설화」를 채록(採錄)하여 자신이 편찬한 『조선설화』라는 책에 수록하기도 하였다. 이후 식민지(植民地) 시기에 간행(刊行)된 조선의 설화 자료집에 ‘백두산’ 관련 이야기가 간혹 수록되기도 했으나, 이는 보편적(普遍的)인 현상이 아니었다. 최남선(崔南善)과 같은 이들은 조선의 정기(精氣)와 역사 · 전통을 대표적(代表的)으로 상징하는 존재로 ‘백두산’을 내세우고, 이를 통해 하나의 신화적 전통을 수립하려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자(帝國主義者)들에게 ‘백두산’은 환영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중국에서는 식민지 시기에도 꾸준히 백두산 관련 설화들이 수집 · 정리되었다.

분단과 전쟁 이후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사이에 북한 사회과학원이 전국에서 구전(口傳)되는 이야기를 수집 ·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백두산에 관한 이야기도 수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60년대 초에는 당시 수집하여 정리한 자료를 『인민창작』이나 『구전문학』이라는 잡지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때 전통적(傳統的) 의미의 설화 이외에 강조된 것 가운데 하나가 항일 무장 투쟁기의 설화들이었다.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일컬어지는 곳으로 다양한 신화적 서사와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결부(結付)된 공간인 동시에 항일 무장 투쟁이라는 역사적 사건과도 관련 있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백두산에 관한 상당수의 이야기가 채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6년 김정일에 의해 ‘우리 민족 제일주의’가 주창(主唱)되고,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목적으로 북한의 주요 관광자원에 해당하는 산들에 얽힌 이야기 자료들이 재정리되어 책으로 간행되었다. 그 무렵에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사이에 수집되었던 이야기가 『백두산 전설』이라는 책으로 다시 정리되어 간행되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백두산과 연관된 민족 영웅이나 신화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고구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 백두산 호랑이와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 항일 무장 투쟁기의 일화(逸話) 등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도 권택무가 정리한 『백두산의 옛 전설』 1~2권 등 여러 책이 간행되었는데, 수록된 자료의 내용과 성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한편 연변(延邊)의 조선족들 또한 조선족 사이에서 구전되는 자료를 1960년대에 수집 · 정리하여 『천수』 · 『조선족 구비문학 자료집』 등으로 간행했다고 하나, 문화 혁명(文化革命)을 겪으면서 소실(消失)되어 전해지지 않는다. 이후, 「백두산 설화」의 수집과 간행은 이천록 · 최룡관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두 사람은 백두산 일대를 현지답사(現地踏査)하여 수집한 설화 중 백두산에 얽힌 전설(傳說)만을 따로 모아, 1989년 연변 인민출판사에서 『백두산전설』이라는 한글로 쓰인 책으로 발간하였다. 이 책에는 천지(天池)를 비롯하여 백두산의 여러 산봉(山峯)과 호수 · 동식물에 얽힌 전설 35편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민간문학연구회 연변 분회(分會)에서 간행한 『길림성민간문학집성 상(吉林省民間文學集成 上)』(1987)의 조선족과 만주족의 설화 자료 편 항목에 「백두산 설화」가 20여 편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도 조선족 설화를 간행한 『조선족민간고사선』(상해 문예출판사, 1985) · 『팔선녀』(흑룡강 조선민족출판사, 1987) · 『삼태성』(연변 인민출판사, 1983) 등에 「백두산 설화」가 몇 편씩 수록되어 있다.

북한과 연변에서 간행된 자료들은 민간문학(民間文學) 작가나 학술 연구자에 의해 윤색(潤色)되고 재기술된 것으로 구술(口述)된 내용을 녹취(錄取)한 것은 아니다. 또한 북한에서는 특정한 서술 의도와 목적에 따라 이야기를 다시 기술하는 것을 구전 이야기가 ‘전승’되는 하나의 형태로 이해하고 있어, 구전 이야기를 대하는 남한의 관점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이들 자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들 자료는 분단 이후에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백두산 설화」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

「백두산 설화」는 백두산 및 백두산과 관련된 인물 · 사건 · 지형, 그리고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백두산의 내력에 관한 신화적 서사뿐 아니라 백두산과 관련된 유명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 백두산에 있는 바위나 호수에 관한 이야기, 백두산에 사는 호랑이나 그 밖의 특별한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된다. 백두산은 그 자체로 오랜 세월 동안 신화적 공간으로 표상되어 왔으므로 백두산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특정한 신화적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백두산 설화」 중에서 신화적 성격을 띠는 자료는 「천지」 · 「용을 동여맨 돌기둥」 · 「천지를 기운 돌바늘」 · 「세 쌍둥이 별」 등이 있다. 이들 설화에서는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는 악독(惡毒)한 흑룡(黑龍)을 물리치는 영웅적 인간의 활약이 등장한다. 「천지」는 백 장수라는 영웅적 인물이 물줄기를 불칼로 지져 말리는 흑룡을 물리치고 땅을 파 던진 것이 십육기봉이 되었고, 파낸 웅덩이는 천지가 되었으며, 천지를 지키기 위해 백 장수와 공주가 혼인하여 천지 속에 용궁을 짓고 그 속에 살면서 백두산을 지킨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세 쌍둥이 별」은 ‘삼태성 유래’라고도 하는데, 지상에서 신기한 재주를 공부한 3형제가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태양을 훔치려는 흑룡을 물리치고 태양을 지키는 별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북한에서 수집 · 정리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백두산의 영웅’은 대체로 외적의 침입에 맞서 민족을 수호(守護)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밖에도 고구려의 신화에 등장하는 소서노(召西奴)나 유화(柳花)에 관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 이야기는 대체로 신화적 서사의 특징을 드러낸다. 또한 「백두산 설화」 중 상당수는 용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백두산의 여러 봉우리와 못들, 폭포 등에 깃들어 사는 신성(神聖)한 존재를 용으로 인식한 데 기인(起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백두산 호랑이나 포수(砲手), 김종서(金宗瑞) 등의 역사적 인물, 장수와 장수의 흔적,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수 전승되고 있다.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여러 편 전승된다. 어떤 효자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명약(名藥)이 백두산 제일 높은 산봉에 있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 이 약을 구해다가 어머니를 살려냈다는 「백운봉」 전설, 한 아들이 어머니의 병에 특효약(特效藥)이 있다는 신선(神仙)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선의 도움으로 산봉에 올라 명약을 구했다는 「신선봉」 전설, 호랑이 새끼를 구해 주었던 가난한 소녀가 부자에게 종으로 팔려 고통을 받자, 호랑이가 나서서 소녀의 사랑을 이루어 주고 부자를 징계하여다스림으로써 은혜를 갚았다는 「와호봉」 전설 등이 이와 같은 예에 해당한다.

이러한 전설은 대체로 효행(孝行)과 선행을 행한 가난한 인물이 도승(道僧)이나 기인(奇人)의 도움을 받아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이야기에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나 악행을 일삼던 부자는 신의 징벌(懲罰)을 받아서 망하게 되는데 북한에서 정리한 자료집에서는 착한 사람의 신분과 계급이 낮고 처벌받는 부자의 신분과 계급이 높은 것을 강조하여 다른 의미의 주제를 부각하기도 하였다. 이들 이야기에서 백두산은 신령(神靈)이 거주하는 성산(聖山)으로, 착한 사람을 도와주고 악한 사람을 징치하는 권능(權能)과 조화(造化)를 갖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밖에 「관일폭포」 · 「선녀폭포」 · 「백두폭포」 등의 폭포에 관한 전설과 「옥장천」 · 「소천지」 · 「구룡담」 등의 지소전설(池沼傳說), 그리고 꽃사슴과 산삼 등에 얽힌 동식물 전설 등이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설화에는 남녀 간 아름다운 사랑의 사연이 등장하거나 초월적(超越的) 세계의 힘과 권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한다. 또 용과 같은 신성한 존재 외에도 옥황상제(玉皇上帝)나 선녀(仙女) 등의 도가적 존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의의 및 평가

「백두산 설화」를 통해 드러나는 연행 및 전승 집단의 의식 지향은 ‘성산 의식(聖山意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백두산을 신화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되는데, 이때 신화적 서사를 전승하는 단위는 ‘한민족(韓民族)’이 된다. 다시 말해 백두산이 민족 신화의 구심점(求心點)이 되는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표상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설화에서 백두산은 우리 민족이 창업(創業)을 이룩한 터전이면서, 국가를 지키는 수호신(守護神)의 거주처, 정의롭고 선량한 사람에게 행운을 주고 악독한 사람에게 벌을 줌으로써 선악을 재판하는 권능이 있는 산으로 그려진다.

또한 백두산은 고구려 신화의 여러 인물과 사건이 깃든 공간이면서, 호랑이나 용과 같이 한국 구술 전승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성한 존재가 모두 등장하는 성스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아울러 북한에서 수집하여 정리한 자료에서는 백두산이 위기를 극복하는 민족적 결기(決起)를 드러내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이들 이야기에서 백두산은 민족의 정체성(正體性)을 동질화(同質化)하는 구심점의 표상이면서, 동시에 이와 같은 정체성과 민족의 상징성(象徵性)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N.G. 가린-미하일로프스키, 안상훈 역, 『(N.G. 가린-미하일로프스키가 1898년 가을에 채록한) 조선설화』(한국학술정보, 2006)

단행본

정재호 외, 『백두산설화연구』(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92)

논문

안상훈, 「백두산 설화의 전승과 연행양상」(『어문논집』 61, 중앙어문학회, 2015)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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